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m 탁자 배치까지 바꿨다…中국방 만난 푸틴 "군사 협력 강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 궁에서 리상푸(李尚福) 중국 국무위원 겸 국방부장을 만나 양국 군사기술 협력과 연합훈련 등에 대해 논의했다고 러시아 크렘린궁이 밝혔다.
이날 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은 지난 3월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러시아 방문이 “매우 생산적”이었고 당시 군 분야의 협력을 강조했다고 소개했다. 또, 러시아와 중국 군부는 극동지역과 유럽 육·해·공에서 연합훈련을 수행하고 군사기술을 협력하며 유용한 정보를 정기적으로 교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과 맞서는 러시아가 중국과 군사적 협력을 계속해서 강화해나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리상푸 국방부장은 이에 대해 “중·러 양국은 냉전 기간 군사·정치적 동맹을 능가하는 매우 강한 관계를 갖고 있다”며 “비동맹, 제삼자를 겨냥하지 않는 원칙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매우 안정적”이라고 호응했다.
특히 리 부장은 “국방부장에 취임한 뒤 첫 해외 방문”이라며 “양자 관계의 특별한 성격과 전략적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러시아를 선택했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2018년 웨이펑허(魏鳳和) 국방부장 역시 취임 첫 순방국으로 러시아를 선택한 바 있다. 리상푸 부장은 대러시아 제재 위반 혐의로 2018년부터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올라 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배석한 이 날 회담에는 지난 2월 22일 푸틴 대통령이 왕이(王毅)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위원 겸 중앙외사공작위원회판공실 주임과 마주 앉았던 하얀 테이블이 다시 등장했다. 두 사람의 거리를 밀착시킨 탁자는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직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등의 방문 때 유명해진 바 있다. 당시 푸틴 대통령은 유럽 정상들과 5m 길이의 타원형 탁자를 사이에 두고 멀찍이 떨어져 대화를 나눠 ‘의도적인 거리 두기’란 지적을 받았다
중국 관영 매체는 리 부장의 방러가 양국 관계의 공고함을 증명했다고 보도했다. 환구시보는 17일 양국 국방부장은 국제 안보 정세에서 국가의 주권과 안보를 수호하는 방면에서 중·러 간 컨센서스를 구체적으로 실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쑹중핑(宋忠平) 중국 군사전문가는 특히 “중·러는 장차 군사기술 협력을 포함한 다양한 영역에서 군사 교류를 전개할 것”이라며 “군사 훈련과 연습 분야에서도 광범한 기술 협력 및 업무 교류를 펼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날 푸틴 대통령의 발언에 따라 중·러 양국 전략 폭격기가 한국 방공식별구역(KADIZ)을 침범하는 훈련이 잦아질 것으로 우려된다. 중·러 양국은 지난 2019년 7월 23일 이른바 ‘연합 공중 전략 순항’이라는 명목의 훈련을 시작한 이래 2020년 12월 22일, 2021년 11월 19일, 2022년 5월 24일까지 네 차례 시행했다. 2019년 첫 훈련 당시 러시아 폭격기가 한국의 영공을 침범하기도 했다.
당시 러시아 투-95 MS 전략 폭격기 2대가 편대를 이뤄 독도 동쪽 25㎞ 상공을 통과한 뒤 러시아 국방부는 한국과 일본의 방공식별구(KADIZ)를 승인하지 않는다며 타국 영공은 진입하지 않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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