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관이 명관?…새 외국인투수들, 심상치 않네

고봉준 2023. 4. 17.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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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에릭 페디. 사진 NC 다이노스

‘구관이 명관’이란 속담이 있다. 무슨 일이든 경험이 많거나 익숙한 이가 더 잘하는 법임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이 속담은 프로야구 외국인선수 시장에서도 수십 년 넘게 통용되고 있다. KBO리그를 경험한 선수가 아무래도 새 얼굴보다는 더 큰 신뢰를 받기 마련이다. 이들의 재계약 확률이 높은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올 시즌 프로야구에선 ‘신관이 명관’이란 말이 더 와닿는 느낌이다. 새롭게 등장한 외국인투수들이 개막 초반부터 만만치 않은 위력을 발휘하면서다. 바로 NC 다이노스 에릭 페디(30)와 KT 위즈 보 슐서(29), KIA 타이거즈 숀 앤더슨(29·이상 미국)이 주인공이다.

페디는 지난해 12월 계약 당시부터 관심을 모았다. 이력이 화려해서였다. 일단 2014년도 메이저리그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출신이다. 미국 전역의 유망주들 틈에서 워싱턴 내셔널스로부터 가장 먼저 호명됐다. 2017년 빅리그 데뷔 후 성장세도 가팔랐다. 5선발로서 가능성을 보였고, 스윙맨으로 뛴 2019년에는 워싱턴의 월드시리즈 우승에도 힘을 보탰다. 2021년과 지난해에는 2년 연속 27경기를 풀타임 선발로 소화했다.

페디는 양쪽으로 휘는 투심 패스트볼을 비롯해 커터, 커브, 체인지업 등 다양한 구종을 던질 줄 안다. 상대 타자들이 “똑바로 오는 공이 없다”며 혀를 내두르는 이유다. NC는 이러한 장점을 지닌 페디를 몇 년 전부터 눈여겨봤고, 지난해 스토브리그에서 선수가 FA 자격을 얻자 새 외국인선수 영입 총액 상한선인 100만 달러를 꽉 채워 계약을 끌어냈다. 이렇게 한국으로 건너온 페디는 3월 시범경기에서 3경기 동안 12와 3분의 2이닝 7피안타 12탈삼진 1실점 역투하면서 일찌감치 적응을 마쳤다. 이어 개막 후 3경기에서 2승 1패 평균자책점 0.47(19이닝 1자책점)로 에이스다운 활약을 펼치면서 3위 NC의 초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NC 강인권 감독은 “페디가 기대 이상으로 잘해주고 있다. 적응의 문제없이 벌써 KBO리그로 녹아든 느낌이다”고 호평했다.

KT 보 슐서. 사진 연합뉴스

KT의 선택도 빛나고 있다. KT는 지난 3년간 마운드를 책임졌던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와 결별했다. 대신 영입한 이가 바로 슐서다. 페디처럼 오른손 투수인 슐서는 경력만 놓고 보면 비교가 되지 않는다. 통산 메이저리그 경험은 지난해 10경기뿐. 그러나 올 시즌 2경기 1승 1패 평균자책점 0.69(13이닝 1자책점)로 안정적인 투구를 이어가는 중이다.

슐서는 빠른 템포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유형이다. 남들보다 반박자 빠른 리듬으로 상대 타자를 어렵게 만든다. 슐서의 공을 받는 KT 포수 장성우는 “신속한 투구는 결과적으로 경기 템포를 끌어올려 수비수들을 편하게 한다. 슐서가 등판하는 날이면 우리 야수진이 비교적 편안하게 수비를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KIA 숀 앤더슨. 연합뉴스

마지막으로 앤더슨은 현재 최하위로 처진 KIA의 유일한 희망 같은 존재다. 부상자들이 속출하고 투타 밸런스가 무너진 상황이지만, 앤더슨이 그나마 중심을 잡아주면서 위안을 얻고 있다. 최대 장점은 이닝 소화력이다. 개막 초반 3경기에서 벌써 21이닝을 책임졌다. 대다수 투수들이 천천히 페이스를 끌어올리는 시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가치가 두드러진다. 당연히 현재 기준 KBO리그 소화이닝 1위는 앤더슨의 차지다.

다만 올 시즌 초반에는 운이 따르지 않았다. 개막전이었던 1일 인천 SSG 랜더스전에서 6과 3분의 2이닝 3실점, 7일 광주 두산 베어스전 7과 3분의 1이닝 3실점(2자책점)으로 연속 퀄리티스타트 호투하고도 패전만 안았다. 그러나 12일 광주 한화 이글스전에서 7이닝 3피안타 7탈삼진 무실점 호투하고 첫 번째 승리구를 챙겼다.

공교롭게도 롯데 자이언츠 댄 스트레일리와 찰리 반즈, 삼성 라이온즈 앨버트 수아레즈, LG 트윈스 케이시 켈리 등 경력직 외국인투수들이 개막 초반 고전하고 있다. 구관의 빈틈을 메우려는 신관의 약진이 주목받는 이유다.

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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