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제 개편' 기약없는 표류…고용장관 "국민 의견 듣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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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식 장관 “6000명 대규모 설문조사 실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저희가 많이 부족했다”며 “당초 개편안은 장시간 노동을 조장하는 것이 아니고, 실근로시간 단축이 목적이었는데 (반발이 많아) 안타깝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간담회는 근로시간제 개편안의 입법예고 기간 종료에 맞춰 이뤄졌다.
앞서 고용부는 지난달 6일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주‘에서 ‘월·분기·반기·연’로 확대하는 근로시간제 개편안을 발표했다. 당초 정부는 입법예고 기간을 거쳐 오는 6~7월 중에 국회에 입법안을 제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MZ세대를 중심으로 ‘장시간 근로를 조장한다’는 반발이 커지자 윤 대통령은 발표 8일 만인 지난달 14일 보완 지시를 내렸다. 이후 이 장관은 ‘MZ노조’로 불리는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를 비롯해 각계각층 관계자들과 41차례의 회동을 갖고 의견수렴에 나섰다.
고용부는 입법예고 종료와 무관하게 당분간 현장 의견을 더 모으겠다는 계획이다. 이 장관은 “객관적인 의견 수렴을 위해 6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FGI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올바른 노동시간 개편에 대해 묻는 방향이 될 것이고, 세대·업종·직종·노사의 의견을 모두 포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이 장관은 1987년 노동자 대투쟁 당시 서울대 사회과학 연구소에서 실시한 대규모 설문조사 이후 최대 규모가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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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어지는 개편안…경영계 “현장 혼선 가중”
하지만 입법예고 기간이 끝나도록 뚜렷한 보완 방향조차 제시하지 못한 데 대해 ‘늑장 대처’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지난달 예고했던 대국민 설문조사도 아직 문항 설계도 완성되지 못한 상황이다. 정부는 오는 7월까지 의견수렴을 마무리 지을 계획이지만, 기존 개편안에서 변경되는 내용이 많다면 다시 한번 40일간의 입법예고 기간을 거쳐야 한다.
이에 따라 개편안에 맞춰 경영 계획을 조율해야 하는 일선 현장에선 혼선이 가중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황용연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정책본부장은 “지금도 조선업이나 건설업과 같은 수주산업은 매일같이 경직된 근로시간제에 따른 경영상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며 “조속히 개편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경기도에 위치한 한 중소기업 대표 A씨는 “(현재 논의되는) 주 최대 60시간 상한(캡)이 적용되면 유연화 의미가 퇴색될 우려가 있는데, 여전히 이 부분에 대한 명확한 언급이 없어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우여곡절 끝에 새 개편안이 마련되더라도 ‘산 넘어 산’이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거야인 더불어민주당의 협조 없이는 법안소위조차 통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대국민 설문조사에서 반대 여론이 훨씬 크게 나온다면 추진 동력 자체를 상실할 우려도 있다. 이 장관은 “근로시간 개편안을 보완하는 과정에서 절자척 정당성을 확보된다면 야당도 설득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내용 완성도가 높아지고 국민이 우려할 부분이 없어진다면 (개편 시점이) 계획보다 늦어져도 결과적으로 잘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노동계의 반발도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양대노총은 근로시간제 개편안의 ‘전면 폐기’ 주장과 함께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의 위원직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권 교수가 지난해 전문가기구인 ‘미래노동시장연구회’ 좌장으로서 현 정부 노동개혁안의 골격을 세웠다는 이유에서다. 권 교수는 노동시장 이중구조·임금체계 개편 문제를 다루는 상생임금위원회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세종=나상현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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