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 2인자' 질책한 노래 '세불십년' 음반 찾아
[이준희 기자]
1960년 4·19 혁명이 일어난 지 60년이 된 지난 2020년, 뜻깊은 음반 한 장이 만들어졌다. 1960년 여름부터 이듬해 봄까지 혁명을 소재로 만들어진 대중가요를 한데 모은 <혁명의 기록, 사월의 노래> CD였다(관련 기사 : 한 자리에 모인 60년 전 4월 혁명의 노래들 https://omn.kr/1ndkj).
옛가요사랑모임 유정천리에서 제작한 음반에는 혁명 소재 대중가요 열두 곡과 관련 자료 두 건이 수록되었는데, 이는 물론 당시 만들어진 노래들을 모두 포함한 것은 아니다. 작품이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자료를 구하지 못해 빠진 것도 있었고,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노래가 있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세불십년> 음반을 찾았다
일단은 60주년 의미를 살리기 위해 제작 기한에 맞춰 최대한으로 정리를 했으나, 확보하지 못한 자료에 대한 아쉬움은 당연히 남을 수밖에 없었다. 당시 음반 소재를 알지 못해 CD에 포함하지 못했던 곡 중에는 <세불십년>이라는 노래도 있었는데, 1960년 8월에 열린 '4.19혁명의 노래 콩쿨대회'에서 참가 신청자들에게 지정곡으로 제시된 곡이었다.
▲ 4월 혁명을 소재로 한 대중가요 <세불십년> 음반 딱지 |
ⓒ 이준희 |
열흘 붉은 꽃이 없고 십년 세도 없다더니/ 세력 좋아 인심 못 얻고 백성의 원한을 샀네/ 권력으로 뺏은 세도 속여 누린 영화/ 모두 다 어이하고 황천객이 되었더냐
황금으로 눈을 막고 세도로써 귀가 먹어/ 겨레들의 생명을 뺏어 갖은 흉계 끝에/ 제 생명에 못 죽고서 자결을 하니/ 권력보다 무서운 게 천심인 줄 몰랐더냐
<세불십년> 가사(노래 듣기)
그 이름이 직접 거론된 것은 아니지만, 가사를 보면 이승만 정권의 2인자로 권세를 누리다가 일가족 자살로 삶을 마감한 이기붕에 관한 내용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제 명에 못 죽은 이들에 대한 연민이 있었던 것인지, 비판 수위가 생각보다 그렇게 높지는 않은 편이다.
강남풍 작사, 김부해 작곡에 장현주가 노래한 <세불십년>은 1960년 7월쯤에 발매되었다. 강남풍과 김부해는 2020년 제작 CD 3번 트랙으로 수록된 <4·19 행진곡>의 작자이기도 하다. 김부해는 <대전 블루스>, <유정천리>, <댄서의 순정>, <눈물의 연평도> 등 히트곡을 만든 1950~1960년대 대표 작곡가였고, 강남풍은 <세불십년>을 제작한 음반회사 신세기레코드의 사장 강윤수가 사용한 예명이었다.
"강남풍 이 분이 아까 말씀 드린 신세계레코드 원 사장인 강윤수 사장님 예명입니다. 예명인데, 그 예명도. 원래는 이 가사가 전오승 씨 작사입니다. 작사, 작곡. 근데 전오승 씨가 그 당시에는요. 이런, 뭐 아시겠지만. 저도 그런 예가 많아요. 제가 작사, 작곡을 했으면서 작사는 딴 분 이름으로. 또는 우리 아들 이름으로까지 한 일이 있어요. 그렇게 제 이름으로 안 하고, 작곡만은 내 이름으로 하되. 그렇듯이, 전오승 선생님도 세고천 이게 전오승 씨에요. 근데 이제 사장님 이름으로 하십시오. 그것도 멋있잖아요. 그러니깐 이름을 강남풍으로 해 가지고, 그래 가지고 한 게."
저작권 수익에 민감한 요즘 같으면 어림도 없는 일이겠지만, 당시에는 김용만의 구술과 같이 작가의 실제와 명의가 다른 경우가 꽤 많았다고 한다. 김부해의 대표작 <눈물의 연평도> 역시 음반에는 강남풍 작사로 표기되었지만 실제 작사자가 김문응이라고 인정되어,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는 김문응의 작품으로 등록되어 있다. 1987년 법 개정 이전에는 저작권 수익이 그렇게 많지 않았으므로, 그냥 사장님 이름으로 한다는 것도 이해가 안 되는 바는 아니다.
1960년 4월 혁명 현장의 뜨거운 열기와는 다소 거리가 있어도, 혁명 소재 대중가요 역시 소중한 역사의 기록물이긴 마찬가지다. 이제 <세불십년>을 찾아 아쉬움 한 자락을 덜었으니, 여전히 찾지 못하고 있는 <유정천리> 개사곡 <사일구와 유정천리>도 언젠가는 그 모습을 나타낼 것으로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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