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이크도 없었다"…무차별 확산되는 10대 여성 극단선택
10대 여성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장면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송출해 경찰이 진상 파악에 나섰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SNS가 ‘베르테르 효과’(유명인이 극단적 선택을 할 경우 이를 모방하는 현상)의 매개가 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극단 선택 영상 확산에도…삭제 처리에는 1주일 걸려
사건 당시 라이브 영상을 실시간으로 지켜본 이는 20여명 가량이었다. 하지만 이후 녹화본이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무차별적으로 확산하며 영상을 접한 이들 다수가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SNS에 누군가 해당 동영상을 공유하면서 우연히 영상을 보게 된 한 네티즌은 “사람이 죽는 영상인데도 모자이크 처리가 하나 없었다. 손에 땀이 났고 하루종일 동영상의 장면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경찰은 디시인사이드에 협조요청을 보내 자체적으로 관련 사진이나 영상을 내리도록 조치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통해 삭제를 요청하고 자체 모니터링을 부탁하고 있지만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 외국계 회사의 경우 삭제까지 1주일 이상 걸리는 등 조치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방통심의위 관계자는 “우리가 직접 삭제하거나 강제할 권한이 없기 때문에 인터넷사업자나 망사업자 등에게 해당 URL이 문제가 있다는 걸 공문으로 보낸다. 이에 삭제까지 필요한 시간이 약 1~2주일”이라고 설명했다.
SNS 통해 무차별 확산…심리적으로 취약한 이들에게 치명적
전문가들은 유명인이 극단적 선택을 할 경우 이를 모방하는 이른바 ‘베르테르 효과’와 유사한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한국에선 베르테르 효과는 유명인이 자살했을 때뿐만 아니라 일반인끼리 서로 영향을 미치는 횡적인 효과도 발생한다. 청소년들은 더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연구결과도 많다”며 “적극적 행정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상훈 한국생명의전화 원장은 “이런 영상 공유는 죽음을 부추기는 행동들이다. 충격적인 사건들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기억되고 자기가 그렇게 하고 싶은 충동을 만드는데 이는 긍정적 사건과 부정적 사건 모두 마찬가지”라며 “특히 상황이 잘 풀리지 않는 사람들이 동기화돼서 이런 사건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 플랫폼들과 협약을 맺어서라도 제재하는 장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앱,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김민정·최서인 기자 kim.minjeong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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