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톡]"반도체 공장 보조금 더 달라" 獨-인텔·TSMC 줄다리기 치열
"인텔, 보조금 인상 요구…獨정부, 투자 확대해야"
독일 정부와 글로벌 반도체 제조업체가 공장 건설에 지급되는 보조금 규모를 놓고 치열한 ‘줄다리기’를 벌이면서 전 세계 반도체업체의 주목을 받고 있다. 미·중 패권 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부각된 공급망 문제에서 특히 핵심 분야인 반도체 제조시설 확보를 놓고 각국 정부와 업체 간 갈등이 커지는 가운데 유럽 경제의 중심인 독일의 사례가 앞으로 유럽연합(EU) 전체 국가들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인텔, 대만 TSMC 등 글로벌 반도체업체들도 독일을 유럽 내 최대 거점지역으로 점찍고 독일 정부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쉽사리 합의점이 도출되지 않고 있다. 앞서 미국이 390억달러(약 50조8000억원) 규모의 보조금 지급 절차에 나선 독일이 앞으로 얼마나 빨리 최종 협상 타결을 이끌어 반도체 제조시설을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독일 정부가 자국 내 반도체 공장 건설과 관련해 보조금 지급 협상을 벌이고 있는 반도체 업체는 인텔, TSMC, 미국 전력반도체 업체 울프스피드, 독일 인피니온 등이다. 독일은 코로나19를 계기로 반도체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자 이에 동참해 제조업체 투자 확보에 열을 올려왔다. NYT는 "독일이 많은 반도체 제조업체를 원하고 있지만, 결코 그에 대한 비용이 저렴하진 않을 것"이라면서 "각 (공장 건설) 프로젝트가 정부 보조금을 조건으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독일 정부와 협상 중인 업체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의 투자를 약속한 반도체 업체는 인텔이다. 인텔은 지난해 3월 독일 마그데부르크에 170억유로(약 24조5000억원)를 들여 반도체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독일 정부도 68억유로의 보조금을 지급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후 경기 침체 우려 확산,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여파로 에너지 비용을 포함해 공장 건설 비용이 급증했다. 인텔은 공장을 짓는 데 투입되는 비용이 300억유로까지 증가했다면서 독일에 추가 보조금 지원을 요구했다. 지난해 말로 예정돼 있던 착공도 연기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인텔은 독일 정부에 보조금을 100억유로까지 인상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기존에 지급하기로 했던 보조금에 40억~50억유로를 추가해달라는 요구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독일 정부는 보조금 인상은 투자 확대가 있어야만 가능하다고 대응하고 있다. 다만 독일 정부 측도 비용이 크게 오른 점에 대해서는 인식하고 있어 내부적으로 관련 논의를 하고 있다고 외신에 밝히기도 했다.
인텔뿐 아니라 TSMC도 독일 정부와 보조금 협상을 장기간 하고 있다. TSMC는 2021년 독일 공장 건설 가능성을 처음 내비친 뒤 현재까지 투자 확정 소식이나 규모 등을 공개한 적은 없다. 지난해 12월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고 한 뒤, 올해 1월 C.C. 웨이 TSMC 최고경영자(CEO)가 고객 수요와 정부 보조금 지원 규모를 바탕으로 유럽에 자동차용 반도체 생산 공장 건설을 염두에 두고 고객, 파트너사와 논의하고 있다고 밝힌 정도다.
소식통을 인용한 여러 보도에 따르면 TSMC는 독일 드레스덴에 공장을 짓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지난해부터 현지 조사와 함께 보조금 협상을 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달 한 외신은 독일 작센주 관계자들이 TSMC 측과 협상하기 위해 대만을 방문했고, TSMC는 독일이 인건비가 다른 지역에 비해 높아 공사비가 많이 들 수밖에 없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보조금 협상에 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웨이 CEO가 밝힌 만큼 TSMC가 드레스덴 공장을 짓는다면 자동차용 반도체 생산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서 생산한 반도체를 독일을 비롯한 유럽 내 자동차 제조업체에 납품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전기차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는 상황에서 반도체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TSMC는 오는 20일 열리는 2023년도 1분기 법인 설명회에서 이와 관련한 발표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독일 투자는 확정한 상태로 정부와 보조금 협상을 하는 업체도 있다. 울프스피드는 지난달 자를란트주에 30억유로를 들여 공장을 짓고 2027년 가동에 나선다고 확정, 발표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발표 현장에 올 만큼 정부의 큰 관심을 받았다. 발표 당시 울프스피드는 현지 매체 인터뷰에서 투자 비용의 20%를 보조금으로 받기를 희망한다고 밝혀, 독일 정부의 보조금 지원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인피니온도 지난 2월 드레스덴에 회사 역사상 최대 규모인 50억유로의 반도체 공장 투자를 확정 지었다. 인피니온은 정부 측에 10억유로의 보조금을 지원해달라고 요구하는 상황이라고 외신 보도가 나왔다.
독일이 반도체 업체에 보조금을 주기 위해서는 EU의 승인이 필요하다. EU 회원국은 보조금 지급 시 시장 내 왜곡을 막기 위해 EU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규정 때문이다. EU는 조만간 430억유로 규모의 반도체 지원법을 최종 승인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독일과 반도체 업체 간의 협상도 속도가 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EU는 현재 10%도 채 되지 않는 EU의 반도체 산업 점유율을 2030년까지 2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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