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펫푸드’ 품질 논란, 해결책 없나 [멍멍냥냥]

이해림 기자 2023. 4. 17.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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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사료에 플라스틱·비닐 조각 등 이물질이 혼입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펫푸드 생산 공정을 자동화해 생산 전 과정을 추적 관찰하려는 시도가 일어나고 있다. 사진은 이물질로 추정되는 파란 물질이 끼어 있는 동물 사료./사진=네이버 카페 ‘고양이라서 다행이야’ 캡처
‘사료를 한알 한알 다 확인해서 먹일 수도 없고…’

반려동물 사료에 이물질이 혼입된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대부분 사료 한 알에 금속·플라스틱·비닐 조각이 함께 엉긴 형태다. 파리 시체나 파리 알 등이 사료와 섞여 있는 경우도 종종 보인다. 사료 자체의 품질이 문제시되는 경우도 있다. 고형 사료인데도 지나치게 잘 부스러진다거나, 갓 뜯었는데도 비린내가 역하다는 식이다. 포장재엔 고기 그림이 커다랗게 들어가 있는데, 원재료 표시란을 보면 고기 비중이 높지 않은 사례도 있다. 동물을 가족처럼 생각하는 반려인들에겐 불안한 일이다. 시장 성장에 비해 품질 향상은 더딘 펫푸드, 그 원인과 해결 방안은 무엇일까.

◇사료서 이물질 나와도, ‘공정상 불가능하다’ 답변 듣기 일쑤

이물질 건으로 사료 회사에 민원을 제기한 소비자는 대부분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한다. 사료표기법에 따라 용기나 포장재에는 사료 생산에 관련된 각종 정보를 표기해야 한다. 현행법이 규정하는 의무 표기 사항은 ▲사료의 성분등록번호 ▲사료의 명칭 및 형태 ▲등록성분량 ▲사용한 원료의 명칭 ▲주의사항 ▲사료의 용도 ▲실제 중량 ▲제조(수입) 연월일과 유통기한 ▲제조 공장 주소 등이다.

문제는 이물질이 혼입된 경로를 이 정보만으로 파악할 수 없단 것이다. 펫푸드 전문 업체 우리와 생산팀 윤관식 팀장은 “보통은 사료 포장재에 생산 일자만 표기하는데, 그러면 그날 공장에서 생산한 전체 사료 중 몇 번째에서 몇 번째 사료까지 문제가 있는 것인지를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정확히 몇 번째 사료가 문제인지 모르니, 생산 공정 어디가 언제부터 말썽이었는지 공장으로서도 역추적하기가 어렵다. 문제가 파악되지 않으니 소비자에게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게 된다. 생산 설비 특성상 해당 이물질이 사료에 혼입되는 게 불가능하다고 말이다.

◇육분 비중 높지만 ‘생고기’ 사용한 양 소비자 호도하기도

어떤 원료가 주로 사용됐는지 알기 복잡하다는 것도 문제다. 다수 사료업체에선 생고기 대신 육분(고기분말)으로 사료를 만든다. 도축장이나 육가공 공장에서 나오는 부산물을 분말로 가공한 게 육분이다. 생고기는 ‘생닭고기’ ‘Fresh Chicken’ 등으로, 육분은 ‘계육분’ ‘닭고기분’ ‘Chicken Meal’ 등으로 원재료 표시란에 표기된다.

몇몇 제품은 육분 사용 비율이 더 높음에도 생고기가 주원료인 양 소비자를 호도하곤 한다. 제품 앞면에 닭고기 사진을 크게 넣어 뒀지만, 원재료 목록엔 계육분이 첫 번째, 닭고기가 세 번째로 표기된 식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고시한 ‘사료의 표시 기준’에 의하면, 모든 원료의 명칭은 배합비율이 높은 순서대로 표시해야 한다. 함량이 2% 미만일 때만 함량 순서에 따르지 않고 표기할 수 있다. 전자에 해당한다면 생고기보다 육분 함량이 높은 것이고, 후자에 해당한다면 생고기가 들어가긴 했지만, 전체 원료 중량의 2%도 차지하지 못하는 셈이다. 이러나저러나 ‘생고기를 사용한 사료’라고 홍보하기엔 문제가 있다.

물론, 육분으로 만든 사료가 동물의 몸에 해로운 건 아니다. 그러나 육분 사료가 생고기 사료보다 고품질이라 할 순 없다. 반려동물의 건강 측면엔 분명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와 연구개발(R&D)센터 매니저인 서울대 단위동물 영양학 박창우 박사는 “생고기 사료와 육분 사료를 동물에게 장기간 급여한 후 소화율과 변의 질 등 여러 건강 지표를 비교해보니, 생고기 사료를 먹었을 때 상태가 더 좋았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며 “육분을 쓴 사료든 생고기를 쓴 사료든 눈으로 봤을 땐 별 차이가 없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반려동물의 건강엔 분명 차이가 나타난다”고 말했다. 

◇몇몇 업체 자정작용 나서… ‘전 제품 품질 책임제’ 도입이 한 예

이런 문제를 펫푸드 산업계에서도 인식하고 있다. 일부 업체는 스스로 자정작용에 나서기도 했다. ‘전 제품 품질 확인제’를 도입한 우리와가 한 예다. 제조 실행 시스템(MES)으로 제품 생산의 전 과정을 자동화해, 완제품에 문제가 생길 시 문제의 원인을 추적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올 3월부턴 제품 포장재에 생산 책임자의 이름을 표기하기 시작했다. 생산 공장의 위치만 표기하는 것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조치다. 생산팀 윤관식 팀장은 “생산 책임자 이름을 표기해 개별 제품의 신뢰도를 높이고, MES 시스템을 도입해 해당 사료가 당일 몇 번째로 생산된 것인지, 몇 시에 어떤 공정을 거쳤는지, 언제 들여온 원료를 사용했는지 모두 추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원료 품질에 대한 소비자 불신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원재료 표시란의 ‘생고기’ ‘육분’ 표시를 제대로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활자화된 정보만으로 품질을 가늠하는 덴 한계가 있다. 이에 우리와는 소비자가 공장에 방문해 제품 생산 과정을 지켜볼 수 있게 할 예정이다. 기자가 가서 둘러본 펫푸드 공장은 꼭 반도체 공장 같았다. 생산 공정을 볼 수 있도록 크게 틔어놓은 유리창 너머로, 위생복으로 중무장한 사람들과 반질반질한 스테인리스 기계가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설비 제어실에선 생산 공정을 거치는 중인 펫푸드를 직접 시식해볼 수도 있었다. 생고기와 콩 등 사람이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좋은 재료를 사용한다는 걸 직접 확인하기 위함이다. 제품 샘플을 제어실에서 주기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도록 설비를 갖춰놓아 가능한 일이다.  

설비가 좋아져야 제품의 품질도 좋아진다. 윤관식 팀장은 “비용 부담을 감수하고서라도 설비에 투자해야 다른 업체들도 설비 경쟁에 참여하고, 이로써 펫푸드 전반의 품질이 상향 평준화될 것”이라 말했다.
공장 방문객들이 갓 만들어진 펫푸드를 시식하고 있다./사진=이해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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