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경영]'하나의 중국'을 둘러싼 동상이몽

이현우 2023. 4. 17. 10:37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의 미국 방문과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과의 회동 이후 대만해협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감이 한층 고조됐다.

중국 정부는 줄기차게 이 원칙을 내세우며 대만은 자국의 영토로, 대만해협은 영해임을 주장한다.

대만은 국제사회에서 별개의 도서국가로 존재해야하고 대만해협 역시 중국의 영해가 아닌 공해라는 개념에 중국 정부가 매우 강하게 반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의 미국 방문과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과의 회동 이후 대만해협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감이 한층 고조됐다. 중국 정부는 대만 동부해역 일대에 항공모함 전단을 출동시켜 공습훈련을 처음으로 벌이는 한편, 대만 해역 전체를 아우르는 대규모 군사훈련을 감행하며 무력시위를 벌였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중국의 이같은 군사적 도발의 배경에는 ‘하나의 중국(One China Policy)’이란 중국 정부의 일관된 외교 원칙이 도사리고 있다. 이 원칙은 중국과 대만이 현재 분단돼있지만, 하나의 나라로서 하나의 정부만이 국제사회에서 중국을 대표할 수 있다는 원칙이다.

원래 이 주장은 현재 중국 공산당이 아니라 1949년 국공내전 패전 이후 대만으로 들어간 국민당 정권, 즉 중화민국 정부가 먼저 주장했다. 이후 1992년 11월 중국과 대만이 합의한 일명 ‘92공식’에서 다시금 이 원칙은 "양안(兩岸)은 하나의 중국"이란 대명제로 재확인됐다.

중국 정부는 줄기차게 이 원칙을 내세우며 대만은 자국의 영토로, 대만해협은 영해임을 주장한다. 대만 국민당은 통일의 주체를 중국 공산당이 아닌 중화민국으로 보고 있지만 역시 중국과 대만을 별개의 국가로 보진 않는다. 북한과 현재 분단돼있지만, 헌법상 북한지역 전체를 한국의 영토로 보고 북한 주민들도 국민으로 인정하는 우리나라 입장과 비슷하다.

그러나 현재 집권 중인 대만의 민주진보당, 즉 민진당의 입장은 이와 완전히 다르다. 이들은 국민당이 주장하는 중화민국의 정통성도, 중국 공산당이 주장하는 중화인민공화국의 정통성도 모두 대만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대만이란 지역은 애초에 중국과 별개의 지역이었고, 대만은 중화민국이 아니라 ‘대만(Taiwan)’이란 별도의 나라로 중국과 완전히 분리돼야한다고 주장 중이다.

대만 내에서도 대만의 독립을 주장하는 여론 역시 일명 ‘화독(華獨)’파와 ‘대독(臺獨)’파로 나뉘어 있다. 화독파는 중화민국으로서의 대만이 같은 중화민족의 나라인 중화인민공화국과 현재의 분리상태를 유지하고, 평화를 지켜야한다는 보수주의자들의 독립 이론이다.

이와 달리 대독파는 대만 자체가 역사적, 민족적으로 중국과 완전히 분리된 지역이므로 대만이란 국가가 국제사회에서도 중화민국이 아닌 대만으로서 정체성을 갖고 독자적인 외교활동을 지향해야한다는 입장이다. 흔히 같은 정파로 치부되기 쉬운 대만의 독립세력들도 이처럼 하나의 중국에 대한 해석을 놓고 첨예하게 갈라져있는 것이다.

미국이 대만해협에서 주장하는 ‘항행의 자유(Freedom of Navigation)’와 이를 지킨다는 명목으로 매달 이어지는 군함 파견도 그 기저에 대독파가 주장하는 대만독립 이론이 깔려있다. 대만은 국제사회에서 별개의 도서국가로 존재해야하고 대만해협 역시 중국의 영해가 아닌 공해라는 개념에 중국 정부가 매우 강하게 반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러한 중국, 대만, 미국이 하나의 중국을 대하는 서로 다른 태도는 대만 지역의 정체성에 대한 모호성을 야기시킨다. 이는 앞으로 발생할 분쟁을 더욱 격화시킬 뇌관으로 작용할 것이다. 만에 하나 우발적인 국지전이 발발하거나 그 이상의 대규모 전쟁이 발발하게 됐을 때, 우리는 과연 중화인민공화국과 중화민국, 대만 중 어디와 손을 잡을 것인가. 초당적으로 통일된 한국의 입장이 미리 준비돼야할 것이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