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동굴서 500일 …“65일째부터 시간 감각 잃어”

이정헌 2023. 4. 17.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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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세상과 차단된 지하동굴 같은 극단적인 고립 환경은 인간의 신체와 정신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 같은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한 실험에 참여한 스페인 여성 산악인 베아트리스 플라미니(50)가 지난 14일(현지시간) 스페인 남부 그라나다에 위치한 지하 70m 동굴에서 500여일 만에 무사히 지상으로 올라왔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보도했다.

실험 환경에는 비상 상황을 대비한 '패닉 버튼'이 있었지만 플라미니는 이를 누르지 않고 약속된 500일을 모두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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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힘들게 한 건, 동굴로 들어온 파리
알 낳고 번식한 파리떼 온몸 뒤덮어
실험을 위해 동굴에서 생활한 스페인 여성 산악인 베아트리스 플라미니(50)가 500일 만에 무사히 지상으로 올라왔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나기 3개월 전인 2021년 11월 20일 동굴에 들어갔다. EPA 연합뉴스


바깥세상과 차단된 지하동굴 같은 극단적인 고립 환경은 인간의 신체와 정신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 같은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한 실험에 참여한 스페인 여성 산악인 베아트리스 플라미니(50)가 지난 14일(현지시간) 스페인 남부 그라나다에 위치한 지하 70m 동굴에서 500여일 만에 무사히 지상으로 올라왔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보도했다.

스페인 알메리아, 그라나다, 무르시아 대학 소속 과학자로 구성된 연구팀은 플라미니가 동굴에 들어간 2021년 11월 20일부터 500일 동안 그를 추적했다. 이들은 연구를 통해 사회적 고립과 방향감각 상실이 인간의 시간 감각과 뇌 패턴, 수명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확인했다.

실험 환경에는 비상 상황을 대비한 ‘패닉 버튼’이 있었지만 플라미니는 이를 누르지 않고 약속된 500일을 모두 채웠다.

연구진은 동굴 속에 배치한 라우터 장치가 고장 난 탓에 수리하는 8일 동안 플라미니가 잠시 밖으로 나와 텐트에서 머물렀지만 접촉 없이 고립 상태를 유지했다고 밝혔다.

실험을 위해 500일 동안 동굴에서 고립된 생활을 한 스페인 여서 산악인 베아트리스 플라미니(50)가 지상으로 올라와 자신의 동료를 끌어안고 있다. 그는 48살에 동굴에 들어가 50살이 되어 지상으로 올라왔다. 로이터 연합뉴스


플라미니는 동굴에서 나온 후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어려운 순간도 있었지만, 매우 아름다운 순간 또한 여럿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그토록 오랜 시간을 혼자 지내면서 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엔 “난 혼자서도 잘 어울린다”면서 자신의 폭넓은 경험과 정신 관리에 대해 말했다.

그는 동굴에서 500일을 보내는 동안 의도적으로 ‘일관된 생활’을 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차분하게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뜨개질을 하는 식이다.

그는 “내가 원하는 곳에 있어서 나 자신에게 전념할 수 있었다”면서 “지금 이 순간을 사는 것이 비결이었다”고 말했다.

스페인 여성 산악인 베아트리스 플라미니(50)가 지난 14일 500일 동안 시간을 보낸 동굴 생활을 끝내고 지상으로 나왔다. AFP 연합뉴스


실험 도중에 플라미니는 혼잣말을 하곤 했지만, 결코 크게 소리를 내진 않았다.

그는 동굴에 내려간 지 65일째 되던 날부터 ‘시간 감각’을 잃었다고 설명했다.

가장 힘든 순간은 언제였을까. 그는 파리떼가 몰려든 때를 떠올렸다. 플라미니는 “파리가 들어와 애벌레를 낳고 내 온몸을 뒤덮었다”면서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는 아니었지만 건강에 좋은 일도 아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동굴에서 나올 때 왜 그렇게 기쁜 표정을 지었냐는 질문에 “꿈이 있었고, 그 꿈을 이룬다면 기분이 어떻겠나”라고 되물으며 “(꿈이 이뤄졌는데) 울면서 나오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플라미니는 두 대의 카메라로 자신의 생활을 기록했다. 500일 동안 촬영된 영상은 다큐멘터리로 제작될 예정이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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