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방부도 이것 보고 알았다...기밀 확산 주범 '아가씨' 정체
전직 미국 해군 부사관이 개설한 친러시아 성향의 소셜미디어(SNS) 계정이 유출된 미 정부 기밀문건의 확산 통로 역할을 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에 따르면 ‘돈바스 데부슈카(devushka)’라는 명의의 텔레그램 계정을 통해 4건의 기밀문건이 노출되면서 유출 사태가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계정명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최대 격전지인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아가씨(데부슈카)'를 뜻한다. 주로 러시아군과 민간 군사조직 바그너그룹을 지지하는 내용이 올라오는 곳이다.
신문에 따르면 기밀문건 유출 혐의로 체포된 매사추세츠 주방위군 소속 공군 일병 잭 테세이라(21)가 게임 채팅 플랫폼인 디스코드의 비공개 채팅방에 문건을 올렸을 때만 해도 소수만 제한적으로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 5일 누군가 6만5000여명의 팔로워(구독자)를 가진 이 텔레그램 계정에 문건을 옮기면서 급속히 퍼져나갔다. 미 국방부도 이 계정에서 문건을 확인한 뒤에야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계정을 개설한 미 해군 부사관 출신의 사라 빌스(37)는 WSJ와 인터뷰에서 “전 세계 15명의 공동 운영자 가운데 한 명이 기밀문건들을 올렸다”며 “나는 일급기밀 자료의 심각성을 분명히 알고 있다. 내가 유출한 게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게시된 문건들은 내가 나중에 삭제했다”고 주장하면서도, 문건을 올린 다른 운영자의 신원은 밝히질 않았다.
이 운영자는 텔레그램 계정에 문건을 올리면서 “매우 흥미로운 잠재적 정보”라며 “진위는 확인할 수 없지만, 나토(NATOㆍ북대서양조약기구)에 매우 해로운 정보인 것 같다”는 설명을 달았다.
이와 관련, WSJ은 “텔레그램 계정에 옮겨진 문건 사진 중 일부는 테세이라 일병이 디스코드 채팅방에 올린 것과 비교해 우크라이나의 손실을 부풀리고 러시아 측 사상자를 축소하기 위해 내용이 변경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하지만 돈바스 데부슈카 측은 이같은 의혹에 대해 “우리는 독자들을 위해 콘텐트를 편집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미 국방부와 법무부, 해군은 이 텔레그램 계정과 관련한 질의에 논평을 거부했다고 WSJ는 밝혔다. 체포된 테세이라 일병의 변호인도 답변을 거부했다.
전역 때 계급 강등…"러시아 혈통"
빌스는 미 서부 워싱턴주(州) 위드비 섬에 있는 미 해군 항공기지에서 근무하다가 지난해 11월 전역했다. 항공전자 전문 부사관으로 근무 당시엔 계급이 중사였지만, 전역 시 병장으로 강등된 것으로 나타났다.
빌스는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 등 건강상의 이유로 군을 떠났다”면서도 계급이 강등된 이유는 밝히질 않았다. 그는 텔레그램 외에도 트위터ㆍ유튜브ㆍ스포티파이 등 여러 SNS에 같은 명의의 계정을 운영하고 있다.
빌스는 “러시아 혈통을 일부 갖고 있으며, 현재 러시아가 점령하고 있는 돈바스의 루한스크에서 태어났다”고 주장했다. 그는 과거 팟캐스트를 통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옹호하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WSJ는 “빌스가 관리하는 텔레그램 계정은 ‘러시아식 정보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선전 중”이라며 “바그너그룹과 러시아군이 등장하는 상품의 판매 수익금을 ‘돈바스의 자유’와 ‘전선의 우리 군인’을 위해 보낸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라고 전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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