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사내하청 노조 설립... "화재 후 권고사직, 이렇게 못 쫓겨나"

장재완 2023. 4. 17.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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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하청·협력업체 260여 명 권고사직 통보... 고용 보장 촉구

[장재완 기자]

 금속노조 한국타이어사내하청지회(지회장 강현규)와 금속노조대전충북지부는 17일 오전 대전 대덕구 목상동 한국타이어대전공장 앞에서 한국타이어사내하청지회 설립 보고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타이어는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노동자들의 고용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한국타이어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이렇게 쫓겨날 수 없다'며 화재참사의 책임을 자신들에게 돌리는 회사에 맞서 노조를 설립했다.

금속노조 한국타이어사내하청지회(지회장 강현규)와 금속노조대전충북지부는 17일 오전 대전 대덕구 목상동 한국타이어대전공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타이어는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노동자들의 고용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에 따르면, 지난 3월 12일 화재가 발생한 이후 공장 가동을 중단한 한국타이어대전공장에서 최근 사내하청·협력업체 직원 260여 명이 계약해지 및 권고사직을 통보받았다. 한국타이어로부터 하청계약 해지를 통보받은 하청회사가 화재 사고로 휴업 중이던 직원들을 불러 권고사직서에 사인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화재참사의 책임을 하청노동자들에게 돌리는 한국타이어의 행태에 분노한 사내하청노동자들은 지난 13일 노조를 설립하고 금속노조에 가입했다. 이들은 화재사고에 대한 진정한 사과와 반성은 한국타이어 모든 노동자들의 고용 유지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면서 사내하청 노동자들에 대한 구조조정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한국타이어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최근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화재 이후 직접, 간접적인 고용불안에 시달려 왔다"며 "하지만 이대로 손도 못 써본 채 쫓겨날 수는 없다는 일념으로 단결해 금속노조의 문을 두드린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국타이어는 국내 타이어 시장점유율 1위, 글로벌 타이어 점유율 순위 6위의 대기업이다. 그러나 한국타이어는 이미 잦은 산재 사망사고로 인해 '죽음의 공장'이라는 악명을 써왔고, 지난 달 화재사고로 지역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며 "왜 이렇게 한국타이어에서는 끊임없이 산재사고와 화재사고가 발생하는가, 그것은 회사가 안전관리에 신경을 쓰지 않고 시설투자를 제대로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금속노조 한국타이어사내하청지회(지회장 강현규)와 금속노조대전충북지부는 17일 오전 대전 대덕구 목상동 한국타이어대전공장 앞에서 한국타이어사내하청지회 설립 보고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타이어는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노동자들의 고용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이들은 또 '휴업수당' 지급에 대해 "근로기준법 제46조는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휴업하는 경우에 사용자는 휴업기간 동안 그 근로자에게 평균 임금의 100분의 70이상의 수당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회사 책임으로 발생한 휴업 때문에 노동자가 일방적으로 피해를 받는 것을 막기 위해 법을 통해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해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안전관리에 신경을 쓰지 않고, 시설투자를 제대로 하지 않아 발생한 리스크와 사고에 대한 책임은 경영진과 법인이 감당하는 것이 맞지 않느냐"며 "그런데 한국타이어는 엉뚱하게 사내 협력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사고로 인해 생긴 피해를 전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계속해서 "일방적으로 몇 개월 치의 위로금만을 제시하며 권고사직을 강요하고, '권고사직에 응하지 않을 경우 휴업수당을 지급하지 않겠다'거나 '정리해고를 하겠다'는 협박을 서슴지 않고 있다"며 "한국타이어 구성원 모두 힘을 합쳐 불의의 사고를 이겨내기는커녕, 화재 사고를 틈타 구조조정을 감행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도의적으로도 법적으로도 가당치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끝으로 "만약 한국타이어가 화재사고에 대한 진정성 있는 반성과 사과를 할 생각이 있다면, 한국타이어는 먼저 협력업체를 포함해 한국타이어에서 일했던 모든 노동자들의 고용을 유지하겠다고 선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일하던 노동자 손 쉽게 버리는 회사 태도 분노한다"
 
 금속노조 한국타이어사내하청지회와 금속노조대전충북지부는 17일 오전 대전 대덕구 목상동 한국타이어대전공장 앞에서 한국타이어사내하청지회 설립 보고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타이어는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노동자들의 고용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사진은 발언을 하고 있는 강현규 한국타이어사내하청지회장.
ⓒ 오마이뉴스 장재완
 
이날 발언에 나선 박종우 금속노조대전충북지부장은 "짧게는 5~6년, 길게는 수십 년을 한국타이어를 위해 일하던 노동자들을 너무나 손 쉽게 버려버리는 회사의 태도에 우리는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며 "화재의 원인도, 경영의 위협도 노동자들의 잘못이 아님에도 그 모든 책임과 피해를 노동자들에 전가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또한 강현규 한국타이어사내하청지회장은 "저희는 그 동안 정규직과의 임금차별, 부당한 대우, 노동 강도의 차별 속에서도 묵묵하게 회사를 위해 일해 왔다"며 "그런데 이번 화재 이후 정규직들에게는 어떤 말도 하지 않으면서 우리에게는 집에서 기다리라고만 하더니, 한 달도 되지 않아 모두 권고사직서에 사인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강 지회장은 "우리는 열심히 일 한 죄 밖에 없다. 불합리한 대우 속에서도 시키면 시키는 대로 일했다. 그런데 우리에게 돌아오는 것은 화재의 책임이었고, 해고였다"며 "우리도 사람이고 같은 노동자들이다. 더 이상 부당한 대우를 받으며 정규직 눈치만 보면서 살 수 없어서 노동조합을 설립했다. 이제 부터라도 지금이라도 모든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하나로 힘을 모아서 당당하게 우리의 권리를 찾아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한국타이어는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노동자들의 고용을 보장하라", "부당한 권고사직 강요 정리해고 협박 지금 당장 중단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친 뒤 기자회견을 마쳤다.

한편, 한국타이어 대전공장과 금산공장에는 각각 8개와 6개 사내하청·협력업체가 있으며, 약 1500여명의 노동자들이 하청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화재사고가 발생한 대전 2·3공장에서 일하던 2-3개 업체 직원들에게 권고사직이 통보됐으며, 이 과정에서 10년 이하 근무자는 3개월, 10년~20년 근무자는 6개월, 20년 이상 근무자는 8개월 치 월급이 위로금으로 지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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