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휴전에도 포성 울려 퍼졌다…수단 군벌 충돌, 전면전 우려
북아프리카 수단에서 정부군과 반군이 16일(현지시간) 현재 이틀째 전투를 벌이면서 유혈 사태가 계속되고 있다. 민간인 등 사망자가 60여명에 이르는 가운데 전면적인 내전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국제사회의 우려도 커졌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양측은 이날 3시간 정도 일시 휴전에 들어갔다. 수단 정부군은 성명을 통해 "이날 오후 4시부터 부상자 후송 등을 위한 인도주의 통로를 열기 위해 3시간 동안 휴전하자는 유엔 측 제안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정부군이 반군으로 규정한 준군사조직인 '신속지원군(RSF)'도 이 같은 휴전안에 동의했다면서다.
그러나 휴전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이날 하르툼 국제공항 주변을 포함해 수도 하르툼 곳곳에선 총성과 함께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RSF의 거점이 있는 곳에서도 포성이 울리고 전투기 굉음이 들렸다.
현지 주민은 로이터에 "소음과 흔들림 때문에 24시간 동안 잠을 못 잤다. 양측에서 흘러나오는 가짜뉴스가 너무 많아서 교전이 언제 끝날지, 어떻게 끝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양측은 지난 15일 시작된 이번 교전에 수도권 주변에만 수만 명의 병력을 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차를 비롯한 중화기가 시내 도로에 배치됐고, 하르툼 국영TV 방송국 주변 등 곳곳에서 총성이 이어졌다.
하르툼 공항 활주로에선 착륙하던 항공기가 회항하는 등 혼란이 잇따랐다. 미 민간 위성 업체인 막사 테크놀로지가 16일 공개한 하르툼 공항의 위성사진에는 여러 대의 비행기가 불 타면서 검은 연기 기둥이 상공을 뒤덮는 장면이 포착됐다.
정부군과 RSF 간 교전은 점차 격화하며 다른 인접 도시로 번지는 중이다. 16일 RSF는 하르툼의 대통령궁, 육군참모총장 거처, 메로웨 공항과 엘오베이드 공항 등 주요 국가 시설을 포함해 서부 다르푸르 지역 일부까지 교전 끝에 점령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부군 측은 "모든 전략시설은 정부군 통제 하에 있다"며 "그들의 주장은 모두 거짓"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RSF 측을 "소규모 반군"이라며 즉시 해체를 명령했다. 정부군은 또 전투기를 동원한 공습으로 옴두르만의 RSF 기지를 장악했다고 밝혔다.
이번 교전은 2021년 쿠데타로 집권한 수단 정부군의 압델 파타 부르한 장군과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 RSF 사령관의 권력 다툼에서 촉발된 것으로 관측된다. 양측은 RSF 소속 10만 병력을 정부군에 통합하려는 계획을 둘러싸고 지휘 체계 등 세부사항을 놓고 반목해 왔다.
이들은 30년간 장기독재했던 오마르 알바시르 대통령을 2019년 쿠데타로 축출한 군부 1·2인자였다. 이후 군부와 야권이 구성한 주권위원회가 새로운 선거와 민정 이양 준비 작업을 진행했지만, 2021년 10월 부르한 장군이 주도한 군부가 다시 쿠데타를 일으키면서 민주화 작업은 중단됐다.
최근 들어서도 수개월간 정부군과 RSF 간 충돌이 잦아지며 정치적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알자지라는 "이번 교전으로 수단의 민주화 열망이 타격을 입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유혈 충돌로 이틀 동안 700여 명의 사상자가 나오는 등 인명피해도 계속 늘고 있다. 수단의사협회에 따르면 16일 현재 유엔 세계식량계획(WEP) 수단 주재 직원 3명 등 민간인을 포함해 최소 61명이 사망하고, 670여 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 부상자 수가 1100명에 달한다는 추정치도 나온다. 현지 한국인 25명은 모두 안전이 확인된 상태다.
아랍 세계를 포함한 미국·유엔 등 국제사회는 유혈 충돌이 전격적인 내전으로 커질 가능성을 우려하며 외교적 압박에 나섰다. 사우디아라비아·이집트 등이 속한 아랍연맹(AL)은 16일 카이로에서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즉각적인 휴전과 민간인 보호를 위한 전투 중지"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파이살 빈파르한 알사우드 사우디 외교장관과 압둘라 알나흐얀 아랍에미리트(UAE) 외교장관과 협의한 내용을 밝히며, "우리는 당사자들이 전제조건 없이 즉각 적대행위를 중단하는 게 필수적이라는 데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도 이날 성명을 통해 "안보리 회원국들은 당사자들에게 교전을 즉각 중단하고 대화로 복귀할 것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김서원 기자 kim.seo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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