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에도 아플 땐 쉬는 사회 되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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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제원 기자]
주말 내내 큰 아이가 아팠다. 해열제도 듣지 않는 고열은 네 살 이후 처음이라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큰 아이는 온 식구가 코로나에 걸렸을 때도 끝까지 미감염을 지켜낸 슈퍼 1인인데, 그 미감염 이력으로 열이 날 때마다 병원에서 코를 찌른다.
▲ 물약 세 종류의 물약과 가루약 2종 |
ⓒ 한제원 |
팬데믹을 보내고 일상 회복 단계인 지금, 코로나 시국을 돌이켜보면 좋았던 것이 그래도 있다. 불필요한 회식, 접대가 잠시 사라졌던 것 그리고 아프면 쉴 수 있는 분위기가 그것이다. 회식과 접대가 없어도 회사가 잘 돌아가는 걸 알았으니 일상을 회복하고도 과도한 회식과 접대 문화는 사라지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가장 먼저 회복된 것이 회식과 접대이다. 나 말고 신랑 회사 이야기다.
오미크론으로 대다수 직원이 코로나를 앓고 나자 자연스럽게 회식부터 되살아나서 기가 찼던 기억이 있다. 아프면 쉴 수 있는 분위기도 참 반가웠다. 어린이집 다닐 때부터 아이들이야 열이 나고 기침을 하면 집에서 돌볼 수 있었는데 신랑은 그러질 못했다.
회사는 일단 출근했다가 병원을 가더라도 가야 하는 곳이었고, 아프다고 쉬었다간 영원히 쉴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팽배한 곳이었다. 아파도 나오는 사람이 성실한 사람이었고, 참는 것이 미덕인 곳. 나는 그게 항상 걱정이고 불만이었는데 코로나 시국에는 아프면 쉴 수 있어서, 아니 회사에서 손사래 치며 집에서 쉬라고 해서 그것은 참 좋다고 생각했다.
아프면 쉬는 것. 내가 아플 때 쉬고, 남도 아플 때 쉬는 것, 아파서 쉬어도 회사가 돌아갈 만큼 직원과 일감의 비율이 건강하게 유지되는 것. 그 기본적이고도 당연한 것이 눈치 보이는 곳이 바로 한국의 직장이라 코로나 시기를 거치면서 아프면 쉬는 분위기가 정착되기를 내심 바랐다. 자신과 남에게 조금 더 관대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면서.
그런데 불행하게도 일상 회복과 동시에 회식과 접대, 아프면, 열나면 쉬는 분위기도 회복되었다. 마스크를 벗은 첫 환절기라 그런지 병원마다 감기 환자들이 넘쳐나고, 이번 감기는 엄청 독하면서도 지긋지긋하게 안 낫는다는 게 요즘 엄마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들이다.
3년 동안 마스크를 써서 그나마 바이러스를 걸렀는데 완전히 오픈되면서 특히나 면역이 없는 애들에게 제일 큰 영향을 끼치는 건 아닐까 하고 말이다. 열나고 아프면 등교와 등원, 출근을 자제하던 분위기도 사라져서 더 그럴 거라고 생각한다.
▲ 감기엔 따끈한 국물 이틀 동안 먹는 것이 시원찮더니 이제 따끈한 우동 한 그릇을 찾는다. 나으려는 신호인 것 같아 아주 반가웟다. |
ⓒ 한제원 |
아이가 아파서 입학 한 달 만에 결석을 했다. 신랑은 옛날 사람 인증이라도 하듯 개근상 어쩌고 하여 나에게 또 잔소리를 들었다. 요새 개근상이 어디 있냐고, 아프면 쉬는 거라고 따발총을 쏘아 대는 나를 보며 뜨악한 표정이다. 물론 내가 전업맘이라 가능한 이야기이기는 하다. 맞벌이 가정이었다면 아이 돌봄 휴가란 언감 생심이었을 테니.
아직 다 낫지 않은 아이를 위해 오늘 하루는 다시 병원 진료를 보고 결석을 시켰다. 유치원과 다르게 학교는 결석계를 내야 한다. 결석계에 진료비 영수증을 첨부하며 만약 내일까지도 안 나으면 쉬게 하려고 마음을 먹었다.
이 아이들은 아프면 쉬는 세상을 살았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본다. 비록 아이들의 아빠는 일요일도 출근하고 짬짬이 병원 진료를 보며 직장생활을 이어가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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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브런치에 올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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