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별'하자더니 별안간 '공천권 폐지'…전광훈 속내는

박현주 2023. 4. 1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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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훈 영향' 당원 1만~30만명
"당원 시스템 정비·이중당적 조사 필요"

국민의힘과 결별을 선언하겠다던 전광훈 목사가 공천권 폐지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 목사가 공천권 폐지의 대가로 내놓은 카드는 '신당 창당 보류'다. 자신이 신당을 창당하면 국민의힘에 대한 보수 기독교계 표가 떨어질 것이란 자신감을 바탕으로 국민의힘을 압박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 목사는 기독교 정당인 자유통일당을 창당한 인물이다. 17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정당등록현황에 따르면 자유통일당 대표는 고영일씨로 기재돼 있지만, 정치권에선 전 목사가 실질적인 자유통일당 지도자로 보고 있다. 국민의힘에서 전 목사를 향해 "우리 당 공천권은 제3자가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다"고 하는 이유도 그가 국민의힘 당원이 아니라서다.

전 목사는 당초 국민의힘과 '결별 선언'을 하겠다고 기자회견을 예고한 상태였다. 하지만 17일 돌연 태도를 바꿔 이같은 요구와 함께 국민의힘 가입 운동 개시를 선언했다.

전 목사는 이날 배포한 회견문을 통해 "위기에 빠진 자유민주주의 수호의 방도를 제시하려고 한다"며 "전국민적 국민의힘 당원 가입 운동과 공천권 폐지, 당원 중심의 후보 경선이 그것"이라고 주장했다.

그 이면에는 자기 정치적 영향력 기반을 늘리겠다는 취지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전 목사는 2004년 기독교 정당을 창당한 뒤 여러 차례 총선에 도전했지만, 번번이 원내 진입에 실패했다. 전 목사를 추종하는 국민의힘 당원의 수가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광화문 집회 인파 모두를 전 목사의 순수 지지 세력이라 보긴 어렵다는 점에서 전 목사 영향력을 낮게 보는 시각도 있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17일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하지만 정치권에선 그의 영향력과 조직 동원력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시각도 있다. 전 목사는 국민의힘 당원 가입 운동을 통해 자신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당원의 수를 늘려왔다.

전 목사의 영향을 받는 당원 수에 대해선 예측이 제각각이다. 천하람 국민의힘 전남 순천 갑 당협위원장은 최소 1만명의 당원이 전 목사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봤고,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최대 30만명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내놨다. 국민의힘의 책임당원은 현재 80만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엄 소장의 분석이 맞는다면 당원 3분의 1 이상을 전 목사가 좌우할 수 있는 셈이다.

전 목사의 실제 영향력이 예상치보다 적더라도 공천에 일정 수준 이상의 영향력을 끼칠 것이란 우려는 여전하다. 당원 가입 시 거주 지역, 이중 당적 등을 사전에 체크하는 심사 시스템이 없어 전 목사의 신자들이 특정 지역구에 몰릴 경우 일부 지역 공천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우려에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중당적자 전수조사를 주장해왔다. 전 목사가 이끄는 자유통일당에 가입된 채로 국민의힘에 입당 원서를 낸 사람들을 가려내자는 것이다. 정당법 42조는 이중 당적을 금지하고 있다.

다만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 대조 작업에 실제 착수할 가능성은 작다. 국민의힘에서 당원 명부 대조에 나선다 해도, 수사권이 없으므로 자유통일당의 협조를 얻어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우리도 (이중 당적 여부를) 알고 싶지만, 그쪽 당에서 우리 당에 정보를 안 주는데 저 사람이 이중 당적인지 어떻게 아나"라며 "하 의원이 (이중당적자 관련) 법안 좀 발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여전히 전 목사와 선을 긋고 있다. 김기현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 목사의 기자회견과 관련해 "황당무계하기 짝이 없다"며 "도대체 지금 우리 당을 뭐로 알고 그렇게 얘기하는지 모르겠는데 어이가 없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우리 당 공천은 우리 당이 알아서 할 것"이라며 "제3자가 거기에 왈가왈부할 일 아니니까, 다른 당을 창당해서 대표라는 분이 남의 당 일에 왈가왈부하고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건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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