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제휴위, 소명하라더니 구체적 사유도 안 알려줘"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이영광 기자]
▲ 박동희 스포츠춘추 대표기자 |
ⓒ 이영광 |
스포츠 탐사 전문 매체인 스포츠춘추는 지난해 11월 21일, 네이버·카카오뉴스평가제휴위원회 '뉴스제휴사' 계약 해지 통보에 반발하며 네이버와 카카오를 상대로 '계약종료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통상 가처분 결과는 빠르면 일주일 이내 늦어도 2개월을 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스포츠춘추의 가처분 신청 결과는 5개월여가 넘어가는 현재까지 나오지 않고 있다. 사건의 본질이 무엇인지 듣기 위해 지난 12일 서울 용산역에서 박동희 스포츠춘추 대표기자를 만났다. 다음은 박 기자와의 일문일답.
- 가처분 신청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유가 무엇일까요?
"저도 의문이에요. 법조계에서도 매우 이례적이라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이게 본안 소송이 아니라 가처분 신청이기에 길어도 두 달 이내에 결과가 나와야 하는데, 저희는 무려 5개월이나 흘러가고 있어요. 서울중앙지법 민사 50부에 질의를 할 때마다 답변이 다 달라요. 처음에는 '지금 판사들이 집중해서 사건을 들여다보고 있다', 다음엔 '지금 가처분 신청이 밀려서 시간이 더 필요하다', 그리고 최근에는 '판사 세 분이 의견이 일치해야 되는데 서로 의견이 좀 다르신 것 같다', 이런 답변을 내놓는데... '판사님들 서로 의견이 다르다'는 얘기를 한 달째 듣고 있어요."
- 이 사건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 부탁드려요.
"2016년 3월부터 'MBC SPORTS+뉴스(아래 엠스플뉴스)를 실질적으로 운영했던 저와 스포츠춘추 소속 기자들이 2021년 11월 인수했어요. 제가 대표로 있는 스포츠춘추는 2022년 1월부터 엠스플뉴스 뉴스제휴 서비스를 이어받아 네이버, 다음에 정상적인 뉴스제휴 서비스를 해왔어요. 그러다가 2022년 11월 갑자기 뉴스제휴위에서 저희가 심사에서 탈락했다는 이유로 스포츠춘추를 검색 제휴사로 강등시켰죠."
- 강등 이유가 뭐라고 하나요?
"평가 점수가 80점 이상이어야 하는데 80점에 4점 정도가 미달하는 76점이어서 탈락했다고 하더군요. 여기서 중요한 건 탈락의 사유가 전혀 나와 있지 않았다는 겁니다."
"전원회의에 들어가기 전 뉴스제휴위 네이버 담당인 윤OO 부장한테 물었어요. 그랬더니 '2021년 11월 기존 엠스플뉴스가 스포츠춘추로 매각되지 않았느냐? 언론사 제호와 소유자가 바뀌면 재평가 대상이 된다'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되물었죠. '2021년 11월 엠스플뉴스를 인수해 2022년 1월부터 네이버, 다음에 뉴스제휴 서비스를 했다. 2022년 10월이 돼서야 언론사 제호와 소유주가 바뀌었으니 재평가받으라고 하는 게 말이 되나'고 따졌죠. 그러니까 제휴위원들에게 직접 물어보라고 하더군요."
▲ 네이버 측 뉴스제휴위가 2022년 10월 14일 전원회의 출석 이틀 전인 12일에 보낸 메일 |
ⓒ 박동희 제공 |
- 전원회의 참석 전에 '재평가'와 관련해 안내받은 게 있습니까?
"전원회의 참석 전에 뉴스제휴위로부터 이메일이 왔는데, 전원회의에 참석해 소명하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이메일엔 무엇을 소명해야 하는지 아무 안내가 없었어요. 안내가 나와 있어야 제가 소명 자료를 준비할 거 아닙니까. 전원회의 참석조차 이틀 전에 통보받았어요. 그런데 놀랍게도 제가 출석을 하니까 전원회의에 참석한 제휴위 위원들이 절 보면서 '스포츠 춘추는 재평가 대상이 아닙니다' 하더군요. 그리고 '여기서 무슨 말씀하셔도 당장 불이익을 받는 건 없습니다'라고 하더군요."
- 재평가 대상이라고 했는데, 가니까 아니라고 했다고요?
"복수의 뉴스제휴위원들이 '이 자리는 스포츠춘추를 재평가하는 게 아니다. 재평가 대상이 될지 말지 결정하는 자리다'라고 하더라고요. 복수의 제휴위원이 그런 말을 할 때 그게 사실이 아니라면 제휴평가위원장이나 네이버, 다음카카오 관계자가 사실관계를 바로잡아야 했어요. 하지만 아무도 그러지 않았어요."
- 그때 분위기는 어땠나요?
"다들 당황해 하는 분위기였어요. '스포츠춘추가 재평가 대상인지 아닌지 알려달라. 이 자리에서 소명하라고 하는데 제가 뭘 소명해야 하는지 전혀 안내받은 바가 없다'라고 하니 다들 당황했죠. 그리고 더 중요한 건 다음입니다. 2016년 4월 엠스플뉴스가 네이버, 다음카카오와 뉴스제휴를 맺습니다. 그때 양대 포털은 메이저리그 중계권자인 MBC로부터 메이저리그 동영상을 받아야 했어요. 그래서 뉴스 제휴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네이버, 다음카카오와 MBC플러스가 작성한 계약서를 보면 메이저리그 중계권과 뉴스제휴 계약은 하등의 관계가 없어요. 메이저리그 중계권이 사라지면 뉴스제휴 계약이 해지된다는 조항 같은 건 있지도 않았어요.
그런데 전원회의에 참석해보니 네이버, 다음카카오 직원들이 뉴스제휴위 위원들을 상대로 '스포츠춘추가 메이저리그 중계권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뉴스제휴 계약을 해지해야 한다'는 식으로 설명하고 있더군요. 그래서 어느 위원이 물었어요. '메이저리그 중계권이 없어지면 뉴스제휴 계약이 해지된다는 내용이 계약서에 있느냐'고요. 그랬더니 네이버 직원이 한참을 망설이다가 '그런 건 없습니다'라고 답변하더군요. 뉴스제휴위 위원들을 기만한 거죠."
- 지금 스포츠춘추는 어떤 상황인가요?
"네이버와 다음카카오가 뉴스제휴 대신 검색제휴를 해주겠다고 했지만, 저희는 거절했어요. 가처분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저희 홈페이지에만 기사를 올리고 있어요. 저희가 검색 제휴를 받아들이는 순간 뉴스제휴위의 결과를 저희가 인정하는 꼴이 되니까. 이렇게 6개월이 흐르다 보니까 재정적으로도 문제가 있지만, 최고 실력과 경험을 갖춘 베테랑 기자들이 하나둘씩 퇴사하고 있습니다."
- 베테랑 기자들이 퇴사하면 타격이 크겠네요.
"저희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스포츠춘추가 성인 만화나 아니면 성적 광고를 하나도 싣지 않는 이유는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서 언론사를 운영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에요. 대한민국에서 스포츠 탐사언론은 저희밖에 없어요. 그 자존심으로 운영을 하는 거예요. 기자들도 우리 스포츠계에 긍정적 영향을 주고, 많은 사람과 공감하기 위해 스포츠춘추에서 일해온 것이었고요.
그런데 우리나라 언론 지형상 네이버, 다음에서 기사를 읽는 사람이 절대다수입니다. 우리 홈페이지에서만 목소리를 내게 되면 그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게 굉장히 제한적이에요. 베테랑 기자들의 경우 단독 보도나 특종이나 탐사 보도했을 때 그 전에 100명이 봤다고 하면 지금은 두세 명밖에 보지 못하니까 상대적으로 굉장히 큰 박탈감을 느꼈을 겁니다."
- 앞으로 어떻게 하실 생각이에요?
"지금까지는 저희 변호사가 판사님의 심기를 건드렸다간 자칫 가처분 신청 결과에 영향을 받을 수 있으니 결과가 나올 때까지 침묵해 달라고 했어요. 참 그 말도 재미난 거예요. 저는 법원의 법률 서비스를 받아야 하는 사람이에요. 제가 판사님을 서비스하는 게 아니고. 법원도 입만 열면 '법률 서비스' 운운하잖아요. 그런데 현실은 아무리 제가 억울해도 저는 판사님들의 심기를 건드려선 안 되는 사람이라는 겁니다. 그렇게 심기를 건들지 않으려고 노력한 게 6개월이에요. 그 사이 계속 기자들이 나가고 있어요. 이제 저는 제 목소리, 우리 언론사 입장을 내려고 합니다."
- 어떤 활동을 하실 예정입니까?
"'네이버'라는 제목의 OTT용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곳이 있어요. 뉴스 재배치, 정치권의 포털 개입, 포털의 정치권 흥정, 성폭력, 기사 사주, 그리고 돈의 행방 등을 찾는 다큐멘터리입니다. 그 다큐멘터리에 참여하려고 합니다."
- 그 다큐는 언제쯤 나올까요?
"내년까지 열심히 뛰어다니려고 합니다. 언론사 대부분이 네이버 이야기가 나오면 피해요. 처음엔 다들 도와주겠다고 하다가도 '윗선' 핑계를 대면서 뒤로 빠져요.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저는 2017년 네이버 기사 재배치 사건을 폭로해봤어요. 무지개를 보려면 쏟아지는 비를 참아야 합니다. 대한민국의 기형적 포털을 바로 잡으려면 다시 빗속으로 뛰어드는 수밖에 없습니다. 2017년 때보다 전 더 잘할 수 있습니다. 이 기사를 읽는 분들 가운데 다큐멘터리 '네이버'에 제보 및 참여, 재정적 도움을 주고 싶은 분이 있다면 언제든 연락주십시오. 제 이메일은 dhp1225@spochoo.com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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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스포츠춘추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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