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싸워라 삼성·LG, 한국경제 미래를 위해

백강녕 2023. 4. 17.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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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기업 사장님들은 기자들과 잘 만나지 않는다.

LG가 기자간담회를 열고 삼성보다 더 얇은 TV를 출시한다고 했다.

그래서 그 기자만 가장 얇은 부분 두께가 삼성 TV보다 얇은 TV를 LG가 내놨다고 썼다.

삼성전자가 다시 OLED TV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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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기업 사장님들은 기자들과 잘 만나지 않는다. 4대그룹 주요계열사 사장님들이 마지막으로 인터뷰를 했던 때가 8~9년 전이다. 하지만 예전엔 좀 달랐다. 기자와 친한 사장들이 많았다. 언론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던 대표적 인물이 삼성을 명실상부한 세계 1위 TV 업체로 만든 윤부근 전 부회장이었다. 그는 기자들에게 늘 친절했다.

그런데 2009년쯤 그가 정색 하고 말했다. 요지는 ‘당신 후배 모 기자는 훌륭하다. 하지만 다른 기자들은 다 문제다’. 실제 쓴 단어는 훨씬 거칠었다. 왜 그런 이야기가 나왔는지 후배에게 물었다. 대답은 세계 2위 TV 업체인 LG전자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LG가 기자간담회를 열고 삼성보다 더 얇은 TV를 출시한다고 했다. 기자들은 그대로 따라 썼다. 그런데 그 친구가 보기에는 삼성 TV가 더 얇아 보였다고 한다.

정확히 말하면 LG가 내놓은 TV는 가장 얇은 곳 두께가 삼성 제품보다 얇은 제품이었다. 가장 두꺼운 부분은 삼성이 더 얇았다. 그래서 그 기자만 가장 얇은 부분 두께가 삼성 TV보다 얇은 TV를 LG가 내놨다고 썼다. 누가 만든 TV가 더 얇은지를 놓고 죽자 살자 싸우던 시기다. 이기기 위해 두 회사는 물불을 가리지 않았다. 약간의 편법이나 사실 왜곡은 다반사였다.

승자는 삼성전자였다. 2009년 세계 최초로 LED TV를, 2010년엔 세계 최초로 3D TV를 내놓으며 세계 TV 시장을 완전히 휘어잡았다. 하지만 LG도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다. 2013년 세계 최초로 OLED TV를 출시했다. 그해 삼성도 OLED TV를 내놓았다. 자사 기술이 더 우수하다는 치열한 기술논쟁이 벌어졌다. 그러나 삼성은 2015년부터 OLED TV를 내놓지 않았다. 시장에서 철수한 것이다. 이즈음을 기점으로 으르렁거리던 삼성과 LG가 서로 소 닭보듯 하기 시작한다. 매일 기자회견을 열어 자사 제품, 기술을 자랑하고 뒤로 상대방을 헐뜯던 시절이 있었다면 믿기 힘들 정도다. 삼성은 ‘이제 LG와 격이 다르다’고, LG 측은 싸웠다가 삼성이 마케팅 물량 공세를 퍼부으면 감당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 다시 상황이 변했다. 삼성전자가 다시 OLED TV를 만든다. 불과 3년 전 삼성전자 한종희 부회장은 "OLED TV는 영원히 안 한다"고 했다. 말을 바꾼 이유는 ‘기술 개선’에 성공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삼성이 체면 대신 실리를 선택했다. 요즘 뜨거운 이차전지 시장서도 신경전이 벌어졌다. 12일 열린 ‘넥스트 제너레이션 배터리 세미나’에서 삼성SDI는 27년부터 꿈의 배터리라는 전고체 배터리를 양산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자리에서 LG에너지솔류션은 "30년에도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가 힘들다"며 당분간 리튬이온 배터리를 중심으로 시장이 움직인다는 입장을 밝혔다. LG엔솔은 리튬이온 배터리 시장의 강자다. 두 회사 직원들은 회사가 발표한 미래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 밤낮없이 연구개발에 매달리고 있을 것이다. 아마 입에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대는 경쟁업체 욕을 달고 살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성장하려면 숙적이 필요하다. 한국기업 이전 세계 TV 시장 최강자는 일본 소니였다. 삼성과 LG가 함께 소니를 뛰어넘은 배경에는 ‘치졸하고 야비한’ 한국 내 경쟁자가 있었다. 치열한 내부 경쟁을 거친 뒤 마주한 소니는 생각보다 약했다. 다시 우리 기업들이 치열한 내부 경쟁을 했으면 한다. 그게 한국 기업 경쟁력의 원천 가운데 하나다.

백강녕 산업IT 부장 young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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