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AY: 멸종위기동물의 초상 #1
@zzoeykimm
벌목꾼들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서 겨우 따뜻한 차 한 잔을 즐기는 스라소니. 어딘지 지친 기색이다. 왜냐고? 더 이상 ‘Home Sweet Home’은 없으니까! 벌목으로 인한 서식지 파괴와 먹이 부족, 밀렵으로 한때 자취를 감춘 이베리아스라소니는 2021년 고군분투 끝에 스페인에서 개체 보존에 성공했다. 2040년에는 위기종에서 벗어날 거란 부푼 기대도 잠시. 최근 스웨덴 정부가 사냥꾼들에게 한 달간 약 201마리의 스라소니를 사냥할 수 있는 면허를 발급했다는 소식. “해외에서도 스라소니 사냥이 재미있다고 소문나 사냥꾼 수백 명이 입국하는 상황”이라는 동물보호단체의 호소에도 ‘트로피 사냥’은 계속된다. 작가는 이베리아스라소니의 소중한 티타임이 계속되길 바란다. 국내 멸종위기종 1급이었던 유라시아스라소니는 이미 한반도에서 자취를 감춘 지 오래지만.
@uziiie
즐겁게 헤엄치는 어린 핑크돌고래와 흑고니 가족, 서로 피부를 맞댄 자바코뿔소 어미와 새끼, 실컷 노을을 만끽하는 대륙사슴. 이 세계에서 물가의 동물들은 아무 걱정 없이 저마다 고유의 빛깔을 뽐낸다. 현실세계는 어떨까. 수변 개발로 오염된 호수를 떠도는 흑고니, 뿔이 잘리거나 가죽이 벗겨져 세상에 단 76마리만 남은 자바코뿔소, 벌목으로 서식지를 잃은 대륙사슴과 기름띠에 질식한 핑크돌고래는 곧 세상 밖으로 사라진다. 다행히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 붉은점모시나비는 긴긴 복원 노력 끝에, 국내 개체 수가 60배나 늘어났다는 희망적인 소식. 작가는 자바코뿔소, 핑크돌고래, 흑고니, 대륙사슴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널리 흩뿌려지고, 이들이 다시 꽃처럼 피어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빛의 씨앗’을 운반하는 붉은점모시나비를 가장 선명하게 그려두었다.
@type.eeu
남생이, 넓적부리도요, 야생쌍봉낙타, 양쯔강악어…. 연필로 빽빽하게 채워진 41개의 이름,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멸종위기 야생생물종의 보전 상태 위험도를 9단계로 분류한 ‘적색 목록(Red List)’의 위급(Critically Endangered; CR)과 위기(Endangered; EN) 단계에 처한 동물들이다. 알맞게 자기자리에 들어앉은 존재들. 삐죽빼죽 저마다 생김새가 귀엽지만, 어쩌면 10년 내 잊히거나 더는 소리내 부를 일이 없을지도 모를 이름이다. 작가는 디지털 작업으로 색을 채우기보다 연필로 하나하나 칠하는 과정을 택했다. 더 오랫동안 이 이름들을 느끼고, 바라볼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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