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AY: 멸종위기동물의 초상 #1
@komimog
귀여운 숲 동물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평화로운 이 수풀 계곡에는 국내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수달과 산양 모녀가 산다. 캐릭터로, 애니메이션으로 친근한 존재지만 이들에게 세상은 온통 흑백이다. 1년 전, 울진·삼척 산불로 산양의 지구상 최남단 집단 서식지가 불탔다. 2020년 울진~봉화 구간을 직선으로 그은 36번 국도의 신설로 새 터전을 찾아 이동하려는 발걸음도 가로막혔다. 우왕좌왕하다 로드킬을 당하는 것은 수달과 삵, 담비, 하늘다람쥐도 마찬가지. 더군다나 산양은 연평균 12℃ 이하 지역에서만 서식하는데 울진의 연평균 기온은 30년간 꾸준히 상승 중이니 이대로라면 18년 후, 산양은 한반도에서 사라질지도. 지역 하천 생태계의 건강함을 구별하는 지표종인 수달이 최근 10여 년 만에 한강으로 귀환했다는 소식은 반갑지만, 야생생물 보호를 위해 한강 근처 마련된 습지원은 불법 침입과 나물 채취로 파괴되는 중이다. 작가는 수달과 산양을 점차 사라지는 희미한 점 같은 존재로 그릴 수밖에 없었다.
@doyo_95
스러져가는 지구가 아닌, 사람과 동물이 영원히 공존할 수 있는 또 다른 차원의 세계. 그곳에서 힘차게 날아오르는 붉은머리독수리, 시베리아흰두루미, 카카포, 저어새, 따오기 그리고 황새의 늠름한 모습이다. 멸종 위기 조류가 점점 사라지는 원인은 먹이 부족과 농약 등 살충제 중독, 밀렵과 밀매, 서식지 파괴가 대부분이지만 국내 멸종위기 야생생물 조류 63종 중 17종은 충돌 피해로 사망한다.힘껏 내달리다 난데없이 등장한 주택 유리창과 버스정류장의 유리벽, 도로 투명 방음벽에 부딪혀 허망하게 즉사한다. 작가는 유리벽은 물론 그 어떤 장막도 없는 세계를 구현했다. 들판과 하늘, 땅과 구름, 낮과 밤, 설산과 초목, 사람과 새가 함께하는 판타지. 이질적으로 느껴지더라도 이처럼 조화롭게 머물러야 서로를 지킬 수 있다는 신념에서다.
@lee.jang.kae
보르네오오랑우탄의 주요 서식지는 말레이 제도의 보르네오 섬. 야자나무로 무성했던 섬이 위기에 직면했다. 인간들이 열대우림에 불을 지르고, 불법 화전 농법으로 값싼 팜유 농장을 세우기 때문이다. 설상가상 보르네오 섬은 한 번 붙은 불이 쉽게 꺼지지 않는 토탄 지대라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로 가득 메워지는 중이다. 1999년부터 2015년까지 이 섬에 사는 약 14만 8500마리의 오랑우탄 개체 수가 줄어들었다. 어쩌면 이 그림은 보르네오오랑우탄이 자신의 고향집을 배경으로 기록한 마지막 장면으로 남게 될지도. 오랑우탄은 말레이어로 ‘숲의 사람’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숲도, 사람도 모두 사라지고 있다. 그림 속 사람의 형상을 한 오랑우탄은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로 ‘K하트’를 기꺼이 꺼내 보인다. 숲을 더욱 아끼고 사랑해 달라는 신호다.
@joojeongmin
아시아 대륙의 대표 위기 동물인 눈표범, 남중국호랑이, 수마트라코끼리, 반달가슴곰. 모두 위협적인 맹수로 알려졌지만 기후 위기 앞에서는 힘없이 바스러진다. 지구온난화로 인간과 야생동물의 생활 반경이 겹칠 수밖에 없게 되면서, 굶주린 동물들은 내려와 가축을 잡아먹고, 인간은 생존을 위해 결국 그들을 살생하기 때문. 그림의 주인공은 히말라야 고산지대에 서식하는 눈표범. 환경 지표종이지만 현실은 눈보라처럼 매섭다. 녹아내리는 설산은 물론, 모피와 약재용 뼈, 장기를 얻기 위한 무분별한 밀렵으로 절멸 위기다. 작가는 점점 녹아내리는 세계에서 위기 동물을 스마트폰 프레임으로 접할 수밖에 없는 사람과 그를 감싸 안는 눈표범을 함께 그렸다. 거대한 도시에 사는 개인에게 이들의 비극은 어쩌면 넷플릭스 판타지 시리즈를 보는 것처럼 심각하게 와 닿지 않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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