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NSA 고위관계자 "부부 싸운다고 바로 이혼? 스노든 때와 달라"
"남편과 아내가 다투다가도 장기적 이해관계가 크니까 화해하게 된다. 지금 동맹국 간에는 불편한 순간이지만 이혼은 없을 것이다."
미국 국가안보국(NSA)에서 최고법률고문을 지낸 글렌 거스텔은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한국 등 동맹에 대한 미국의 도청 의혹 논란이 어떻게 진행될 것 같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인터뷰가 진행된 14일(현지시간)은 기밀 문건 유출 혐의로 21세의 메사추세츠 주방위군 잭 테세이라가 연방수사국(FBI)에 체포된 이튿날이었다.
거스텔은 그간 많은 기밀 유출 사건을 봤지만, 적국이나 언론사에 문건을 보내 어떤 정치적 목적을 이루려 한 게 아니라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역대 최악의 유출 사건이라고 할 순 없겠지만, 그간 미국이 러시아 등 적국으로부터 어떻게 정보를 빼왔는지가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점에선 매우 심각한 사건이라고 했다.
또 "상당수 문건이 조작됐다"는 한국 정부의 평가와 달리, 거스텔은 여러 정황으로 판단할 때 "문건 대부분이 적법하게 작성된 진짜(Legitimate and genuine)이며 미국 정부가 도난당한 문서라고 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대부분 동맹과 우방이 서로 장기적인 전략적 이해관계가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유출 사건에 대해 상대적으로 조용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때문에 6개월 뒤면 이 문제에 대해 걱정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도 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Q : 이번 기밀 유출 사건이 과거와 다른 점이 있다면.
A : "1971년 베트남전 관련 비밀문서를 폭로한 대니얼 엘즈버그부터, 2009년 위키리크스에 군 기밀을 흘린 첼시 매닝, 2013년 에드워드 스노든(전직 정보 요원)까지 모두 정치적인 주장을 위한 유출이었지만, 이번은 매우 이례적이다. 자신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재미로 일을 저질렀다."
Q : 과거 사건 때만큼 심각한 유출인가.
A : "그렇진 않다. 그러나 문서 내용이 너무 구체적이어서 러시아 등에 정보가 어디서 나온 것인지 단서를 줄까 걱정된다. 출처가 사람(정보원)이라면 찾아내 고문하거나 죽일 수도 있고, 기술이라면 네트워크를 끄고 통신방식을 변경할 수도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문건을 보고 미국의 정보력에 놀랐다고 하는데, 이제 미국이 한동안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 대해 지금 같은 통찰력을 갖지 못할 수 있다. 미국이 동맹과 우방을 염탐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도 문제다. 중국의 스파이 활동에 맞서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힘을 모아야 하는 상황에서 재를 뿌리는 일이다."
Q : 2013년 도·감청 의혹이 제기됐을 때처럼 미국 대통령이 동맹에 사과할까.
A : "2013년 이후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 당시에는 충격이 컸지만, 오히려 스노든의 폭로로 정보기관들이 서로를 감시하는 게 사실이라는 점이 드러났다. 남편과 아내가 사소한 일로 다투다가도 장기적인 이해관계가 더 크다는 것을 알고 화해하게 된다. (미국의) 전 세계 동맹과 우방도 장기적인 전략적 이해관계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 정보 유출에 대해 상대적으로 조용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한국에 대해선 미국의 초당적 지지가 있다. 6개월 뒤면 이 문제에 대해 걱정하지 않게 될 거라고 본다. 은폐하겠다는 게 아니다. 미국은 동맹국과 명확한 의사소통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동맹국 간에 불편한 순간이지만 이혼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Q : 유출된 문서가 상당수 조작됐다는 주장도 있다.
A : "모든 문서를 보지는 못했지만, 공신력 있는 매체들이 이를 보도했다. 또 일부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보도에 참여한 기자들도 모두 신중하고 정직한 이들이다. 나 역시 (유출된) 문건 대부분이 적법하게 작성된 진짜이며 미국 정부가 도난당한 문서라고 볼 것이다. 일부는 어떤 식으로든 변경되거나 조작됐을 가능성도 여전히 있다. 러시아 병력과 사상자와 관련된 부분이 그렇다."
Q : 이런 범죄가 또 발생할 가능성이 있나.
A : "굳이 답하자면 그렇다. 불법 마약이나 아동 포르노, 기밀문서 등이 인터넷의 어두운 구석에서 돌아다니고 있다. 하지만 디스코드나 왓츠앱 등 비공개 대화방은 다른 사람이 들여다볼 수 없다. 정부 역시 수정헌법 4조에 따라 개인 계정을 감시하는 게 금지돼 있다. 그게 지금 우리 시스템이지만, 우리가 가진 가치다. 자유와 사생활 보호를 위해 지불하는 대가로 이런 사례는 또 발생할 수 있다."
Q : 일각에선 테세이라가 진범이 아니라는 음모론도 있는데.
A : "현재까지 드러난 바로는 배후에 누군가 있다는 흔적이 없다. 만약 외국에서 시도한 일이라면 모든 문서를 아무도 볼 수 없는 인터넷 공간에 몇달 동안 비공개로 놔뒀을 이유가 없다. 정보가 공개되는 것도 다른 나라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 (테세이라의 범행이라는 점이) 명확하고 그게 정답이라고 본다."
워싱턴=김필규 특파원 phil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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