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봉투 전당대회 고개숙인 이재명…"송영길 조기귀국 요청했다"(종합)

"당 사실 관계 규명에 한계"
"수사기관 공정한 수사 요청"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7일 돈 봉투 의혹이 제기된 2021년 전당대회와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당대표로 깊이 사과한다"고 말했다. 프랑스에 체류 중인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의 조기 귀국을 요청했다고 이 대표는 소개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 앞서 민주당 전당대회 관련 공식 입장을 내놨다. 그는 "지난 전당대회 관련해서 불미스러운 의혹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아직 사안의 전모가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상황을 볼 때 당으로서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고 판단이 된다"면서 "민주당은 이번 사안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말씀드리며, 이번 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당대표로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이 대표는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숙이기도 했다.

그는 "당은 정확한 사실 규명과 빠른 사태 수습을 위해 노력을 하겠다"면서 "이를 위해 송영길 전 대표의 조기 귀국을 요청했다는 말씀도 드린다"고 전했다.

당 내부의 진상조사보다는 수사기관의 공정한 수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모두 아시는 것처럼 이번 사안은 당이 사실을 규명하기에 한계가 뚜렷하다"며 "수사기관의 정치적 고려가 배제된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를 요청한다"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앞서 지난 2021년 전당대회 과정에서 송영길 전 대표의 관계자들이 의원들에게 9400만원을 살포한 의혹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이어 "민주당은 사실관계에 따라 그에 상응하는 책임과 조치를 다 하고 이번 사안을 심기일전의 계기로 삼아 근본적인 재발 방지 대책도 확실하게 마련하겠다"며 "민주공화정을 무한 책임져야 할 대한민국의 공당으로 국민 여러분께 실망과 심려 끼쳐 드린 점에 대해 다시 한번 사과 말씀드린다"고 했다.

현재 민주당은 2021년 전당대회 당시 송 전 대표 측에서 수천만원의 정치자금을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송 전 대표의 당선을 위해 불법 정치자금을 주고받은 혐의 등으로 윤관석·이성만 민주당 의원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자체 조사를 검토했던 민주당은 당내 별도 조사 기구를 두지 않은 채 수사기관을 통한 진상 규명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이런 일이 있을 때 상시적인 기구에 맡길 지에 대해 오랫동안 토론과 고민이 있었다"면서 "자체 조사가 여러가지 상황이나 여건상 여의찮다는 판단이 있었다. 실효성 있는 성과 내는 게 가능하겠냐는 현실적 문제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권 대변인은 "당의 조사라고 하는 게 수사권이 부여되지 않은 상태로 조사 결과를 내놓기 어렵지 않겠냐는 중론이라, 이런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은 자체적인 진상 파악보다는 송 전 대표 귀국을 종용하는 데 역할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압수수색 이후 닷새 만에 당 차원의 사과 입장이 나온 것에 대해 권 대변인은 "처음에 사건의 개요 자체를 확인할 수 없는 게 많았다"며 "이 사건의 유일한 근거로 보이는 녹취록은, 녹음했다는 사람이 구속됐기 때문에 접근이 불가능해 당 입장에서는 실체적 진실 접근 방식이 봉쇄됐다. 그래서 내용을 비공식적으로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당내에서는 당 차원의 진상규명 요구도 이어지고 있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송 전 대표는 이런 이 당시 파문의 후보자였고 본인과 본인 주변에서 벌어진 일들 아니겠냐"며 "당대표를 역임한 분으로서 빨리 들어와서 해명하고 고백하고 또는 관계되는 사람들한테 진실을 말하도록 종용해야 된다. 지금 남의 문제 보듯이 지금 외국에서 빙빙 도는 건 비겁한 태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