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TSMC도 꺾였다...파운드리도 못 버틴 반도체 한파

중국 장쑤성 난징에 위치한 TSMC 공장 전경. (출처=AFP연합)

반도체 혹한기에도 비교적 수요가 탄탄했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마저 업황 악화를 버티지 못하고 실적이 꺾이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의 3월 매출은 4년여 만에 감소했다. TSMC의 3월 매출은 1454억800만대만달러(약 6조3000억원)로 지난해 3월보다 15.4% 줄었다. 전년 동월 대비 월매출이 감소한 것은 2019년 5월 이후 처음이다. 또 2021년 10월(1345억3900만대만달러) 이후 17개월 만에 가장 적은 월매출이다.

TSMC의 올 1분기 매출은 지난해 1분기보다 3.6% 증가한 5086억3300만대만달러(약 22조500억원)를 기록했다. 다만 전분기와 비교하면 18.7% 줄었다. 또 회사 측이 앞서 제시한 1분기 매출 전망치 범위인 5126억9000만∼5372억5000만대만달러에도 미치지 못했다.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인 삼성전자의 1분기 반도체 매출은 14조∼15조원대로 예측돼 TSMC가 1분기 실적 기준 세계 반도체 매출 1위를 지킨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근 IT 수요 위축으로 애플, 엔비디아, 퀄컴, AMD, 미디어텍 등 주요 고객사 주문이 감소하면서 TSMC 매출도 직격탄을 맞았다.

메모리 업체는 미리 만들어둔 제품을 시장에 공급하는 반면 파운드리는 주문 생산 방식으로 정해진 물량만 생산한다. 따라서 파운드리는 메모리에 비해 재고 부담이 적어 상대적으로 경기 영향을 덜 받는다. 실제로 지난해 하반기에는 메모리 업황 둔화에도 파운드리는 비교적 선방했지만,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결국 파운드리에도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기대 이하 실적에 TSMC도 본격적으로 투자 속도 조절에 들어가는 모습이다. 대만 IT 매체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TSMC는 대만 내 신공장 건설 계획을 6∼12개월 늦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올해 설비투자(CAPEX) 목표치를 하향 조정할 가능성도 있다.

실적 악화는 다른 파운드리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파운드리 점유율 2위인 삼성전자는 주문량 감소에 따른 가동률 하락에 1분기 적자 가능성이 거론된다. 메모리를 포함한 전체 반도체 부문 영업손실 추정치는 4조원 안팎이다. 파운드리 3위인 대만 UMC의 올 1분기 매출은 542억1000만대만달러로 전년 동기, 전분기에 비해 각각 14.3%, 20.1%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