천주교 신부-시민들 "윤석열 정부의 실격을 선언한다" ['굴욕 외교' 반대 시국선언]
[윤성효 기자]
▲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4월 17일 저녁 창원마산 창동사거리에서 "친일매국 검찰독재 윤석열 퇴진, 주권회복을 위한 월요시국기도회"를 열었다. |
ⓒ 윤성효 |
천주교 신부와 수녀들이 시민들과 함께 '윤석열 퇴진'을 외치며 촛불을 들었다.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17일 저녁 창원마산 창동사거리에서 "친일매국 검찰독재 윤석열 퇴진, 주권회복을 위한 월요시국기도회"를 열었다.
시국미사는 전주, 서울에 이어 전국에서 세 번째로 열렸다. 시민들은 "윤석열 퇴진" 등이라고 쓴 손팻말과 함께 촛불을 들었다. 천주교 교인을 비롯해 시민 500여명이 참여했다.
시국미사는 이시몬 신부(거제성당)가 해설을 맡고 사제단이 십자가를 앞세워 시민들 사이로 들어오면서 시작되었다. 또 시민들은 "홀로 아리랑"을 함께 부르기도 했다.
하춘수 신부(회원동성당)는 주례를 통해 "이곳 창동거리는 민주주의 상징이다. 우리의 요구는 단순 명료하다. 윤석열정권에 사과를 받자거나 종교적 의미에서 말하는 회개를 요구하기 위해 모인 것이 아니다"며 "우리는 윤석열 정부의 실격을 선언한다. 나라의 존립을 흔들어 놓은 정부의 퇴진을 요구한다. 우리의 소중한 이웃들, 정의와 평화의 참된 민주주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다"고 말했다.
하 신부는 "윤석열정부는 자신의 권좌를 지키기만 하고 있다. 자신은 헌법과 법률을 무시하면서 국민한테는 법을 지켜라고 한다. 미신에 빠져 민족과 국가의 대사를 거스르고 있다"고 말했다.
배진구 신부(성사전담사제)는 강론을 통해 윤석열정부의 퇴진을 강조했다. 배 신부는 "4·19를 이틀 앞두고 천주교 마사교구에서 시국미사를 개최한다. 마산은 가히 대한민국 민주화의 성지라고 해도 모자람이 없다"며 "역사를 거슬러 올라갈 필요 없이, 한국 민주화의 효시인 3·15에 이어 부마항쟁, 6월항쟁이 마산에서 중심이거나 도화선이 되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배 신부는 "후보 시절부터 실언과 실수를 연발하고 텔레비전 토론에서 무지함을 알아차렸지만 그래도 국민의 정당한 권리를 통해 선출되었기에 주변 훌륭한 분들과 소통해서 국정을 잘 수행하기를 바랬다"며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지금 인터넷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퇴진해야 하는 23가지'라는 글이 도배가 되고 있다. 읽어보니 틀린 말이 아니라 모두 머리가 끄덕여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배 신부는 "대통령실 도청 사건이 벌어졌다. 우리 안방이 털렸다. 정부 보안만 새어나간 것이 아니라 국가 주권이 침해당하고 있음에도 대통령실의 해명과 변명은 궁색하기 짝이 없다"고 했다.
윤 대통령에 대해 배진구 신부는 "대통령직 직분에 대한 인식이 잘못되었고, 민주주의와 평화에 대한 인식이 잘못되었으며, 교육 문제와 역사 의식이 잘못이고, 나라의 산적한 문제 해결 방법이 잘못되었다"고 했다.
그는 "이 네가지는 저만의 걱정이 아닐 것이다. 우리 모두의 걱정일 것이다. 그래서 우리 모두 마음을 모아 외친다"며 "우리는 자기 직분에 충실한 대통령의 국민이고자 한다. 민주주의와 평화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가진 대통령의 국민이고자 하고, 교육문제와 역사관이 올바른 대통령의 국민이고자 하며, 정의롭고 진실된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대통령의 국민이고 싶다. 이런 바람을 역행하는 대통령과 검찰독재, 친일매국 정부는 퇴진하라"고 외쳤다.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이날 '주인이 해야 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시국미사 마지막에 문화행사가 열렸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진보 활동가의 부인이 연대발언하고, 조형래 민주노총 경남본부장이 발언했다. 김유철 시인이 '어둠 속에서 외치는 말'을 낭송하고, 노래패 맥박이 노래 '광야에서' 등을 불렀다.
▲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4월 17일 저녁 창원마산 창동사거리에서 "친일매국 검찰독재 윤석열 퇴진, 주권회복을 위한 월요시국기도회"를 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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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주인이 해야 한다
항쟁과 혁명
[부마민주항쟁]과 [4.19혁명]의 도화선, 대한민국 최초의 유혈민주화운동 [3.15의거]의 유서 깊은 현장에서 '항쟁'과 '혁명'에 대해 생각한다. 우리 역사에서 나라를 망치는 쪽은 대대로 특권을 누려온 지배층이었고, 되살리는 쪽은 한평생 궂은일을 도맡는 민중들이었다. 온갖 수고와 수모를 견뎌주다가 고비가 닥치면 세상의 죄를 정화하고 인간의 본래 품위를 회복시키기 위해 하느님과 연대하는 일꾼은 우리들, 우리 가운데 있는 보통사람들이다. 마산 시민들은 1960년에 "이승만은 하야하라, 일인독재 물러가라!", 1979년에는 "독재자 박정희 파쑈 물러가라!"고 외쳤다. 이승만 일인독재, 박정희 유신독재가 나라를 더럽히고 나라의 주인들을 못살게 괴롭혔으므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던 것이다. 결국 이 자리에서 시작된 '혁명'으로, 이 거리에서 격렬하게 벌어졌던 '항쟁'으로 나라도 사람도 말끔해졌으며 그 덕분에 대한민국은 전진할 수 있었다.
자유란 무엇인가?
취임사에서 자유, 자유를 서른 번 넘도록 반복한 사람이 있다. 그가 추종하는 전임자들도 자유를 강조했다. 이승만도, 박정희도, 전두환도 "자유민주주의"를 내걸고 권력을 연장하거나 폭압을 변명하였고, 심지어 학살까지 자행하였다. 대답해 보라! 자유가 무엇인가? 자유自由는 '제 맘대로'가 아니라 '자기로 말미암아'라는 뜻이다. 나는 나로 말미암아, 너는 너로 말미암아 그래서 존엄하다는 의미다. 자유자재自由自在라고도 한다. "거침없이 제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말이 아니다. 나는 나로 말미암아 스스로 존재한다는 뜻이다. 묻고 싶다. 당신은 자유로운 자유자재의 인간인가?
미국 정보기관이 대통령실을 도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동맹, 혈맹 그 이상으로 믿고 의지해온 미국이 우리 뒤를 캐고 있다니 씁쓸하지만 대통령실의 대응이 가관이다. 시늉으로라도 화를 낼 법한데 "도청 사실은 터무니없는 거짓… 상당 부분 위조가 됐다… 악의적 도청은 없었다… 미국과 협의하겠다."면서 도둑맞은 자가 되레 도둑을 두둔하고 있다. 한술 더 떠서 언론 자유보다 국익을 먼저 생각하라는 훈계를 빠뜨리지 않는다. 이게 어찌된 노릇인가. 여기저기서 죄다 털리고(기밀, 포탄) 혹은 알아서 먼저 갖다 바치고도(제3자 변제안) 납작 엎드리기만 하는 그를 두고 꼿꼿이 떳떳하게 직립하는 자유자재의 인간이라 말할 사람은 드물 것이다. 뭐가 무서워서 있는 걸 "있다!", 없는 걸 "없다!" 그 쉬운 말도 못하는지 나무라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 뼛속까지 병든 한 영혼이 지금 대한민국의 운명을 틀어쥐고 있다.
어차피 주인이 해결해야 한다
부활 소식을 듣고도 두려워하던 사람들이 마침내 빗장을 풀고 밖으로 나가던 때가 있었다. '자기我相'라는 지상 최대의 장벽을 무너뜨린 사람들이 대거 출현하던 혁명의 그날을 신약성경은 상세하게 기록하고 있다(사도 2,1-47 참조). "나는 그를 모르오."(마태 27,43) 하던 사람들이 우리는 남이 아니니 "한마음 한뜻으로 자기 재물을 자기 것이라고 주장하지 않고 모든 물건을 공동으로 소유"(사도 4,32) 하자며 '한살림'을 하기 시작했다. 생명의 실상을 자각한 이후 생겨난 놀라운 변화였다. 하느님과 사람, 나와 너, 사람과 자연이 둘로, 셋으로 가를 수 있는 별개가 아니라 하나에서 나온 하나다. 네가 없으면 나도 없다는 깨달음은 실로 성령의 불꽃이 지핀 위대한 통찰이었다. 너 따로 나 따로 살던 과거를 부끄러워하는 일이 회개요, 본래부터 하나이니 하나로 더불어 사는 '한살림'이 하느님 나라다. 이와 같이 저만 알고 저만 위하는 망상에서 깨어날 때 대한민국은 오늘의 파국에서 탈출할 수 있다.
건강한 사회라면 유력 계층일수록 사회를 보호하는 데 책임감을 느끼고 공익을 중시할 것이다. 소속 사회를 보전함으로써 가장 큰 혜택을 지속적으로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현실은 그렇지 않다. 1910년 한일병탄 이래 정상사회의 지도층이 갖춰야 할 도덕성을 가벼이 여기고 이기심에만 매달리는 사람들이 득세하는 풍토가 만들어졌던 것이다. 민족의 장래를 스스로 찾아 나갈 지도층을 육성하는 대신 일본의 이해관계를 대변할 협력자 집단을 키워 내는 것이 식민지 교육의 목표였던 바 그 흐름은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러면 어찌할 것인가? 세 들어 사는 사람이 더럽힌 집을 청소할 이는 오직 주인뿐이다. 동네 논밭 다 떠내려가게 생겼을 때, 앞뒤 가리지 않고 뛰쳐나가던 사람들이 결국 나라를 살리고 나라를 지켜왔다는 점을 다시금 생각하자. 우리가 해야 한다. 공정과 상식, 외교, 안보, 경제, 복지, 모든 가치를 무너뜨리는 윤석열의 폭주는 점점 가속될 것이다. 강한 자에게 한없이 비굴해지는 사대事大, 약한 자를 모질게 찌르고 사정없이 구박하는 천대賤待는 점점 심각해질 것이다. 순서만 다를 뿐 우리 모두에게 고통과 불행이 닥칠 것이다.
단결과 연대가 우선이다
당장은 서로 어려움을 알아주고 힘을 합치는 단결과 연대가 우선이다. 여기저기서 얻어맞고 쫓겨나는 사람들이 속출할 것이다. 우리가 노동자들의 설움과 농민들의 한숨을 남의 일로 여기는 한 윤석열의 무모와 무례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주변을 살피고 어루만지자.
젊은이들에게 호소한다. 동료와 '경쟁'하지 말고 불의에 맞서 '투쟁'하는 청년의 마음을 간직해 주긴 바란다.
"물질주의의 유혹에 맞서, 그리고 이기주의와 분열을 일으키는 무한 경쟁의 사조에 맞서 싸우기를 빕니다. 새로운 형태의 가난을 만들어 내고 노동자들을 소외시키는 비인간적인 경제 모델들을 거부하기를 빕니다. 생명이신 하느님과 하느님의 모상을 경시하고, 모든 남성과 여성과 어린이의 존엄성을 모독하는 죽음의 문화를 배척하기를 빕니다."(프란치스코 교종, 2014.8.15. 대전월드컵경기장 성모승천대축일 미사 강론)
▲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4월 17일 저녁 창원마산 창동사거리에서 "친일매국 검찰독재 윤석열 퇴진, 주권회복을 위한 월요시국기도회"를 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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