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버지' 박지성이 세계 각국의 축구 꿈나무들과 그라운드 위를 누빈 배경

라효진 2023. 4. 17.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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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멤버십'이 선사하는 특별한 경험.

소비 생활을 하는 현대인 가운데 '멤버십'을 단 한 개도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은 극히 드물 것이다. 가입 경로는 다양하지만 본질은 유사하다. 멤버십은 고객에게 소속감을 부여하고 충성도를 높이며, 혜택을 통해 추가 소비를 유도할 목적으로 탄생한 발명품이다. 그럼 멤버십은 뻔한 상술에 불과한 것일까?

여기서 소비 경향의 뚜렷한 변화를 짚고 넘어가자. 돈과 상품을 1:1로 교환하고 끝내는 건 구식이다. 이제 개인은 소비 행위 그 자체에서 가치와 경험을 창출해 자신만의 만족감을 느끼고자 한다. 그래서 멤버십도 가입자들에게 물성이 있는 보상 외의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는 식으로 고도화하는 중이다. 특히 호텔 업계는 최근 멤버십 가입자들에게 이 같은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다양한 기업들과 손을 잡고 있다.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의 멤버십 메리어트 본보이와 프리미어 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이색 컬래버레이션이 그 대표적 예다.

메리어트는 멤버십 프로그램 중 '본보이 모먼츠'를 통해 다양한 관심사에 맞춘 경험들을 제시하고 이를 경매에 부친다. 회원들은 그 동안 쌓은 포인트로 입찰을 하는데, 여기서 호텔과 유럽 축구 클럽의 낯선 협업이 빛을 발한다. 올 초 본보이 모먼츠에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사커 스쿨 체험이 경매에 올라왔다. 일본 요코하마에서 해당 클럽의 레전드 선수와 코치가 7~14세 주니어 선수들을 대상으로 제공하는 단독 트레이닝 세션이었다. 그리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선정한 레전드 선수는 한국 최초의 프리미어 리거이자 클럽 역사상 유일한 한국인 선수였던 박지성이었다.

뜨거운 입찰 열기 속에 이번 세션을 낙찰 받은 본보이 회원들. 이들은 3월 말 일본 요코하마의 신 요코 풋볼 파크에서 박지성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사커 스쿨 코치팀을 만났다. 부모 혹은 성인 보호자와 웨스틴 요코하마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잔디를 밟은 다양한 국적의 주니어 선수들은 코치팀의 사전 지도를 받았다. 이윽고 박지성과 그라운드를 누비며 볼을 교환하는 아이들은 전날 내린 비로 다소 추웠던 날씨도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2011년부터 박지성축구클럽 이사장을 역임하며 한국 유소년 축구 발전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데다, 실제로 두 아이의 아버지이기도 한 박지성은 시종일관 미소를 잃지 않은 채 주니어 선수들을 대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전 교토 퍼플 상가에서도 뛰었던 그는 유창한 영어와 일본어로 아이들을 지도했다. 박지성의 오랜 팬으로 보이는 보호자들은 각자 소장하고 있던 유니폼에 그의 사인을 받아가며 기뻐하기도 했다.

세션이 끝난 후 박지성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팀은 주니어 선수들과 점심 식사를 즐기며 수료식을 진행했다. 한 명 한 명 이름을 불러가며 직접 메달과 수료증을 전달하는 그의 모습에서 축구 꿈나무들을 향한 애정이 느껴졌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유니폼을 입은 채 박지성과 찍은 사진은 주니어 선수들에게도 특별한 경험으로 남을 듯했다.

이튿날 준비된 세션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팬인 본보이 성인 회원을 대상으로 했다. 이 역시 본보이 모먼츠의 경매에 올라온 프로그램으로, 웨스틴 요코하마에서 도쿄 에디션 토라노몬으로 장소를 옮긴 박지성 및 사커 스쿨 팀과 만찬을 즐기는 행사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팬들이 모인 자리이다보니, 클럽 관련 퀴즈에서는 그라운드 위 주니어 선수들 만큼 뜨거운 참여 열기가 가득했다.

행사를 마친 박지성은 엔데믹 이후 활발해진 축구 관련 이벤트에 반가움을 표했다. 그는 〈엘르 코리아〉에 축구와 관련한 다양한 메시지들을 전했는데, 먼저 꿈나무들에게는 스스로 얼마나 축구를 좋아하는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지성은 "부모가 축구를 권해서 시작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나 축구를 하다 보면 반드시 힘든 시기가 올 텐데, 이를 이겨내려면 즐기면서 하되 본인이 정말로 축구를 좋아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아이들과 오랜만에 공식 석상에서 공을 찼을 그에게 한국 유소년 축구 정책 방향성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박지성은 "교육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고 힘주어 말했다. 통상적 의미의 '공부'가 아닌 예체능에 재능을 가진 아이들에게 기회가 주어지고, 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지성은 "만일 예체능을 하다가 그만 두게 될 경우에도 아이들이 평범한 생활을 할 수 있게 조력하는 교육 정책이 마련됐으면 한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본보이 모먼츠 프로그램에 여러 장면들이 있었지만, 박지성을 만나 행복해 하는 주니어 선수들의 얼굴에서 오는 감동이 매우 컸다. 박지성이 주니어라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어떤 레전드를 만나 함께 뛰고 싶었을지도 궁금해졌다. 이에 박지성은 현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활약 중인 공격수 마커스 래시포드를 꼽았다. 그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유스 출신이고, 주전이 됐고, 이번 월드컵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였다"라고 래시포드를 칭찬했다. 이어 "어렸을 때 데뷔해 슬럼프도 겪었지만, 이를 이겨내고 모두의 기대에 부응한 그에게 '힘들 때 어떻게 극복했느냐'라고 물어 보지 않았을까"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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