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의 2인자' 할로웨이, 코리안 좀비 나와라

김종수 2023. 4. 1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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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UFC 페더급 챔피언 할로웨이, 정찬성 호명

[김종수 기자]

 체급내 최고 신성으로 불리던 아놀드 앨런(사진 왼쪽)이었지만 맥스 할로웨이의 벽은 넘어서지 못했다.
ⓒ UFC 제공
 
전 UFC 페더급 챔피언 '블레시드(Blessed)' 맥스 할로웨이(31·미국)는 체급을 대표하는 선수중 한명이다. 하와이 주 와이아나에 출생인 그는 장신(180cm)의 신체조건을 살린 장기전의 명수다. 체력과 맷집이 좋은지라 경기내내 야금야금 상대를 갉아먹으며 무너뜨린다. 그런 스타일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13연승을 달리는 등 퉁산 24승 7패를 기록하고 있다.

무엇보다 한때 페더급 역사상 최고의 파이터로 불리던 '폭군' 조제 알도의 시대를 끝낸 장본인이라는 점은 체급 역사에 영원히 남을 업적이다. 두 번 붙어 모두 TKO로 잡아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로웨이는 '페더급 역사상 최강자'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현 챔피언 '더 그레이트(The Great)' 알렉산더 볼카노프스키(34·호주) 때문이다.

할로웨이에게 볼카노프스키는 거대한 시련과도 같다. 할로웨이는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그와 3번 맞붙어 모두 패했다. 2차전 당시 판정 논란이 살짝 있기는 했으나 워낙 박빙이었던지라 누구의 손이 올라가도 이상하지 않았을 뿐 편파판정과는 거리가 있었다. 중요한 것은 특정 상대에게 3번이나 패했다는 것이고 그로 인해 커리어에 엄청난 상처가 생긴 것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로웨이는 꺾이지 않았다. 예전만큼 압도적인 이미지는 사라졌지만 여전히 페더급에서의 그는 다른 랭커들에게 '넘어서기 힘든 벽'같은 존재다. 실제로 그는 13연승 행진이 끝난후 4패를 기록했는데 3패는 앞서 언급한 볼카노프스키와의 맞대결에서, 나머지 1패는 더스틴 포이리에에게 허용했다.

하지만 포이리에와의 경기는 라이트급에서 벌인 승부였던지라 페더급과는 거리를 둘 필요가 있다. 결과적으로 2014년부터 현재까지 볼카노프스키를 제외하고는 페더급에서 누구에게도 패하지않았다. 볼카노프스키만 아니었다면 '역대 페더급 GOAT'의 자리는 그의 차지가 됐을 것이 분명하다.

보통 특정 상대에게 연패를 당하거나 전성기 시점에서 충격적인 패배가 이어지게되면 멘탈까지 함께 박살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할로웨이는 무너지지 않았다. 여전히 꾸준하게 경기를 뛰고있으며 자신감도 죽지않았다. 그는 자신이 볼카노프스키보다 못할게 없다고 생각하며 여전히 4차전을 노리고 있다.

할로웨이는 지난주 알렉스 페레이라(35·브라질)에게 3패 후 끝내 복수에 성공한 UFC 미들급 챔피언 이스라엘 아데산야(33·뉴질랜드-나이지리아)에게 영감을 받았다. 그렇지않아도 투지가 식지않은 상황에서 아데산야가 보여준 드라마를 통해 본인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재확인 했다. 요새 유행하는 말 '중꺾마(중요한 것은 꺾이지않는 마음)'가 딱 어울리는 파이터라 할 수 있다.

할로웨이의 '축복의 시대(blessed era)'는 끝나지 않았다. 16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미주리주 캔자스시티 티모바일 센터에서 있었던 ufc 파이트 나이트: 할로웨이 vs 앨런 메인 이벤트에서 페더급 랭킹 4위 '전능자(almighty)' 아놀드 앨런(29·영국)과 맞붙었다. 앨런은 과거 할로웨이가 그랬듯 12연승(UFC 10연승)의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있던 체급내 신성이었다.

최근 댄 후커(33·뉴질랜드), 캘빈 케이터(35·미국)등을 연달아 피니시하며 주가를 올리고 있었다. 뛰어난 복싱과 레슬링 실력을 갖춘 웰라운드 파이터이기도 하다. 어려운 상대와 붙게된 이유에 대해 할로웨이는 미디어데이 당시 "챔피언이 되고, 가장 위대한 선수가 되는 게 동기가 아니라면 내가 왜 이 시합을 받았겠는가? 그저 돈이나 벌고자 했다면 쉬운 상대와 싸웠을 것이다"며 타이틀 탈환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맥스 할로웨이(사진 오른쪽)는 다양한 방식으로 앨런을 농락했다.
ⓒ UFC 제공
 
아놀드와의 시합을 앞두고 할로웨이는 다소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아놀드때문은 아니다. 일부 팬들이 자신을 물주먹이라고 비난해서이다. 거기에 대해 할로웨이는 "많은 사람들이 사람들이 나에게 물주먹이라고 떠들어대는 걸 들었다. 이번 경기가 끝나고도 그런 소리가 나올 수 있는지 지켜보겠다"고 큰소리쳤다.

더불어 "나 아직 여기 있다!'는 게 이 시합의 모토다. 복서 로이 존스 주니어의 말을 빌려 볼까. '당신들이 날 잊어버렸나보군!' 어떻게 될지 두고 보자. 난 이미 이런 상황을 겪어봤고, 이런 상황을 즐긴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대부분의 경기에서 압도적인 유효타 개수로 상대의 전의를 상실케하는 자신에 대해 그런 말이 나오는 것 자체로 자존심이 상한 듯 보였다.

할로웨이는 8KO(TKO)승으로 UFC 페더급 역사상 최다 KO(TKO)승 기록 보유자다. 하지만 상대를 한 방에 KO시키기보다는 누적 데미지를 통해 레퍼리 스톱을 이끌어내는 볼륨 펀처에 가깝다. 안티 팬들이 '물주먹'이라고 조롱하는 이유다. 그는 2021년 볼카노프스키에게 연패를 당한 뒤 마주한 케이터에게 무려 445대의 유효타를 퍼부으며 완승을 거뒀다. 당시 '자신이 더 나은 복서'라고 주장하던 케이터의 주먹을 노룩으로 피한 뒤 "내가 UFC 최고의 복서다!"라고 외치며 굴욕을 안겨주기도 했다.

할로웨이는 체급내 최고 기대주 앨런을 맞아 만장일치 판정(49-46, 49-46, 48-47)으로 승리를 가져가며 '최강의 2인자(?)'임을 또다시 입증했다. 앨런의 파워를 의식했던 것일까. 과감한 난타전도 서슴치않는 성향의 소유자 할로웨이는 이날만큼은 잘 맞지 않는 영리한 게임플랜을 들고 나왔다. 활발한 사이드 스텝을 활용하며 잽과 미들킥으로 앨런을 공략했다.

패색이 짙어진 앨런은 마지막 5라운드에서 과감한 러시를 감행했지만 오히려 카운터 잽을 맞어맞고 다운을 허용했다. 최근 상승세는 그야말로 엄청났으나 아직은 역대급 강자인 할로웨이를 넘어서기 힘들다는 것이 드러났다. 할로웨이는 경기 후 가진 인터뷰에서 "안 맞으려고 했는데 앨런은 트럭처럼 때렸다. 마지막 라운드에 맞아서 멍이 들었다. 이것 때문에 내 모델 커리어가 위험에 처했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국내 격투 팬들을 깜짝 놀라게 한 것은 이후 가진 기자회견이었다. 할로웨이는 현 페더급 랭킹 6위 '코리안 좀비' 정찬성(36·코리안좀비MMA)과의 경기를 요구했다. 거기에 대한 이유로 "그는 유일하게 내가 싸워보지 않은 동시대 강자다. 난 정찬성의 경기를 보면서 자랐다. 꼭 싸워보고 싶은 선수 중 하나다. 정확히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올해 호주 대회가 열릴 예정으로 알고 있다. 정찬성이 원한다면 거기서 경기를 가지고 싶다"고 말했다.

문제는 정찬성의 의지다. 대한민국 최초 UFC 챔피언에 대한 열망이 강했던 정찬성은 지난해 4월 볼카노프스키와의 타이틀전에서 패한 이후 더이상 경기를 가지지않고 있다. 새하얗게 불태웠던 승부에서 한계를 절감했던지라 경기가 끝난 후 은퇴를 암시하는 발언을 던지기도 했다. 이후 한경기 정도 더하고 싶으며 장소는 한국 대회였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드러낸 바 있다.

하지만 상대가 할로웨이라면 정찬성의 투지가 다시금 불타오를 공산도 크다. 할로웨이가 정찬성을 원하는 것처럼 정찬성 역시 예전부터 할로웨이와 붙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격투인생 마지막을 장식할 선수로 적임자다. 만약 정찬성이 마음을 먹는다면 주최측에서도 밀어줄 가능성이 높다. 둘 모두 티켓 파워를 갖추고 있고 파이팅 스타일마저 화끈한지라 명승부를 기대 할 수 있다. 코리안 좀비와 하와이안 좀비의 '좀비 매치'가 옥타곤에서 실현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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