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안에서' 이미 죽은 이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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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안에서> 는 홍상수가 만든 영화 중에서도 기술적으로나 서사적으로도 외피가 단단하지 못하다. 물안에서>
그런데 강렬한 한 방이 있는 작품이라 결코 그냥 지나칠 수 없다.
형식적으로 이 영화에서 오랫동안 언급될 흐릿한 장면들(실제로는 크게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음)조차 그 물안에서 죽은 채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말하는 것 같아 씁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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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장원 기자]
▲ 영화 <물안에서> 스틸 컷 |
ⓒ 전원사 |
<물안에서>는 홍상수가 만든 영화 중에서도 기술적으로나 서사적으로도 외피가 단단하지 못하다. 그런데 강렬한 한 방이 있는 작품이라 결코 그냥 지나칠 수 없다. 그 한 장면을 보기 위해서 영화는 차근차근 모래성을 쌓아가는데 그 과정은 놀랍게도 간결하다.
이 작품이 그리는 장면들은 지극히 사소한 것들이다. 제주도라는 곳에서 같은 학과 선후배가 함께 단편을 촬영한다는 게 전부이다. 영화를 찍기까지의 대화들과 영화의 내용이 되는 승모(신석호)가 만난 해변에서 쓰레기를 줍는 여성과의 일화가 2/3 이상을 채운다. 그 안에서 영화의 얼개가 형성되고 잔잔하게 인물들을 바라보게 된다.
▲ 영화 <물안에서> 스틸 컷 |
ⓒ 전원사 |
더불어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승모가 찍는 단편의 모티브가 되는) 쓰레기 줍는 여자와의 만남 또한 그 실체를 의뭉스럽게 만든다. 해변 위에서는 관광객들이 웃으며 여행을 즐기고 있는 가운데 해변 자락에 혼자서 봉사를 하고 있는 여인을 보며 승모는 감동한다. 그것이 지상과 지하를 나누는 경계에 선 자신의 모습을 비추는 것 같은데 승모는 그를 통해 좀처럼 가닥을 잡을 수 없었던 작품을 완성해 나간다. 그리고 이전에 경험했던 바닷가로 그대로 빠져들고 싶었던 것들을 엔딩신에 담게 된다.
그런데 그 장면이 영화를 어찌보면 처음부터 다시 생각하게 만들게 하였다. 이전의 유령 혹은 귀신에 대한 에피소드들이 한낱 쓸모없는 것들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했다. 흐릿한 바닷가 안으로 승모가 걸어가고 그의 실체가 사라진다. 다시 올 것만 같았던 승모는 오히려 점점 모습을 감추고 아예 자취를 없애 버린다. 불투명하게 놓인 자기 앞의 생애, 그 속에서 흐릿하게 살아가는 삶의 장면들. 그리고 난 생각해 보았다. 그것이 승모라는 이미 죽은 이의 꿈이었을 수도 있다는 것을.
<물안에서>는 상투적일 수 있지만 현실과 꿈, 지상과 지하, 프레임 밖과 프레임 안이라는 경계에서 숨쉬고 있을 인물을 다룬다. 그곳에서 죽었다고 해도, 살았다고 해도 과하지 않을 인생은 맘껏 좋아하는 것을 해 보는데 그것은 자신의 명예를 위한 것이 된다. 형식적으로 이 영화에서 오랫동안 언급될 흐릿한 장면들(실제로는 크게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음)조차 그 물안에서 죽은 채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말하는 것 같아 씁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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