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를 보전해야 하는 까닭

박현국 2023. 4. 17.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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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문화청, 교토 이전 기념 강연 '교토의 보물, 미래로' 열려

[박현국 기자]

 기조 강연에서 사사키 조헤이 교토대학 명예교수님께서 ‘교토의 보물, 미래로’ 제목으로 발표를 하셨습니다.
ⓒ 박현국
8일 오후 교토 가든팔레스 호텔에서 교토고문화재보존협회가 주관하는 일본 문화청 교토 이전 기념 강연이 열렸습니다. 이 행사에서 사사키 조헤이 교토대학 명예 교수는 '교토의 보물, 미래로'라는 제목으로 기조 강연을 했습니다. 이어서 교토 문화재를 소유하고 관리하고 공개하는 절 주지 스님들이 자신이 문화재를 관리해온 경험과 과정을 소개했습니다.

올 4월부터 일본 문화청이 도쿄에서 교토로 옮겨왔습니다. 이번 이전은 일본 정부 기관이 지방으로 이전한 첫 사례로서 그동안 오랫동안 준비하고, 지연되다가 마침내 실현됐습니다. 그것도 완전한 이전이 아니고 언어 관련 부서는 아직도 도쿄에 남았습니다. 옮겨온 부서는 문화재 보전과 관리를 중심으로 약 400명 정도입니다.

기조 강연에서 사사키 조헤이 명예교수는 문화재를 소중히 여기고, 수리 보존해야 하는 까닭은 역사를 이해하는 실질적이고 실제적인 자료가 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일본 문화재는 대부분 교토 부근 절에서 소유하는 불교 관련 문화재가 많습니다. 이들은 대부분 소재가 종이, 나무로 만들어진 것이어서 상황이 비슷한 우리 문화재와도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문화재 수리 보존에서 가장 큰 문제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사사키 조헤이 명예교수는 '예산'이라고 대답했습니다. 일본의 문화재 관련 예산은 이웃 한국보다도 형편 없는 수준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교토 시내 주지 스님들도 수리 책임은 각 절 소유이기 때문에 예산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고문화재 수리 복원 방법이나 목표도 사람에 따라서 다릅니다. 불교 문화재는 대부분 처음 만들 때 화려하고 장엄했습니다. 불교의 권위를 내세우면서 사람들이 장엄에 빠져들도록 합니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색이 바래고, 화려함이 줄어듭니다. 이러한 문화재들을 수리 복원하면서 원래의 화려함과 장엄함을 재연시킬 것이냐 하는 것도 큰 주제입니다.

대부분 일본 불교 문화재의 수리 복원은 불교 문화재가 지닌 원래의 화려함과 장엄함을 복원하지 않고 낡은 상태가 더 이상 진행되지 않도록 최소한으로 수리를 제한합니다. 복원 수리가 끝난 상태에서 수리 복원을 했는지 알 수 없을 정도가 가장 잘한 수리라는 말이 있습니다. 일본의 수리나 복원은 나무나 종이 소재 문화재의 속에서 일어나는 벌레나 곰팡이 피해 등이 더 이상 확대되지 않도록 합니다. 이것이 일본 보존 수리의 중심 태도입니다.

교토는 1천 년 이상 일본 수도로서 일왕이 살면서 일본 전 지역을 다스려왔습니다. 이 때 사상적으로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이 불교입니다. 불교는 지배 철학이었고 생활의 바탕이었습니다. 사람들은 불교에 심취하여 늘 불교 행사에 참여하고, 집안에 불상을 모시고, 빌기도 했습니다. 이와 더불어 많은 절이나 불상 등 불교 관련 시설과 신앙 관련 도구를 만들었습니다.

생활과 역사 속에서 만들어진 불교 문화재들은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없어지기도 했지만 신앙심과 더불어 남아있기도 하고, 일부 방치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방치된 불교 문화재 가운데 일부 가치가 다시 알려지기도 하고 그대로 없어지기도 합니다. 여기에 전문가들의 식견과 보존 기술자들의 안목이 필요합니다.

이번 행사에서 이렇게 방치되던 불교 문화재가 어떻게 새롭게 발견되었고, 전문가들의 안목에 의해서 어떻게 가치가 새롭게 인식되어 빛을 발하게 되었는지 소개했습니다. 그동안 문화재의 복원 수리를 위해서 주지 스님들이 나서서 발언을 하고, 일부 사람들에게 기금을 모금하고, 나라 예산을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나라 돈을 사용하려면 먼저 문화재로 지정을 받아야 가능합니다.

어느 곳이나 역사 속에서 만들어진 많은 자료와 흔적들이 있습니다. 역사적이라고 해서 모든 것을 완벽하게 보전할 수 없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없어지기도 하고, 사건 사고나 자연재해 등으로 사라지기도 합니다. 그 가운데 역사적, 문화적으로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것을 가려 골라서 수리하고, 보전하는 것은 모두의 책무이기도 합니다. 이번 행사는 그런 인식을 새롭게 하는 자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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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교토에 있는 류코쿠대학 국제학부에서 우리말과 민속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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