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프티콘으로 커피 500원 구입하니 '절약거지'…MZ세대 카톡 '거지방' 열풍
"물가 너무 올라…절약하고 싶다"
'빚투' 후유증 MZ, 허리띠 졸라매
모아뒀던 기프티콘을 사용해 커피 한 잔을 500원에 산 일화를 전한다. 점심 식사 대신 대학에서 나눠준 빵으로 끼니를 때웠다며 자랑스럽게 보고한다. 최근 누리꾼들의 화제가 된 '거지방' 이야기다.
거지방은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의 일종이다. '당분간 거지처럼 살겠다'며 결심한 누리꾼이 모여 서로 돈 아끼는 정보를 공유하고, 저축을 독려하기도 한다. 이들이 나누는 '웃픈' 경험담은 MZ세대 사이에서 컬트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거지방의 인기가 현재 국내 경제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생활 물가 급등, 가파른 금리 인상은 '빚투', '영끌'의 후유증을 안고 있는 2030세대에 가장 혹독한 시련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돈 아끼는 오픈 채팅방 '거지방'
거지방은 이달 초부터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화제가 됐다. 대부분의 거지방은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 개설되며, '거지방'이라는 방 제목을 공유한다.
이곳에 모인 누리꾼은 서로 일주일간 누적 지출액을 공유하고 더 강한 절약 의지를 불태운다. 수십만원 이상의 과소비를 한 누리꾼을 질책하는가 하면, 가장 지출액이 큰 누리꾼에게 반성문 작성 등 벌칙이 내려진다. 생활비를 아끼는 나름의 팁이 공유되기도 한다.
거지방은 특히 MZ세대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제는 아이돌, 영화, 드라마 등을 주제로 한 오픈 채팅에서도 거지방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돈 못 벌어도 좋으니 빚지는 일은 피하고 싶다" 미래 불안한 MZ
그렇다면 MZ세대는 왜 거지방에 푹 빠졌을까. 친구들과 함께 거지방을 개설했다는 직장인 유모(29)씨는 "혼자서는 소비를 절제하기 힘들었는데 아는 사람들끼리 정보를 공유하니까 동기 부여도 되고 외롭지도 않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수개월 전만 해도 거리낌 없이 거액을 지출했던 유씨는 최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느껴, 소액이라도 저축을 하기로 했다고 한다. 매월 50~70만원가량을 납입하는 적금도 들었다. 하지만 받은 월급을 남김없이 소비하는 데 익숙해진 그에게 절약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다. 유씨는 "친구들도 다들 나와 비슷한 상황이더라"라며 "하지만 서로 고충을 나누면 '아끼는 고통'을 덜어낼 수 있다"라고 전했다.
다른 2030 세대 직장인도 다르지 않다. A(30)씨는 "물가가 너무 오르니까 돈이 줄어드는 게 눈에 보이더라"라며 "커피, 담뱃값이라도 아끼고 살지 않으면 정말 큰 일 나겠다 싶어 허리띠 졸라매기로 했다"라고 토로했다. B(32)씨는 "대출 금리가 계속 오르는 상황에 카드로 돌려막으며 살 수는 없지 않나. 돈을 많이 벌지는 못 하더라도 빚지는 일은 피하고 싶다"라고 했다.
빚투 후유증…경기 침체 피해 큰 2030
MZ세대의 '거지방 열풍'은 현재 국내 경제 상황과도 연결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 악화, 물가 급등, 금리 인상 등으로 인한 충격이 젊은 세대에 가장 힘겹게 다가왔다는 것이다.
불과 수년 전만 해도 MZ세대 사이에서는 '파이어족', 'YOLO' 등이 인기를 끌었다. 명품 의류나 브랜드 스니커즈, 한정판 주류 구매를 위한 '오픈 런'이 사회적 현상으로 대두되기도 했다.
가상화폐 투자, 동학개미운동 등에 가장 적극적인 세대도 MZ세대였다. 2021년 5월 코인거래소 '빗썸'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당시 기준 전체 투자자 가운데 2030세대 비중은 62.4%에 육박했다.
고리스크 투자법을 뜻하는 신조어가 유행하기도 했다. 빚투(빚내서 투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서 투자)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거시 경제 상황이 악화하고 투자 심리가 냉각되자, 가장 먼저 피해를 본 세대도 MZ세대가 됐다.
실제 한국보건연구원(연구원)이 지난달 27일 공개한 '청년 미래의 삶을 위한 자산 실태 및 대응 방안' 보고서를 보면, 2030세대 청년 가구주 가운데 상당수가 위험 수준까지 빚을 진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19세~39세 청년 가구주 중 소득대비부채비율(DTI)이 300% 이상으로 '위험' 지표에 해당하는 경우는 21.7%였다. 즉, 전체 2030세대 가구주 10명 중 2명가량은 소득보다 빚이 3배 이상 많다는 뜻이다. 부채가 늘어나는 속도도 가파르다. 2012년에는 DTI 위험 지표 청년 가구 비율이 8.37%에 불과했다. 단 10년 만에 2.6배 치솟은 것이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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