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도 野도 “개고기 먹지 말라”는데...국민 60% ‘강제하면 안 돼’ [민심레이더]

반진욱 매경이코노미 기자(halfnuk@mk.co.kr) 2023. 4. 17.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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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사라져가는 문화 왜 탄압하나”
20대 67%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잘못
여야가 ‘개고기 식용 금지 반대’에 목소리를 높인다. 사진은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반려견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모습. (연합뉴스)
최근 대통령실과 더불어민주당이 모처럼 같은 목소리를 내는 사안이 있습니다. 바로 ‘개 식용 금지’입니다. 개고기를 먹지 못하도록 아예 법제화를 하자는 의견인데요. 단순히 식용 금지 권유를 넘어 강제로 못 먹게 하자는 의견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강하게 표출되고 있습니다.

해당 사안에서 가장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은 영부인 김건희 여사입니다. 김 여사는 비공개로 열린 동물보호단체와의 간담회에서 ‘개 식용 문화 종식’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영부인의 발언에 맞춰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개 식용 금지법을 발의했죠. 야당도 나섰습니다. 김민석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4월 13일 열린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개 식용’ 논란을 끝내기 위해 당 차원에서 마련하고 있는 특별법을 발표했습니다.

특히 김 의장은 이 법을 ‘손흥민 차별 예방법’이라 이름을 붙여 주목을 받았습니다. 해외에서 생활하고 있는 한국 사람들이 ‘개고기’를 먹는다는 이유로 차별을 받고 있다는 게 주장의 요지입니다. 실제로 ‘개고기를 먹는 사람’은 유럽과 미국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인종 차별 표현으로 자주 쓰이고는 했죠. 영국 EPL에서 활약했던 박지성은 물론, 현재도 활약 중인 손흥민 선수 모두 상대팀 팬에게 개를 먹는다는 인종 차별적 표현을 들어야만 했습니다. 김 의장은 “손흥민에 대한 차별과 야유 소재가 된 (개 식용) 빌미도 근절해야 한다. 아이와 찍은 사진보다 반려동물과 찍은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더 많이 올리는 시대에 개 식용 논란은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죠.

다만, 이미 사라져가는 개 식용 문화를 굳이 금지해야 하냐는 반발도 만만찮습니다. 과거부터 전해져왔던 문화를 무작정 금지시키는 것이 옳냐는 지적입니다. 실제로 닐슨코리아가 지난해 10월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년간 개고기를 먹은 경험이 있다고 밝힌 사람은 16.7%에 그쳤죠. 향후 개 식용을 하지 않겠다는 응답은 84.6%가 넘었습니다. 이미 한국 문화에서 거의 사라져가고 있죠.

옥소폴리틱스 제공
여론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과반수가 강제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회원 20만명을 거느린 정치 커뮤니티플랫폼 ‘옥소폴리틱스’가 ‘개 식용 금지법 논의, 어떻게 생각하세요’라는 주제로 설문조사한 결과(응답자 374명) 응답자 60.2%가 ‘반대한다’고 답했죠. 법안 찬성 여론은 15%에 그쳤습니다.

법안에 반대하는 이유로 “문화는 문화로 봐야 한다”는 답변이 많았습니다. 중도진보 성향의 40대 남성은 “알아서 하게 냅둬라. 뭘 먹든 남한테 피해 안 주면 되지 않는가. 유럽이 개를 먹으면 야만인이라고 하면 그게 기준인가. 어디든 문화는 다 다르다. 그걸 존중해줘야 한다. 왜 그들의 기준에 서 있으려고 하나”고 일갈했습니다. 다른 20대 남성은 “이러다 소, 돼지도 불쌍하니 인공육만 합법화되겠다. 관리시스템만 갖추면 될 일을 왜 크게 만드나”라고 강조했죠.

이미 사라지는 문화를 왜 강제하냐는 의견도 많았죠. 보수 성향의 30대 남성은 “이런 걸 죄다 규제와 강제로 해결하겠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좌파 마인드다. 그리고 이미 냅둬도 사장돼가고 있는 것을 뭣하러 들쑤셔서 반발감을 조성하는가”라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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