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친이 좋다고 해보래”… 한국 10대들 펜타닐 무방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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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친구가 기분 좋아진다고 한번 해보라고 하더라." A씨는 최근 고등학생 딸(16)이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딸과 교제 중인 남학생이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의 한 종류인 '펜타듀르 패치'를 권했다는 것이다.
A씨 딸의 남자친구 역시 온라인 거래로 펜타닐 패치를 구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의원의 경우 27개월간 환자 1명에게 한 달에 9번 꼴로 펜타닐 패치를 처방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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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판매상 접촉하니 30분 안 돼 구매 가능
“위험성 알리고, 접근 차단해야”
“남자친구가 기분 좋아진다고 한번 해보라고 하더라.” A씨는 최근 고등학생 딸(16)이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딸과 교제 중인 남학생이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의 한 종류인 ‘펜타듀르 패치’를 권했다는 것이다. A씨는 “펜타닐이 뭔지 이번에 찾아봤다. 위험한 마약성 물질을 미성년 학생이 갖고 있는 것에 놀랐고, 그걸 아무 문제의식 없이 주변에 권하는 것에 더 놀랐다”고 했다.
극소량으로도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위험한 마약성 물질 펜타닐이 10대에까지 퍼지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좀비 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은 치사량이 2㎎에 불과한 데다 헤로인의 100배에 달하는 중독성을 갖고 있다. 이런 위험성 때문에 펜타닐 성분이 들어간 펜타닐 패치 역시 의사의 처방을 받아 소량을 장시간에 걸쳐 사용해야 하고 미성년자에게는 투약이 제한된다. 그런데 국민일보가 직접 확인해보니 온라인상에서는 미성년자라도 쉽게 접근 가능할 정도로 관리에 구멍이 나 있었다.
지난 13일 펜타닐 패치를 구하는 청소년으로 가장해 온라인 판매상에게 접촉하자 30분도 걸리지 않아 구매 직전 단계까지 갈 수 있었다. 패치 1장에 15만원을 요구한 판매자는 “미성년자인데 괜찮은가”라는 질문에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을 보이며 지정하는 계좌로 돈을 송금할 것을 재촉했다. 미성년자라 계좌가 없다고 답하니 “현금자동인출기(ATM)로 입금하면 된다”며 ATM 거래에 사용할 ‘82년생’ 주민등록번호를 제공했다. “‘던지기’로 안전하게 받을 수 있다”며 안심시키기도 했다.
A씨 딸의 남자친구 역시 온라인 거래로 펜타닐 패치를 구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성인이 의료기관에서 펜타닐 패치를 처방받은 뒤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해 유통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8월 발표된 식품의약품안전처 ‘마약류 진통제 오남용 처방 등 점검’ 결과에서 의료기관 34곳과 환자 16명이 적발된 바 있다. 한 의원의 경우 27개월간 환자 1명에게 한 달에 9번 꼴로 펜타닐 패치를 처방한 것으로 조사됐다.
청소년이 직접 펜타닐 패치를 처방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식약처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에 따르면 10대 이하에게 펜타닐 패치가 처방된 사례는 2018년 2814건, 2019년 4111건, 2020년 3801건, 2021년 2965건으로 나타났다. 식약처가 2021년 5~6월 합동점검을 실시한 결과 10~20대 환자에게 펜타닐 패치를 오남용 처방한 것으로 의심되는 의료기관 34곳이 적발되기도 했다.
일부 청소년들은 펜타닐 패치를 돈벌이 수단으로 쓰기도 한다. 시중에서 유통되는 펜타닐 패치는 한 통(10장 들입)에 15만원인데 장당 15만원으로 웃돈을 얹어 되파는 식이다. 1장을 또 다섯 조각으로 나눠 한 조각당 3만원에 팔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펜타닐 패치가 ‘청소년 세계’에 침투하는 것을 막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조성남 국립법무병원장은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이런 내용이 공유되면 파급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며 “‘이런 게 있으니 한 번 하자’는 식으로 한 부분만 얘기하는데, 얼마나 위험한 약인지 알리고 접근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경찰청은 17일부터 다음 달 말까지 ‘청소년 마약관련 범죄첩보 집중 수집기간’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청소년이 대상이 되거나 청소년이 마약 범죄의 수단으로 이용되는 경우에 대해 중점적으로 첩보를 수집해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성윤수 김재환 기자 tigri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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