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돈봉투 의혹 사과…송영길 "귀국문제 조만간 입장 발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관련해 17일 공식 사과했다. 윤관석·이성만 민주당 의원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이 실시된 지 닷새만이다. 검찰을 향해선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를 요청한다”라고도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 시작에 앞서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당 대표로서 깊이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아직 사안의 전모가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상황으로 볼 때 당으로서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며 “민주당은 이번 사안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어 “당은 정확한 사실 규명과 빠른 사태 수습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송영길 전 대표에게 조기 귀국을 요청한 사실도 공개했다. ‘돈 봉투 의혹’으로 압수수색을 받은 두 의원과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은 모두 2021년 전당대회 당시 송영길 캠프에서 활동했다. 송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 프랑스로 출국해 파리경영대학원(ESCP) 방문 교수로 체류하며 오는 7월 귀국할 계획이었다.
다만 이 대표는 “이번 사안이 당이 사실 규명을 하기에는 한계가 뚜렷하다”며 당 차원의 진상규명에는 거리를 뒀다. 이 대표는 “민주당은 확인된 사실관계에 따라 그에 상응하는 책임과 조치를 다 할 것”이라며 “이번 사안을 심기일전의 계기로 삼아서 근본적인 재발 방지 대책도 확실하게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가 닷새 만에 고개를 숙인 것은 '총선 악재(惡材)를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란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는 검찰 압수수색 다음날만 해도 “진술을 통해 객관적 진실을 왜곡·조작하는 검찰의 행태가 일상이기 때문에 잘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전 사무부총장과 윤 의원, 이 의원이 나눈 음성 녹취가 연일 보도되면서 기류가 바뀌었다. 이 대표는 전날 열린 비공개 지도부 회의에서 “이런 문제는 국민 의구심이 커지기 전에 빠르게 사과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고 한다.
눈에 띄는 것은 송 전 대표의 귀국을 요청한 대목이다. 그동안 당내에선 송 전 대표가 대선 경선 과정에서 이 대표를 간접적으로 지원했다는 시각이 많았다. 특히 이 대표가 지난해 6월 송 전 대표가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위해 사퇴한 지역구(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 출마해 당선된 뒤로는 ‘이심송심(李心宋心)’이라는 말도 나왔다.
그런 이 대표가 ‘송영길 귀국’을 언급한 것은 결국 당시 상황을 해명할 사람이 송 전 대표밖에 없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송 전 대표는 이날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이 대표와 어젯밤 통화하면서 이 대표의 말씀을 충분히 이해했고, 내 입장도 충분히 설명해 드렸다”며 조만간 귀국 문제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다만 송 전 대표는 돈 봉투 의혹에 대해선 “모르는 일이고, 어떻게 진행됐는지 검찰이 조사하고 있다니 그 결과를 보고 어떻게 해야 할지를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권칠승 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기본적으로 당 자체조사가 여러 여건상 여의치 않다는 판단이 있었다”며 “‘셀프 조사’가 셀프 면책해주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 데 방해가 될 거란 지도부 판단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필요한 상황이 생기면 당내 조사기구 구성도 검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지도부 관계자도 “당에서 자체 조사기구를 꾸리지 않더라도 상시 활동하는 기구인 윤리감찰단이 이 문제를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이 대표의 공식 사과에도 “결국 지도부가 취한 조치는 아무것도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당 중진 의원은 “이건 검찰에 맡겨둘 게 아니라 선제적으로 조치해야 한다. 당 자체적으로 엄정히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명계 이상민 의원도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공직선거에선 적은 돈이라도 주고받으면 당선도 무효로 하고 출마도 못 하게 처벌받는다”며 “그에 준하게끔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 일각에선 “이제까지 검찰은 못 믿겠다고 비판했는데, 이제 와서 검찰에 맡긴다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소리도 나왔다.
또한 당장 윤관석·이성만 의원의 자진 탈당 내지는 출당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결국엔 두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될 것”이라며 “겨우 당 지지율이 회복 중인데, 탈당·출당이 없이는 방어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비명계에서는 “출당이든 징계든 이 대표가 결단해야 하는 문제인데, 이 대표 스스로가 사법리스크의 족쇄를 차고 있는 데 해결할 수가 있겠느냐”라는 반응도 나왔다.
국민의힘은 총공세를 펼쳤다. 김기현 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주의를 강조하며 온갖 정의로운 미사여구로 국민 표심을 사려고 했던 민주당이 알고 보니 뒤에서는 돈 봉투를 살포하며 금권 선거를 자행했다”며 “국민적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이재명 대표는 돈봉투 사건에 대해 사과할 자격조차 없는 사람”이라며 “수많은 부패혐의와 측근 다섯 명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 사람이 어떻게 국회 제1당의 대표 자리에 버젓이 앉아 있을 수 있나”라고 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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