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밀회한 삼성, MS에 뺏긴다? 구글 패닉 빠지게 한 소식

고석현 2023. 4. 17.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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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검색 페이지. AP=연합뉴스


인공지능(AI) 돌풍에 삼성전자와 구글의 12년 ‘밀회’가 위기를 맞았다. 뉴욕타임스(NYT)는 16일(현지시간) 삼성전자가 갤럭시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기본 검색 엔진을 구글 대신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빙’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검토하자 구글이 패닉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는 2010년 4월 갤럭시A를 출시하며 처음으로 구글 안드로이드 OS를 채택했다. 이때부터 갤럭시에 구글이 기본 검색 엔진으로 탑재됐다. 이해 6월 내놓은 갤럭시S가 선풍적 인기를 끌며 삼성전자와 구글은 ‘환상의 콤비’로 본격 호흡을 맞춰왔다. 삼성전자는 안드로이드를 위해, 구글은 갤럭시를 위해 각각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최적화를 해왔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과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 중앙포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중앙포토


하지만 최근 대화형 인공지능(AI)인 챗GPT가 부상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챗GPT는 오픈AI가 지난해 말 선보인 생성형 AI 모델로, 학습한 정보를 바탕으로 대화하듯 답변을 해준다. 특히 검색 기능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자 MS는 아예 자사의 검색 엔진 빙에 챗GPT를 접목했다.

이후 단단했던 검색 엔진 시장에 균열이 생기는 모양새다. 구글은 전 세계 검색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하고 있었는데, MS 빙 사용자가 눈에 띄게 늘기 시작한 것이다. NYT는 구글이 지난해 검색 엔진을 통해 1620억 달러(약 212조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23일 정보분석업체 시밀러웹을 인용해 지난 2월 7~20일 빙 방문자 수는 15.8% 늘었지만, 구글 검색은 1% 가까이 줄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NYT는 “삼성이 검색 엔진 변경(구글→빙)을 고려하는 이유가 분명하지 않지만, 협상이 진행 중이고 구글을 유지할 수도 있다”며 “하지만 매년 수억 대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만드는 삼성이 검색 엔진 변경을 고려한다는 것만으로도 구글엔 큰 충격이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검색 엔진 변경을 추진 중인지 현재로썬 확인이 어렵다”고 밝혔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검색엔진 빙에는 인공지능(AI) 기반 챗GPT가 탑재됐다. AP=연합뉴스


AI 돌풍에 구글도 손 놓고 있던 것만은 아니었다. 미국·영국의 일부 유저를 대상으로 AI 챗봇 ‘바드’를 출시했지만, 아직 빙처럼 검색 엔진에 적용되진 않았다. NYT는 구글이 ‘마기’ 프로젝트에 직원 160여 명을 투입해 기존 검색엔진에 AI 기능을 결합한 새로운 검색 엔진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내달 새 검색 엔진을 공개할 계획이라고 한다.

새 검색 엔진은 기존과 같이 ‘검색형 광고’(검색어를 입력했을 때 결과와 연관된 광고)가 유지되며, 사용자의 요청에 따라 소프트웨어 코딩도 가능하다고 한다. 향후 이미지 검색에서 AI를 활용해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내거나, 숙박 예약 등의 기능도 개발 중이다.

익명을 원한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채택하고 있고, 각 회사와 관계도 있는 만큼 갑작스레 기본 검색 엔진을 ‘빙’으로 바꾸는 게 쉽지는 않아 보인다”며 “다만 AI 검색 엔진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징적 사례 중 하나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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