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브루타 수업은 챗지피티 시대에 최적
[이준만 기자]
바야흐로 챗GPT의 시대라 할 만하다. 여기저기에서 '챗GPT'라는 말이 들려 온다. TV 메인 뉴스를 보고 있는데, 기자가 챗GPT에게 어떻게 질문하느냐에 따라 답변 내용이 달라진다는 내용의 리포트를 했다. 질문하는 능력에 따라 얻을 수 있는 정보의 질과 양이 달라질 수 있다는 말이다.
오홋! 그렇다면 이윽고 질문하는 능력이 중요한 시대가 도래했다는 이야기!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수업 시간마다 질문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질문을 만들어 보라고 얼마나 아이들을 닦달했던가! 이제 그 닦달에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지 않겠는가? 달리는 말에 날개를 단 격 아닌가?
수업에서 교사의 설명을 최소화하고 학생들에게 질문을 만들게 한 다음, 수업 활동을 전개하는 학생 참여 수업을 하브루타(Havruta) 수업이라고 한다. 하브루타는 유대인의 교육 방법이라고 한다.
▲ 책 표지입니다. |
ⓒ 맘에드림 |
오래된 유대인의 문화가 오늘날 대한민국의 학교 현장에서 바람을 일으키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하브루타가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요구하는 미래 인재 양성에 적합한 공부 방법이기 때문이다.
하버드 교육대학원 토니 와그너는 <이노베이터의 탄생>에서 '세상을 바꿀 인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질문하고 다음 네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호기심. 둘째, 협력 작업. 셋째, 종합적 또는 통합적 사고. 넷째, 행동과 실험 지향적인 성향. 이러한 인재 양성에 적합한 교육 방법이 하브루타이다. -16~17쪽에서 발췌
그렇다. 하브루타는 오늘의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를 키워내는 데 가장 최적화한 수업 모형이다. 만들어진 질문에 답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의문을 제기하고 그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생각하고, 토론하고, 발표하고, 쓰는 수업이기 때문이다.
첫째, 교사 입장에서 수업 준비를 위한 별도의 추가 부담이 없다. 둘째, 학생 입장에서 별도의 과제가 없다. 셋째, 교과서 활용도가 높다. 넷째, 무임 승차자가 발생하지 않는다. 다섯째, 과정 중심 평가와 연계 시 효과가 높다. 여섯째, 학습 내용을 오래 기억할 수 있다. 일곱째, 수업 시간 내내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다. -32~33쪽에서 발췌
거꾸로 수업, 배움의 공동체, 협력 학습, 토의 토론 학습, 프로젝트 학습 등 다양한 학생 참여 수업이 있다. 요즘은 학생 참여 수업이란 말 대신 배움 중심 수업이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배움 중심 수업이라는 용어가 더 마음에 와닿는다. 학생들 사이에서 배움이 일어나도록 하는 수업이라는 의미로 읽히기 때문이다.
책에서도 언급했지만 실제로 하브루타 수업을 하면서 느낀, 하브루타 수업의 최대 장점은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별도의 추가적인 부담이 없다는 점이다. 나 같이 게으른 사람에게 이보다 더 나은 장점은 없다. 수업을 위해서 특별히 무엇인가를 하지 않아도 된다. 하브루타 수업을 어떻게 해야 할지, 수업의 과정만 잘 생각한 다음 그대로 실행하면 된다.
<개별 활동> 교과서 읽고 질문 만들기 / 주어진 과제에 대한 해결방안 만들기
<짝 토론> 상대방 설득하기 / 더 좋은 질문이나 해결방안 선택하기 / 질문과 해결방안 수 준 높이기
<모둠 토론> 활발한 의사소통 / 더 좋은 질문이나 해결방안 선택하기 / 질문과 해결방안 수준 높이기
<발표> 토론 내용의 전체 공유 / 학생: 판서된 내용을 읽으면서 사고 확장 및 수업 내용과 연결하기
<쉬우르> 교사가 전체 학생의 질문과 토론 정리 / 학생들이 빠트린 내용 언급 / 최고의 질 문 선택 후 전체 토론으로 연결 / 수업 정리: 요약, 배우고 느낀 점 등
-책, 38쪽에서 발췌
위의 하브루타 수업 절차를 바탕으로 자신이 가르치는 과목과 학습 주제에 따라 적절하게 변화시켜 수업을 진행하면 되리라고 생각한다. 물론 처음부터 수업을 매끄럽게 진행하기는 어려우리라. 내가 하는 하브루타 수업 이야기를 듣고, 하브루타 수업을 시도한 동료 교사들이 몇 명 있었다. 하지만 몇 차례 시도 끝에 곧 원래 자신의 수업 방식으로 돌아갔다.
이리저리 부딪치며 수개월 동안 아픔과 고통의 시간을 겪어야 할 가능성이 많다. 혁신이 어디 그리 쉽겠는가! 변화하는 시대에 수업 방식을 바꾸는 것이 마땅하다는 인식을 먼저 해야 한다. 그런 마음을 굳게 먹어야만, 아픔과 고통을 견뎌낼 수 있다.
명강의로 유명한 조벽 교수는 학생이 질문하고, 학생이 대답하는 수업이 최고의 수업이라고 했다. 바로 하브루타 수업이 그렇다.
<하브루타로 교과 수업을 디자인하다>라는 책의 앞부분을 바탕으로 하브루타 수업에 대해 소개했다. 이 책의 뒷부분은 하브루타를 활용해 수업을 전개한 실제 사례들로 꽉 채워져 있다. 일독할 가치가 충분한 책이다. 또 교사가 아닌 사람에게도 이 책의 효용은 차고 넘친다. 하브루타를 잘 이해하고 있으면 일상생활에도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챗GPT의 시대, 하브루타를 활용한 수업이 우리나라 고등학교 수업 방식의 대세로 자리잡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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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브런치 스토리에도 게재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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