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도시 생활 청산, 청년 바리스타가 시골 찾아온 이유는?

주간함양 최학수 2023. 4. 17.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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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브론153카페 운영하는 김지윤씨... "여유로운 삶을 살면서 기타·스쿠터 타는 삶"

[주간함양 최학수]

 헤브론153카페 김지윤씨
ⓒ 주간함양
 
경남 함양 서하면에 있는 헤브론153카페. 천연기념물인 함양 서하면 운곡리 은행나무 인근에 있는 카페다.

헤브론은 동맹과 연합이라는 뜻이다. 성경에서는 약속의 땅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153의 숫자는 베드로가 예수님의 인도에 따라서 그물은 던져 낚은 물고기의 마릿수다. 기적을 상징하는 숫자다. 이 카페를 통해서 마을과 더불어 연합하고 화합과 기적을 행하는 공간을 바라는 마음에서 지은 이름이다.

이 카페를 지키고 있는 카페지기는 부산토박이였던 29살 김지윤씨. 이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4년 차가 됐다. 부산에서 학창시절을 보내고 대학교도 부산에서 나왔다. 김지윤씨는 학창시절부터 공무원이 되겠다는 뚜렷한 꿈이 있었다. 동아대학교 행정학과에 진학하고 부산시청에서 취업연수체험으로 공무원을 체험해 보기도 했다. 공무원에 확고한 뜻이 있었던 지윤씨에게 새로운 기회는 바람처럼 찾아왔다.

"부모님께서 장애인시설을 운영하세요. 이 카페는 부모님과 친한 목사님이 지으셨어요. 장애인시설에서 나가면 생활할 곳이 필요하잖아요? 그래서 직업재활과 숙소의 형태가 가능한 공간을 계획했는데 시설을 나갈 계획이었던 언니가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게 된 거예요. 그래서 이 공간이 붕 떠버렸는데 제가 가겠다고 했어요"

공무원 준비 2년 차에 지씨는 새로운 길을 선택했다. 카페를 즐길 줄만 알았지 음료를 만드는 것은 잘 몰랐다. 함양에 오기로 하고 속성으로 바리스타 교육을 받기 시작했다. 그러다 카페에 애정이 생긴 지윤씨는 정식으로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해서 전문성을 높였다.

"정말 신기하게 손님이 안 온 적이 없어요. 어떻게 알고 찾아오는지 모르겠어요. 그런 만큼 더 열심히 하려고 노력해요. 헤브론153카페는 도심과 떨어져 있기 때문에 일부러 찾아와야만 올 수 있는 카페잖아요? 고마운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4년이나 외딴곳에서 혼자 살 수 있었던 비결
 
 천연기념물 은행나무
ⓒ 김지윤
함양이 아예 생소했던 것은 아니다. 할머니 댁인 함양 백전에 가끔 올 때마다 좋았다는 지윤씨. 그 덕분인지 함양에서 혼자 사는 삶에 잘 적응할 수 있었다.

"함양에 오면서 처음 혼자 살게 됐어요. 부산에서는 부모님과 함께 살았거든요. 부모님의 귀촌 계획이 있어서 집을 지으셨는데 부모님은 안 오시고 제가 와서 살고 있어요.

최근에도 건강이 많이 안 좋아진 적이 있거든요. 카페 내부에 편하게 앉을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하고 휴무도 이틀로 늘리면서 삶의 질이 많이 좋아졌어요. 매주 부산에 갔기 때문에 문화생활에 결핍이 없었던 거지만 문화생활을 위해 매주 부산에 갈 일은 없을 거예요. 나만의 시간이 늘어나면 함양에서 여유를 즐기는 방법을 찾게 될 거예요. 부산에서 말고요."

아무리 잘 적응할 수 있다고 하지만 함양이 청년에게 마냥 좋은 공간일 수는 없다. 함양읍에서 필라테스 학원에 다녔던 때도 있었지만 카페 마감 하고 등원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조금 즐길 수 있는 문화생활마저 읍에 편중되어 있다. 읍에서 떨어진 서하면에서 살면서 다양한 삶을 즐기긴 어렵다. 만날 수 있는 친구들은 전부 부산에 있다. 부족한 삶이 반복되다가 4년 차가 되고서야 지역청년모임에 닿을 수 있었다.

"매번 외로운 건 아니었지만 지나가면서도 문득 외로움이 스며든 적이 많았어요. 만나는 사람은 손님밖에 없었거든요. 지치고 힘든 날이면 부산에 있는 친구와 오래 통화를 했어요. 그러다 함양청년네트워크 이소를 알게 되었어요. 재밌는 모임인 것 같아요.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이야기를 해볼 수 있어서 좋아요. 그 외에 친구들도 부산에서 주기적으로 놀러 오기도 해요. 그래서 크게 힘들지 않고 계속해 나갈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시골이 주는 자연의 매력이 있다는 지윤씨. 산책하며 들리는 새소리나 물소리, 카페 인근에 있는 천연기념물인 함양 운곡리 은행나무가 주는 평화로움이 큰 만족이라고 한다.

지윤씨는 살고 있는 곳에 대한 애정이 생겼다.

"언젠가 산청휴게소에서 산청 홍보영상이 나오는 걸 봤어요. 그걸 보면서 함양의 자랑거리를 떠올렸어요. 함양에 청년들이 많이 왔으면 좋겠어요. 자연을 좋아하는 사람. 조용하고 소소한 일상을 즐기고 싶은 사람이라면 함양에서 살기 좋은 거 같아요. 제가 그렇거든요. 여유로운 삶을 살면서 기타도 배워보고 스쿠터도 타는 그런 삶을 살고 있어요. 자연 속에 있는 이 카페가 계속됐으면 좋겠어요. 친구들도 물어봐요. 언제까지 카페를 할 거냐고. 미래를 장담할 수 없지만 계속 이 카페를 할 거 같아요. 더 많은 사람이 찾아오고 더 많이 성장했으면 해요."

천연기념물인 은행나무가 있는 마을이 카페와 함께 알려졌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있는 지윤씨. 앞으로의 목표는 직원을 둘 수 있는 카페가 되는 것. 작게나마 일자리 창출을 해서 지역에 보탬이 되고자 하는 지윤씨의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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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함양뉴스 (최학수PD)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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