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능 vs 전기차… 현대차·기아, 中 시장서 누가 웃을까
현대차, 엘란트라N 최초 공개… N브랜드 진출
기아, 전기차 EV5·EV9 콘셉트카 공개
현대차그룹의 형제 브랜드인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지난 수 년간 부진했던 중국시장에서 상하이모터쇼를 시작으로 재시동을 건다. 글로벌 3위로 발돋움한 만큼 자국산 브랜드 점유율이 높은 중국 시장에서도 상품력을 바탕으로 정면돌파하겠다는 계산이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상하이모터쇼 전시관 콘셉트가 현대차는 내연기관을, 기아는 전기차를 중심으로 꾸려졌다는 점이다. 이는 지난달 진행된 서울모빌리티쇼 전시 콘셉트와 같은 양상으로, 사실상 앞으로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전략방향을 암시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오는 18일부터 27일까지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2023 상하이 국제 모터쇼'에 참가해 각각 중국 시장 전략차종을 공개하고 향후 사업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 내에서 전기차 플랫폼을 공유하는 사이이면서도, 두 브랜드는 전혀 다른 콘셉트로 전시관을 꾸린다. 현대차는 고성능 라인업인 'N브랜드(N 및 N라인)'를 무려 8종이나 전시하면서 내연기관에 힘을 싣고, 기아는 EV5, EV9 콘셉트카를 공개해 전동화 브랜드로의 리브랜딩을 노린다.
특히 이번 상하이모터쇼는 판매량이 주저앉은 중국시장에서 다시한번 재도약을 선언하는 상징적인 자리라는 점에서 두 브랜드의 향후 중국 시장 전략도 잘 드러난다는 평가다.
형은 '정통 기술력', 아우는 '전기차 맛집'으로
현대차는 이번 상하이모터쇼의 핵심 키워드로 '고성능차'를 택했다. 현대차는 N브랜드 진출을 알리고, 더 뉴 엘란트라 N 디자인도 상하이모터쇼에서 최초로 공개한다.
실제 이번 상하이모터쇼 현대차 전시관에는 총 20대의 차종 가운데 N브랜드 차량만 8대가 들어선다. N브랜드 이외엔 수소차인 넥쏘와 아이오닉6를 포함한 친환경차 3대, 승용차 3대, RV차 3대를 전시하지만 RV 신차인 무파사를 제외하면 나머지 차종은 현대차의 기존 라인업을 보여주는 수준에 그친다.
내연기관 기술력의 집합체인 N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글로벌 3위 업체로 올라선 현대차의 자신감으로도 읽힌다. 중국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는 데다 애국소비가 강한 중국 소비자들의 성향을 알고 있음에도 상품력을 바탕으로 정면돌파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아우인 기아는 전기차 맛집으로 거듭날 채비를 마쳤다. 기아는 상하이모터쇼에서 공개할 콘셉트카 2대를 EV5, EV9 등 전기차로만 구성했다. 콘셉트카가 양산 전 개발 방향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앞으로 기아의 중국 시장 전략이 전동화에 맞춰져 있음을 알 수 있다.
기아의 상하이모터쇼 전시관에는 전기차 콘셉트카 2대를 포함해 EV6 GT 모델도 4대나 들어선다. 이외 전시모델이 셀토스 2대와 K5, K3, 스포티지, 카니발 각각 1대로 구성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동화에 집중한 기아의 전략이 뚜렷하게 드러난다는 평가다.
실제 기아는 지난달 20일 중국에서 개최한 '기아EV데이'에서도 전동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송호성 사장은 "기아는 혁신적인 전기차 모델과 새로운 브랜드 전략을 바탕으로 높은 기대치를 가진 중국 고객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고 전기차 티어(Tier)1 브랜드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상하이모터쇼 기간 주요 행사에서도 기아는 EV비전과 전략을 선포하는 행사를 열 예정이다.
中 시장 재도약 원년… 현대차·기아 향방은
두 브랜드로 중국 시장에서 각기 다른 선택지를 꺼내보인 현대차그룹으로서는 올해가 중국 시장 재도약의 원년이 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에 이번 상하이모터쇼는 이미 실패를 맛본 시장에서 재도전장을 내미는 것과 같다.
실제 현대차그룹의 중국 시장 판매량은 지난 2016년 179만2001대였던 것에서 중국의 사드 배치 보복 이후 2019년엔 90만18828대로, 지난해엔 33만9003대로 주저앉았다. 중국 자동차 시장 내 점유율은 1% 수준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중국 시장에서 작게나마 실적을 반등시키겠다는 각오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올해 시무식에서 "올해는 중국사업을 정상화해야하는 중요한 해"라고 강조했고, 송호성 기아 사장 역시 "전기차로 제대로 한번 해보겠다. 상품력이나 제품력을 갖고 경쟁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현대차와 기아의 상반된 상하이모터쇼 콘셉트는 향후 중국 뿐 아니라 앞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이 이와 같은 투트랙 체제를 전개할 수 있다는 예상도 가능케한다.
현대차는 전기차와 내연기관 라인업을 지속적으로 퍼포먼스 측면에서 고도화하고, 기아는 전동화에 특화한 브랜드로 키울 수 있다는 예상이다.
앞서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초까지 열린 서울모빌리티쇼에서도 상하이모터쇼와 비슷한 양상의 전시관 콘셉트를 선보인 바 있다. 서울모빌리티쇼에서 현대차는 소나타 8세대 부분변경 모델을 전면에 내세워 아반떼, 캐스퍼 등 내연기관 중심으로 전시관을 꾸렸고 기아는 EV9을 중심으로 전동화에 집중한 공간을 선보였다.
고성능 브랜드를 현대차는 내연기관 N브랜드를 통해, 기아는 전기차 GT 라인업을 통해 강화하고 있다는 점도 설득력을 더하는 요소다. 내연기관으로 고전한 중국 시장에서 현대차가 내연기관 고성능 라인업 'N브랜드'를 내세웠다는 것은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과 앞으로의 생산 의지도 드러낸다는 평가다.
반면, 내연기관 고성능 브랜드가 없는 기아는 EV6 GT모델로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 기술력에 대한 호평을 받았고, 앞으로도 EV시리즈에서 고성능 라인업을 구축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기아는 국내에서 올해 도입 예정인 EV9에도 GT라인부터 레벨3 수준의 자율주행을 탑재하는 등 고성능 라인업에 차별화를 뒀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시장의 경우 자국 소비가 강한 나라라 전기차든 내연기관차든 판매량이 늘기만 하면 매우 고무적인 상황"이라며 "글로벌 자동차 시장 패러다임 변화에 따라 현대차그룹이 현대차와 기아의 전략을 다르게 가져가면서 내연기관 점유율과 전기차 점유율을 모두 챙기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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