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도 긴데, ‘80시간’ 만연한 전공의들…“대책 마련해야”

전공의

주당 80시간 이상 근무가 만연한 전공의(레지던트)의 근무시간을 줄이기 위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전공의들의 과로를 막기 위해 2017년 주 80시간까지 근로할 수 있게 한 ‘전공의 특별법’이 시행됐지만,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안(주당 최대 69시간)과 비교해도 훨씬 긴 데다 일선 병원에선 의료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이조차 지켜지지 않고 있어서다.

김형렬 가톨릭대학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17일 국회에서 열린 ‘2030 전공의 간담회’를 통해 “전공의들도 근로자인 만큼 건강권 확보를 위해서라도 근로시간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미국·캐나다·독일·호주·한국 등에서 진행한 연구를 종합하면 하루 중 8시간 근무와 비교해서 10시간, 12시간 근무할 때 사고 발생 위험은 각각 15%, 38% 증가한다”고 지적했다. “12시간 초과하게 되면 147% 급증한다”고도 덧붙였다.

대한전공의협의회가 발표한 ‘2022 전공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전공의 주 평균 근무시간은 77.7시간으로 나타났다. 주 5일 기준 하루 15.5시간을 근무한 전공의들은 ‘사고 발생 초위험군’에 속하는 셈이 된다. 만성적인 인력난을 호소하는 흉부외과(102.1시간)·외과(90.6시간)·신경외과(90.0시간) 등 과목 전공의들의 하루 근무시간은 이보다 더 심각한 수준이다.

김 교수는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80시간으로 규정한 전공의 특별법이 전공의의 근로시간을 줄이는 데 공헌한 건 맞다”면서도 “역으로 이 법 때문에 근로시간이 더 이상 감소하지 못하고 있다”고 짚었다. 근무시간이 더 줄어들지 않는 이유에 대해선 “의사 수급 부족, 낮은 보험수가에 따른 수련병원의 경영상 어려움 등 복합적”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미국·캐나다·일본·유럽 등 해외에선 전공의 수련비용을 국가가 일부 부담하는데 김 교수는 “우리나라도 이런 방향으로 갈 수 있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상걸 경북대 외과 교수는 “낮은 필수의료의 수가가 높아지면 병원 경영상의 여유가 생기고 자연스레 전공의의 수련환경이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조언했다.

전공의 1인당 환자수를 15명 내외로 제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지난해 12월 전공의 대상으로 실태조사한 결과, 전공의 1명이 정규 근무 시 주치의로 담당하는 환자 수가 21~30명, 31~40명이 된다는 응답은 각각 16.0%, 4.4%였다. 전공의 4명 중 1명은 최소 21명의 입원 환자를 돌본다는 얘기다. 강민구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은 “당직 근무를 하는 야간에는 100명 넘는 환자를 돌보는 경우도 있다”며 “이는 환자 안전에도 위협이 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했을 때 풍선 효과 고려도”

다만 전공의들의 수련 환경을 개선했을 때 펠로우·교수 등 다른 의료인력의 업무가 늘어나게 되는 ‘풍선 효과’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한석문 젊은의사협의체 보건정책위원회 위원(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임상강사)은 “전공의와 달리 젊은 교수, 임상강사 등 제도적 사각지대에 있는 의료인력도 많다”며 “전공의의 업무 부담을 1차적으로 흡수할 의료인력이 충분한지, 이들의 근로 요건은 어떤지 체계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