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배터리 가를 전해질·안전 책임지는 분리막
전고체 상용화 열쇠 '고체 전해질'
황화물계 전해질 기술력 가장 앞서
안전한 습식·세라믹코팅 분리막 개발 한창
편집자주 - 빨라지는 전기차 보급 속도에 맞추기 위해 배터리 업계가 소리없는 전쟁중이다. 배터리 업체들은 폭발하는 수요를 따라가기 위해 세계 곳곳에 대규모 생산 시설을 갖추는 데 집중해왔다. 지금까지 양을 채웠다면, 앞으로는 질에서 판세가 결정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배터리 기업들이 새로운 배터리 소재 개발에 열중하는 이유다. 차세대 배터리를 구성하는 소재는 무엇이 될지, 기업들이 신소재를 개발하기 위해 어떤 연구개발(R&D)에 집중하는지 짚어본다.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의 키는 핵심 소재인 '고체 전해질'에 달려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양극과 음극 사이에서 이온을 전달하는 전해질을 기존 가연성의 액체에서 고체로 대체한 전지를 말한다. 전해질은 양극과 음극을 오가는 리튬 이온의 '이동 수단'을 하기 때문에 리튬이온이 원활하게 이동하는 '전도도'가 높아야 한다.
하지만 현재 기술력으로는 이온 전도도 높은 고체 전해질을 만들지 못한다. 또 고체이기 때문에 저항이 높아 충전 속도가 느리고 배터리 수명이 단축된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이런 단점을 극복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고체 전해질 소재는 크게 ▲산화물계 ▲황화물계 ▲폴리머(고분자)계등으로 나눠진다. 산화물계는 저항이 높아 충전 속도가 빨라야 하는 전기차용으로는 적합하지 않고 소형전지에 주로 쓴다. 폴리머계 전해질은 기존 액체 전해질 기술과 유사하고 제조 공정도 비슷해 비용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리튬이온 전도도가 낮고, 고온 환경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이 중에서 기술적으로 가장 앞서가고 있는 분야는 황화물계다. 황화물계 전해질이 가장 높은 이온전도도를 보유하고 있다. 또 900Wh/ℓ 이상의 높은 에너지 밀도로 구현할 수 있어 연구가 활발하다.
전고체 배터리 기술은 향후 전기차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기대받고 있다. SNE리서치는 전 세계 전고체 배터리 생산 능력이 지난해 0.06GWh에서 2025년 1GWh, 2030년 149GWh, 2035년 950GWh로 점차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6년 고분자계, 2030년 황화물계 배터리를 상용화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삼성SDI는 2027년, SK온은 2030년 각각 황화물계 배터리 상용화를 계획하고 있다. 삼성SDI는 지난해부터 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연구소에서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을 건설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샘플을 생산할 계획이다.
리튬 이온의 이동 통로 역할을 하는 분리막은 안전성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 분리막은 양극·음극재 간 물리적 접촉을 차단하는 역할, 폭발 및 화재를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전기차 배터리 화재 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습식 분리막 및 세라믹 코팅 분리막 기술 개발 작업이 한창이다.
습식분리막은 건식 분리막보다 두께가 얇다. 이 때문에 단위 부피당 더 많은 배터리를 적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습식 분리막은 건식 분리막에 세라믹 분말을 코팅한 것으로 열수축률을 줄여 안정성이 높다. 고가의 전기차 모델엔 습식분리막이 들어간다. 주요 기업들은 두께 9μm 이하 박막화, 세라믹 코팅(고강도·고내열성), 등 다양한 기술개발을 시도하고 있다.
LG화학은 2021년 LG전자의 비즈니스솔루션(BS) 사업본부의 분리막 코팅 등 배터리 소재 사업 부문을 인수했다. 또, 일본 도레이와 분리막 합작법인(JV)을 설립해 시장에 진출했다. 습식 분리막 글로벌 1위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IET)는 소재를 가로로 한 번, 세로로 다시 한번 늘리는 '축차연신' 기술을 통해 분리막 사업을 내재화했다. 일반적인 분리막 생산공정은 소재를 사방으로 한 번에 잡아당기기(동시연신) 때문에 장비를 한 번 세팅하고 나면 원단의 스펙을 바꾸기 어렵다. SKIET는 축차연신 기술을 토대로 습식 분리막 시장에서 1위에 올랐다. 현재 머리카락 두께의 25분의 1 수준인 4마이크로미터(㎛)의 분리막을 제작할 수 있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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