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로폰 주사량 3배였다…강남 학원가 마약음료, 알바생도 복용
강남 학원가 마약음료 사건을 수사중인 경찰이 윗선 검거를 위한 총력전에 나섰다. 경찰은 17일 이번 사건을 ‘마약범죄와 피싱범죄가 결합된 신종 범죄’로 규정하고 마약범죄수사대, 금융범죄수사대, 사이버·과학수사과, 강남경찰서 등 63명을 투입해 중국에 체류중인 조직 상층부 검거를 위해 수사중이라고 밝혔다.
마약음료 제조·유통은 마약범죄로 분류되지만, 점조직 형태로 제조책과 배포책 등을 조직하고 중국에서 전화번호 변작 과정을 거쳐 협박전화를 걸어온 것은 전형적인 보이스피싱 조직의 행태라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대장 안동현)는 이날 서울 마포구 마포청사에서 중간 수사결과 브리핑을 열고, 이 사건 국내 실행범 3명을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송치된 피의자는 강원도 원주에서 마약음료 100병을 제조하고 이를 알바생 4명에게 공급한 길모(25·구속)씨,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의 전화번호를 국내에서 변작한 인천 중계기 운영업자 김모(39·구속)씨, 길씨에게 필로폰을 전달한 경기도 수원의 마약 공급책 박모(35·기구속)씨다. 박씨는 별개의 마약 공급 사건으로 지난 4일 수원중부서에 체포돼 구속돼 있던 상태였다. 학원가에서 직접 음료를 나눠준 알바생 4명은 경찰이 송치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경찰은 특히 길씨에게 범죄집단가입활동죄를 비롯한 다양한 혐의를 적용했다. 필로폰 등 마약을 수수해 음료를 제조하고 이를 미성년자에게 제공한 혐의(마약류관리법위반 등) 및 학부모를 협박한 혐의(공갈미수) 뿐만 아니라, ‘필로폰’이라는 위험물로 사람을 해치려 했다는 데서 특수상해 및 특수상해미수죄도 적용했다. 마약류 제조·유통에 특수상해죄를 적용한 것은 이례적이다. 중계기 운영업자 김씨에겐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및 사기, 공갈미수의 공범 등 혐의가 적용됐다. 박씨에겐 필로폰 수수 혐의(마약류관리법위반)만 적용됐다.
경찰은 범행에 가담한 중국 내 피의자 3명도 추가 특정했다. 중학교 동창인 길씨에게 마약음료의 제조와 공급을 구체적으로 지시한 한국인 이모(25)씨, 라벨지와 플라스틱 공병 등 범행 물품을 준비하고 배송한 조선족 박모(39)씨 등이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원으로 밝혀졌고, 이들과 별개의 마약 조직에서 활동한 중국 내 마약업자 조선족 이모(32)씨도 특정됐다. 이중 길씨와 동창 사이인 이씨는 지난해 10월 17일 보이스피싱 조직 가담 등을 염두에 두고 출국한 것으로 경찰은 확인했다. 경찰은 이들의 여권을 무효화하고 인터폴 적색수배를 내린 상태다.
다만 경찰은 이씨와 박씨가 ‘총책’은 아니라고 밝혔다. 마수대 관계자는 “관련자 진술을 종합하면 이씨와 박씨가 신생 조직을 만든 것이 아닌 기존 보이스피싱 조직에 가담한 것으로 보이고, 윗선이 있다는 정황도 여러 차례 확인된다”며 “총책이 아닌 중간책이고 윗선도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향후 수사의 관건은 중국 법집행기관과의 공조 여부다. 안동현 마약범죄수사대장은 이날 “중국 공안당국에 단순한 공조 요청을 넘어 다각도로 접근하고 있다”며 “중국이 마약범죄를 상당히 중하게 보고 있고 그동안 한국 경찰과 상호공조를 통해 (피의자를) 송환·검거해 온 사례가 있기 때문에 이번 사건에 대해서도 협조가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에서 범행이 최초 모의된 의미있는 장소 등을 압축해 (공안당국에) 여러 수사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들이 제조한 마약음료는 총 100병 중 18병이 유통됐다. 이중 학생 8명과 학부모 1명 등 피해자 9명이 총 8병을 음용했고, 알바생 4명 중 2명이 1병씩 마셔 총 11명이 필로폰 음료를 마신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 음료는 1병(100ml)당 필로폰 0.1g이 함유됐다. 통상 1회 투약분인 0.03g의 3.3배가 들어간 것이다. 경찰은 “음용 투약이기 때문에 혈관 투약보다 많은 양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해도 상당히 위험한 양”이라며 “구토 등 부작용을 경험한 학생들에게 피해자보호계가 심리 상담을 진행 중이며 희망자에 한해 치료비를 요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범행이 애초부터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모의된 점 등을 통해 죄질이 매우 나쁜 범죄로 보고 “중국과의 국제공조에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공표했다.
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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