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경기 4패, 전북 왕조는 몰락하는가

이준목 2023. 4. 17.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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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목 기자]

▲ 지시하는 김상식 감독 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3 프로축구 K리그1 전북 현대와 인천 Utd의 경기. 전북 김상식 감독이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 연합뉴스
프로축구 전북 현대는 2000년대 후반 이후 K리그를 대표하는 최고의 명가 반열에 올랐다. 창단 첫 우승을 차지했던 2009년부터 2021년까지 불과 13년 사이에만 9번이나 정상에 오르며 K리그 최다우승을 갈아치웠다. FA컵 우승도 통산 5회,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 우승도 2회다. K리그 최초의 리그 5연패(2017-2021)와 9시즌 연속 우승(2014-2021, FA컵, ACL 포함)이라는 기록도 수립했다. 그야말로 시대를 지배한 '왕조'라는 수식어가 아깝지않다.

하지만 영원할 것 같았던 '전북 제국'의 위상이 급격하게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6년만에 리그 우승을 놓치며 FA컵에서 정상에 오른 데 만족해야 했던 전북은, 올시즌 대대적인 선수단 물갈이를 바탕으로 명예회복을 노렸다. 하지만 막상 2023시즌 개막 이후 거듭된 부진에 경기력 논란, 팬들과의 갈등 등이 겹치며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김상식 감독이 이끄는 전북 현대는 지난 4월 15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수원FC와의 하나원큐 K리그1 2023 7라운드 경기에서 0-1로 패배했다. 전북은 2승 1무 4패(승점 7)를 기록하며 8위에 머물렀다. 

전북은 지난 겨울 이적 시장에서 세대교체를 추진하며 그동안 팀을 이끌어왔던 베테랑들을 대거 정리하거나 주전에서 밀어내고 새 얼굴로 채웠다. 하지만 현재까지 전북의 리빌딩은 실패에 가깝다. 

개막전에서 라이벌 울산(1-2)에게 패배한 것을 비롯하여 대구, 포항, 그리고 수원FC에까지 덜미를 잡히며 7라운드 만에 벌써 4패로 절반이 넘는 경기를 패배했다. 총 7골로 경기당 1골을 간신히 넣는 데 그쳤고 실점이 8골로 공수 마진이 -1이다. 시즌 초반인데 경쟁자인 울산과의 격차가 10점 이상이나 벌어졌다. 전북이 K리그 첫 우승을 차지하며 강호로 발돋움했던 2000년대 후반 이후 이렇게 부진했던 출발은 없었다. 

개막 이후 줄곧 경기력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전북은 지난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서 2-0 승리를 이끌며 다소 반등하는 듯했으나 수원FC전에서는 또다시 무기력한 경기로 돌아갔다. 전북은 이날 11개의 슈팅(유효 슈팅 9개)를 퍼붓고도 올시즌 2번째 무득점에 그쳤다. 몇몇 선수들의 개인능력과 측면 크로스에 의존하는 단조로운 패턴이 반복됐다. 하필 수원FC전에서 결승골을 넣었던 외국인 공격수 라스는 바로 전북에서 뛰다가 밀려난 선수였기에 충격이 더욱 배가 됐다.

비판의 화살은 자연히 현장과 프런트의 수장인, 김상식 감독과 허병길 대표이사에게 모아지고 있다. 두 사람은 전북 팬들에게 팀 몰락의 주범으로 지목되며 십자포화를 받고 있다. 전북은 김상식 부임 이후 리그와 FA컵 우승을 각 1회, 리그 준우승을 1회 기록하며 표면적으로는 나쁘지 않은 성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미 부임 첫해부터 경기력 하락과 함께 팀 특유의 '공격축구' 컬러를 잃었다는 비판 여론이 끊이지 않았다. 

전북은 지난 시즌에도 초반에 부진했으나 그래도 38경기에서 7패만 기록하며 울산 현대와 끝까지 우승 경쟁을 펼쳤다. 하지만 울산이 올해 개막 후 무패 연승가도를 달리며 빠르게 승점을 쌓은 반면, 전북은 오히려 지난 시즌보다 더욱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두 팀의 벌어진 격차를 확인했다. '부자는 망해도 삼 년은 간다'고 하는데, 공교롭게도 올시즌이 바로 김상식 감독 3년 차다.

특히 김상식 감독은 올시즌 전술적 능력-선수단 관리-팬들과의 소통 등 거의 모든 면에서 집중적인 비판을 받고 있다. 답답한 경기운영이 거듭되는 가운데, 인천 전부터는 스리백으로 변화를 시도했지만 중원 점유율 열세와 공간 압박의 실종, 세밀함과 창의성 부재라는 문제점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많은 전북 팬들이 김상식 감독과의 재계약을 마지막까지 반대했던 이유다. 

가뜩이나 어려운 전북을 더욱 사면초가로 몰아넣는 것은 팬들과의 충돌이다. K리그에서 수원-서울 등과 함께 가장 열성적인 팬덤을 보유했던 전북이었지만 팬들이 지난 몇 년간 계속된 구단의 부진과 정책에 실망하여 등을 돌리면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평가다. 

전북 서포터즈는 최근 트럭 시위에 이어 홈경기에서 '응원 보이콧'을 선언했다. 지난 5라운드 포항전 패배 이후에는 홈경기에서 팬들이 선수단 버스를 가로막고 항의하며 감독 퇴진을 요구하면서 김상식 감독과 충돌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또한 지난 인천 전에서는 팀은 승리했지만 응원 거부는 계속됐고 경기 중간에는 앰프를 동원한 '립싱크 응원'으로 대체하려던 구단 측과 거세게 대립하기도 했다. 

최근 허병길 대표가 팬들에게 전하는 사과문을 올리며 수습에 나섰지만, 이미 팬들은 구단의 행보에 진정성이 없다며 신뢰를 잃은 분위기다. 전북 구단은 성적이 회복되면 팬심도 돌아올 것이라고 위안하고 있지만, 성적은 여전히 반등의 조짐이 보이지않는 데다 홈경기가 원정보다 더 부담스러운 가시방석이 되어버린 상황이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적이 된 아군'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가 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전북은 23일 제주를 원정에서 상대한다. 제주는 최근 강원FC-수원 삼성을 상대로 2연승을 챙기며 무서운 상승세를 타고 있다. 전북은 만일 제주전마저 패한다면 이제 강등권 추락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 더구나 이후는 3일 간격으로 홈으로 돌아가 대전-강원을 잇달아 상대해야 한다. 이미 분노가 한계점에 이른 전북 팬들이 홈에서 선수단을 어떻게 맞이할지도 예측하기 어렵다. 사퇴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김상식 감독의 운명은 바람 앞의 등불이 됐다.

전북은 지난 10년간 항상 우승후보이자 리그의 트렌드를 선도하던 구단이었다. 이기고 있어도 더 많은 골을 넣기 위해 전진하는 화끈한 '닥공', 세계적인 명문구단으로 거듭나기 위한 모기업의 아낌없는 지원과 투자, 성적만이 아니라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추구하던 방향성 등은, K리그 구단들이 본받아야 할 모범으로 많은 축구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이러한 전북이 하루아침에 무너지고 있다는 것은 K리그의 흥행과 공동의 발전이라는 측면에서도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2016년 심판매수와 승부조작 의혹 사태 이후 가장 최악의 위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단의 레전드이기도 한 김상식 감독과 전북은 과연 이 난국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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