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보상의 명과 암

이건우 2023. 4. 17.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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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보자, LAW동건강] 개선이 되고 있지만... 여전히 남은 문제들

[이건우]

노동자들이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불의의 사고를 당하거나 장기간에 걸친 신체적 부담 업무로 인하여 부상 또는 질병이 발생한 경우, 노동자를 치료하여 신속하게 다시 사업장으로 복귀시키는 것은 노동자뿐만 아니라 사업주, 나아가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국가는 공적보험인 산재보험제도를 마련하여 직접 관장하고 있다. 산재보험제도를 통하여 산업재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보상하며, 재해자의 재활 및 사회복귀를 촉진함으로써 재해자와 그 가족의 생존권을 보호하도록 한 것이다.

최근에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시행과 산업안전보건법의 강화로 인하여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재사고는 꾸준히 발생하고 있으며, 하루에 2명 이상이 산업재해로 사망하고 있다. 산재사망률은 OECD 국가 중 1위에 해당한다.

혹자는 대한민국을 산재공화국이라 칭하기도 한다. 이러한 오명을 씻기 위한 시대적 과제로서 미래에는 예방을, 과거에는 합당한 보상을 안겨주기 위하여 산안법과 산재법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것이다. 큰 변화의 흐름을 맞이한 지금, 과거와 현재의 산재보상은 적절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하여 고찰해 본다.
 
 한국의 산재보상 제도는 급여 확대, 대상 확대 질병 산재 인정 등 개선된 면이 있는 반면, 산재처리 기간 지연이나 적용 배제 등 한계가 있다.
ⓒ pixabay
 
산재보상의 명

'산재 그리고 산재보상'.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우리나라 최초의 사회보험제도로 도입되어 현재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산재보험에서의 보험료는 사업주만 부담하며, 무과실책임을 원칙으로 산재보상이 이루어진다. 다른 사회보험에 비해 보장도 광범위하게 이루어진다.

수술비용 등의 치료비용, 휴업급여 등 생계비용, 치료 후 장해가 남은 경우 장해급여, 사망 시 유족급여와 장의비, 간병인이 필요한 경우 간병급여, 여기에 상병보상연금까지. 그리고 산재입증과 결정이 이루어지면 바로 보상이 시작된다. 광범위한 보상과 신속한 보상을 목적으로 하는 제도이며, 2018년부터는 사업주날인제도를 폐지로 사업주 확인 없이도 산재 신청이 가능하다.

또한 최근에는 산재보험이 노동자를 1인 이상 사용하는 사업장,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가입자격 확대 등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범위를 점차 확대해 나가고 있으며, 건강손상자녀에 대한 산재, 일명 태아산재의 경우도 인정기준에 충족되는 경우 산재보상이 가능하다.

업무상 사고뿐만 아니라 업무상 질병에 대한 인식도 확대되는 추세다. 산재라고 하면 일하다가 다치는 사람, 흔히 절단이 되거나 높은 곳에서 낙상사고가 발생하는 등의 큰 사고가 나는 경우라고 인식하였다면, 최근에는 인체에 유해한 작업장에서 장기간 근무함으로써 발생한 각종 질환들에 대하여 업무상 질병으로 산재에 해당한다는 것을 인지하는 노동자들이 증가하고 있으며, 실제로 업무상 질병으로 산재보상을 받는 노동자도 증가하고 있다.

산재보상의 암

그런 한편, 최근 산재보험법 개정을 통하여 산재보험 가입 대상은 확대되고 있음에도, 산재보험급여 지급 문턱은 여전히 높다. 2017년 까지도 6만 명에 머물렀던 특수고용 산재보험 가입자 규모는, 적용제외신청 제도를 폐지시키며 4년 만인 2021년 이후 76만 명 이상이 가입하여, 무려 10배 이상 증가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근로복지공단의 인력, 예산도 확충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문제가 있다.

더불어 산재처리 지연에 대한 비판 또한 불거져 나오고 있다. 특히 질병성 산재 부분에서 그렇다. 공정한 보상을 위해서 일정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모두 공감할 것이다. 다만 현재 산재보험 및 보상의 신청규모와 프로세스를 고려하면, 근로복지공단은 변화에 맞게 인력·예산·인프라를 확대하고, 산재처리 프로세스를 간결화해야 한다.

근로복지공단은 세계 최고라 스스로 명명하지만, 여전히 대한민국은 산재공화국으로 불리며, 산재보상의 문턱은 높기만 하다. 아직까지 사업주가 산재를 신청해주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근로자도 허다하며, 사업주가 산재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공상 합의를 제안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근로복지공단이 산재와 관련하여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이러한 인식들을 개선하는데 앞장서야 한다.

산재보상금의 부정수급 또한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산재보상을 받는 경우 부정수급에 해당한다. 부정수급 적발 시에는 부정하게 지급받은 금액의 2배를 납부하여야 하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근로자성 조작·장해상태허위조작·휴업급여 또는 기타 보험급여 부정수급, 소속 사업장과 결탁하여 재해경위를 조작하는 등의 경우가 그것이다. 또한 일명 산재브로커가 병원 등과 결탁하여 금품을 주고 환자를 거래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는데, 이는 해당 재해자뿐만 아니라 결국 모든 국민이 피해자라 할 수 있는 중대한 범죄행위이다.

부정수급의 문제는 반드시 근절되어야 하지만 이 과정에서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공단의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일례로 산재장해 1급을 받은 재해자가 일상생활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부정수급이라 판단되어, 23억 원을 징수결정하였고, 재해자가 이 과정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가 있었다.

최초 결정된 장해등급보다 나아졌다는 이유로 부정수급으로 결론을 내리고 조사를 하는 경우 앞으로도 더욱 많은 피해자들이 생겨날 것임은 자명한 일이다. 부정수급을 막고 철저히 조사하여 적발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지 않는 것 또한 중요한 일이다.

과거를 배우며 미래를 그린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제도는 없다. 당연하다. 모두들 알고 있을 것이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고, 장점이 있으면 그에 수반되는 문제점도 있을 것이리라. 다만 중요한 것은 과거의 실수가, 과거의 문제점이, 과거의 불만이 계속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근로복지공단은 세계최고의 사회보장서비스기관이 되기 위하여 정진하여야 할 것이고, 국민들 또한 세계최고의 사회보장서비스기관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능동적인 자세를 취해야 할 것이며,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이에 대한 지원이 이루어질 때, 더 나은 미래를 그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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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이건우 님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후원회원이자 공인노무사입니다. 이 글은 한노보연 월간지 일터 23년 4월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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