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개혁’ 밀어붙이는 마크롱 행정부의 결기…한국에 던진 시사점은
표퓰리즘에 모수개혁 미룬 한국과 사뭇 달라
프랑스가 내부의 격렬한 반대에도 연금개혁을 강행하면서 전 세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15일 밤사이 노조의 거친 항의 속에서도 연금개혁법안에 서명했다. 이 개정 법률은 이날 오전 프랑스 관보에 실려 효력이 발생했다.
전날 프랑스 헌법위원회가 연금 수령을 시작하는 퇴직 정년을 62세에서 64세로 상향하는 핵심 내용을 승인한 데 이은 후속 조치다. 헌법위원회는 은퇴 연령을 기존 62세에서 2030년까지 64세로 연장하는 조항이 헌법과 합치한다며 연금개혁법안을 부분적으로 승인했다.
이에 따라 정년 연장 외에 연금을 100% 받기 위해 기여해야 하는 기간이 2027년까지 기존 42년에서 43년으로 늘어난다. 노동 기간이 늘어나는 대신 올해 9월부터 최저 연금 상한선이 최저임금의 85%로 10%포인트 올라간다.
마크롱 대통령의 법안 서명에 노동단체와 시민들이 반발하고 있어 당분간 혼란은 불가피해 보인다. 헌법위원회의 결정 직후 파리시청 인근에 1000명이 넘는 시위대가 몰려들어 반대를 외쳤다. 강경 좌파 성향의 노동총동맹(CGT)은 5월 1일 노동절에 대규모 시위를 벌이겠다고 예고했다.
인기 잃어도 국익 선택하겠다는 마크롱…표심에 개혁 동력 잃은 한국
프랑스의 연금 개혁 추진이 전 세계에 던지는 시사점은 적지 않다. 연금개혁은 모든 경제주체의 고통을 수반하는 것이어서 각국의 많은 정권이 어떻게든 미루는 게 보통인데 마크롱 정부는 재집권 5개월 만에 해묵은 개혁 과제를 놓고 정면 승부에 나섰다.
야당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 입법으로 강행하는 것이라 더욱 주목을 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인기를 잃어도 국익을 선택하겠다”며 연금 개혁에 정치 생명을 걸었다.
각국마다 입법 과정에 차이점은 있겠지만 중차대한 연금 문제에 소극적인 한국과는 사뭇 다르다. 우리나라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민간자문위원회는 연금개혁 초안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논의를 거듭했지만 당초 목표로 했던 지난 1월에 이어 3월에도 초안 마련에 실패했다.
보고서에는 보험료율의 구체적인 인상 폭을 제시하지 못하고 소득대체율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연금개혁 핵심 사안을 제대로 집지 못했다는 지적이 크다. 직역연금·퇴직연금·기초연금 등에 대해서도 개선 방안을 나열하는 수준에 그쳤다.
민간자문위가 이같이 맹탕 보고서를 낸 것은 정치권이 중간에 연금개혁 방향을 튼 것과 무관하지 않다. 당초 민간자문위는 보험료율·소득대체율 수치를 조정하는 ‘모수개혁’을 중점 논의하다가 내부 이견 등에 기초·퇴직·직역연금 등을 다루는 ‘구조개혁’으로 선회했다.
특히 민간자문위에서 구체적인 보험료 인상폭(9→15%)이 거론되자 여야 간사는 보험료 인상을 골자로 하는 모수개혁을 정부 몫으로 돌렸다. 논란이 일자 보건복지부는 “정부안이 아니다”며 일축했다.
국민연금을 유지하기 위해 보험료율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는 정부와 국회가 핑퐁게임을 하며 책임을 미루고 있다는 지적이다.
처음 기대와 달리 정부와 여야가 내년 총선 전 연금개혁에 들어가는 걸 부담스러워하는 모습이다. 국회 특위 활동도 지속할 동력을 사실상 잃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석열 정부의 3대 개혁 과제 중 하나인 연금개혁이 예년과 다르지 않게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처했다.
한 연금 전문가는 “연금개혁은 초저출산율, 초고령사회 등 인구 재앙의 중요한 돌파구로 대통령 책임 아래 조기 대안을 내놔야 할 것”이라며 “크고 작은 가십성 논란을 털고 국가 유지의 근본 과제에 대한 해법을 용기 있게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금특위 야당 간사 김성주 의원은 “특위 기한 연장 여부는 여야 원내 지도부가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면서도 “정부·여당이 연금개혁에 대해 지금과는 다른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대충 시간만 때우고 모면하려는 생각으로는 야당도 들러리만 서게 되는 것일 뿐 (특위 운영이)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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