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갈 수 있나요? [척추건강에 대한 굳이 시시콜콜한 이야기]
삶에서 사람을 가장 슬프게 하는 사건은 배우자나 자녀의 사별이라고 한다. 그런 상실감은 충분한 애도와 슬픔의 시간이 지날 때까지, 우리의 삶 아주 깊은 부분까지 강하게 영향을 주게 된다. 사별에 비해선 조금 가벼울 수 있는 여담이지만, 사별 못지않게 사람을 불행하게 만드는 사건이 있으니, 바로 투자 실패다. 다양한 투자실패를 경험하는 사람은 사별에 비견될 정도의 깊은 불행감을 느낀다고 한다. 이렇듯 사람은 손실과 상실이라는 감각에 아주 민감하다.
진료실에서 환자분들이 흔히 물어보는 질문도 이런 상실감에 기반하는 경우가 많다. ‘원래는 건강했는데, 원래 운동을 좋아했는데, 아픈 적 없었는데...’ 다양하게 시작된 문장은 ‘다시 좋아질 수 있나요?’라는 질문으로 끝맺곤 한다. 환자가 잃어버린 것은 건강뿐 아니라 신체의 완성감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결론부터 말해서 ‘잃어버린 척추의 젊음을 되돌릴 수 있냐’는 질문에 대한 교과서적인 답변은 ‘한번 발생한 퇴행성 변화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삶이 영원할 것만 같던 젊은 날, 우리는 한 번쯤 몸이 강철로 만들어졌다는 착각 속에 빠져들기도 한다. 특히 본인이나 지인의 팔, 다리뼈가 부러져 본 남성들에게 이러한 경향이 더 강한데, 공교롭게도 뼈는 반흔을 남기지 않는 조직이라 '완전한 복구'에 대한 믿음을 심어주게 된다. 그러나 우리의 막연한 기대와는 반대로 척추는 노화에 매우 취약하다.
인체에서 가장 큰 무혈관 조직인 추간판은 5세부터 그 퇴행성 변화가 진행하고, 인체의 다른 뼈가 35세까지는 밀도가 증가하는 것과 반해 척추는 스무 살부터 내리막길에 걷는다. 백 년을 사용해야 하는데, 아쉽게도 인류는 오랜 세월 동안 척추를 60년 정도만 사용해 왔다. 척추에는 100년짜리 유통기한이 찍혀 있지 않다.
진료 시에 이루어지는 퇴행성 변화의 진단을 본인의 신체가 전성기를 지났다는 일종의 선고로 받아들이는 것을 느끼곤 하는데, 의료진 입장에서 그 순간 환자가 느끼는 감정을 살피게 된다. 물론 당장의 통증이 버거운 급성기의 환자도 있지만, 시간을 두고 치료를 이어 나가다 보면, 부정부터 분노, 타협, 우울, 수용까지의 감정을 모두 발견하게 된다. 환자가 느끼는 감정은 치료 결과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요소라 의료진은 이를 가볍게 여겨선 안된다.
예를 들어 5가지 감정 중, 타협의 자세로 접근하는 환자의 경우는 서적이나 인터넷에서 찾게 된 건강한 생활습관을 차용하여 건강을 되찾으려 하는 반응을 보이게 된다. 문제는 환자가 이러한 상실의 감각을 느끼는 순간은 보통 이제 허리가 막 손상을 입은 상황이고, 그만큼 취약해진 상태라는 것이다. 그리고 건강한 생활 습관은 일상생활 속의 안정된 허리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 문제다. 취약한 허리가 갑작스럽게 운동같이 교정된 생활패턴에 노출되는 경우 당연하게도 그 경과가 보통은 좋지 않다. 인대나 근육, 추간판, 관절이 충분히 회복할 시간도 없이 반복해서 자극받기 때문에 통증과 손상 모두 만성화한다.
급성기에 중요한 것은, 원론적으로 급성기를 빨리 넘길수록 석회화 등의 퇴행성 변화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환자에게 충분한 시간을 들여 지금은 일정기간 충분한 휴식이 필요함을 설명하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 조급함을 가지지 말고, 차근차근 치료를 이어 나가도록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의료진과 환자 사이에 이러한 감정에 대한 충분한 소통이 중요한 나름의 이유다. 의료진이 환자의 감정을 살피고 환자는 이러한 생각들에 대해 의료진과 충분히 논의할 때 좋은 결과도 따라오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충분한 휴식이 지나고 안정기에 접어든 척추라면, 조금이라도 젊게 유지하는 관리법과 운동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단순히 쓰지 않고 바른 자세 유지하고, 호흡만 잘해서는 세월의 흐름을 막을 수 없기에 운동을 통한 관리가 참 중요하다. 다음 글에서 일단 안정을 되찾은 척추를 어떤 운동을 통해 건강하게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해보고자 한다. 답이 없는 질문은 아니다.
/기고자: 가자연세병원 박재현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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