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속 용어]日 기시다 폭탄테러로 다시 떠오른 '외로운 늑대'
범행 예측 어려워…아베 피격 모방 가능성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피습 9개월 만에 또다시 총리를 겨냥한 테러가 발생하면서 다음달 주요 7개국 정상회의(G7)를 앞둔 일본에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도 아베 피격 사건 때와 마찬가지로 배후 조직이 없는 단독 범행으로 밝혀지면서 사회로부터 고립된 개인이 분노를 범죄로 옮기는 일명 '외로운 늑대(Lone Wolf)' 문제가 다시금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17일 TV아사히 등 일본 언론은 경찰관계자와 전문가 인터뷰 등 인용해 지난 15일 일어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피습 사건의 용의자는 '외로운 늑대'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용의자인 24세 남성, 기무라 류지는 와카야마시에서 열린 기시다 총리의 연설회장에서 총리를 겨냥해 원통형의 사제 폭탄을 투척했다가 제압됐다.
'론 오펜더(Lone Offender)'라고도 불리는 외로운 늑대는 특정조직에 속하지 않고 정부나 사회에 대한 개인적 반감을 이유로 단독으로 범행을 실행하는 사람을 뜻한다. 국제적인 테러 조직에 가담하거나 특정 사상을 신봉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들의 범행은 사전 예측이 거의 불가능해 테러 대책을 세우는 것이 일반적인 테러보다도 훨씬 어렵다.
전문가들은 외로운 늑대에 의해 발생하는 범죄는 일본사회 전반에 퍼진 불공평에 대한 불만이 폭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코미야 노부오 릿쇼대학 범죄학 교수는 칼럼을 통해 "아베 총리 피격 사건의 경우에도 종교단체에 대한 원망이 거듭됐지만, 배경에 종교나 정치적 문제가 있다고 해도 그것은 트리거일 뿐, 본질이 아니다"라며 "기시다 총리 피격도 마찬가지다. 불만의 기저에 있는 일본 사회의 심각한 빈부격차와 빈곤문제 등이 원인이 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첩 전문가인 이나무라 유우 일본 카운터 인텔리전스 협회 대표이사는 "보도에 따르면 용의자는 평범한 남성이며, 얌전하고 조용하게 생활했다고 한다"며 "최근 외로운 늑대에 의한 사건의 경우 겉으로는 정상적으로 생활하거나 눈에 띄지 않게 살면서 사회에 대한 원망을 일방적으로 키우고 있다. 이들이 사회에서 구원받을 기회가 있었다면 사건을 미연에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범죄심리학자인 데구치 야스유키 도쿄미래대 교수도 언론 인터뷰에서 "이번 테러도 유세 현장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아 아베 피격 사건의 모방 범죄"라며 "다만 이번 사건의 경우 폭발물의 살상 능력이 낮은 점 등을 고려하면 총리에게 직접적으로 위해를 가하는 것이라기보다 사회에 큰 동요를 주거나 왜곡된 자기 과시욕을 충족시키기 위해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일본에서는 외로운 늑대가 계속 연설회장과 같이 청중이 많이 몰리는 곳을 타깃으로 삼으면서, 이와 연결 지어 경호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범죄 동기를 가진 개인이 범행을 결심하게 하는 요인에 '들어가기 쉬운 장소', '감시성이 낮은 장소'가 꼽히기 때문이다. 이번 연설회장 같은 경우 사전에 총리의 동향 파악이 쉬운 데다가, 사람들이 많이 모여 특정이 어렵고 사전 소지품 검색 등이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범행을 기획하기에 유리한 조건이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다음 달 G7을 앞둔 상황에서 발생한 총리 겨냥 테러로 일본에서는 '경호 구멍'에 대한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아베 피습 사건 이후로 일본 경찰청은 경호 원칙을 전면 재검토해 수정할 것을 지시했으나, 이번 사건이 일어난 지역 와카야마시는 총리가 연설을 자주 하지 않았던 지역이라 경찰청이 아닌 현 경찰이 단독으로 경호를 준비했다.
후쿠다 미스루 니혼대학 위기관리학부 교수는 "청중과 총리와의 거리를 두고 사전에 수하물 검사도 실시했어야 했다. 아베 피격 사건의 교훈을 전혀 살리지 못했다"며 "이제 G7에서 정상회의 반대파나 테러 조직의 표적이 될 리스크가 더욱 커졌다. 모방범죄가 앞으로 더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체포된 용의자는 계속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어 범행 동기 등을 밝히는 데는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용의자는 "변호사와 이야기하겠다"며 언행을 자제하고 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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