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켈'에 사활건 K-배터리의 미션…"주행거리 늘리고 가격 낮춰라"
배터리 성능 좌우하는 양극재
하이니켈 양극재 기반 韓 배터리
편집자주 - 빨라지는 전기차 보급 속도에 맞추기 위해 배터리 업계가 소리 없는 전쟁 중이다. 배터리 업체들은 폭발하는 수요를 따라가기 위해 세계 곳곳에 대규모 생산 시설을 갖추는 데 집중해왔다. 지금까지 양을 채웠다면, 앞으로는 질에서 판세가 결정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배터리 기업들이 새로운 배터리 소재 개발에 열중하는 이유다. 차세대 배터리를 구성하는 소재는 무엇이 될지, 기업들이 신소재를 개발하기 위해 어떤 연구개발(R&D)에 집중하는지 짚어본다.
전기차 배터리 원가의 50%를 차지하는 소재. 바로 양극재다. 배터리의 용량이나 출력과 같은 성능을 결정하는 핵심 소재다. 과거 니켈에 기반한 양극재가 주를 이뤘는데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인산철(LFP) 소재가 재조명을 받으면서 배터리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전지는 이온이 양극에서 음극으로 이동하면서 생기는 화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하는 게 기본 구조다. 양극재를 만들기 위해서는 양극활물질이 중요하다. 양극활물질은 양극재의 핵심 구성 요소로 니켈(Ni), 코발트(Co), 망간(Mn) 등으로 구성된 전구체에 리튬 화합물(수산화리튬, 탄산리튬)을 합성해 제조한다.
에너지밀도를 결정하는 니켈과 안정성을 높이는 코발트와 망간, 출력 특성을 향상하는 알루미늄(Al) 등 원료 중에 어느 원료를 어떤 비율로 조합하느냐에 따라 양극재의 용량, 에너지밀도, 안정성, 수명, 가격이 달라진다.
그중에서도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해서는 니켈의 비중을 높이는 것이 관건이다. 니켈 비중이 80% 이상인 하이니켈 삼원계 양극재 시장은 국내 배터리, 소재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최근에 비중을 90% 이상 끌어올리는 연구개발(R&D)을 진행 중이다. 값비싼 코발트 비중을 낮출 수 있어 가격경쟁력도 높일 수 있다.
다만 양극재에서 코발트·망간 비중이 감소하면 구조적으로 불안전해져 이를 제어하기 위한 입자형성기술과 수분제어기술, 표면처리기술 등 고난도 기술이 필요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하이니켈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양극재를 개발하고, 현재 니켈 비중을 93%, 코발트 비중을 5% 이하로 낮추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삼성SDI는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SK온은 NCM(니켈·코발트·망간) 양극재를 개발하면서 니켈 비중을 높이려 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옛 포스코케미칼)은 80% 이상 하이니켈NCM(A) 양극재를 양산하고 있으며, 지난 1월에는 삼성SDI와 2032년까지 10년 동안 NCA 양극재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에코프로비엠도 니켈 비중 94% 이상 단결정 하이니켈 양극재를 상용화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코발트가 없어 가격경쟁력을 높인 NMX(코발트프리)나 저렴한 망간의 비중을 높인 LLO(망간리치)가 새로운 양극재로 주목받고 있다.
또 배터리 기업들은 양극활물질을 단결정으로 만드는 데 연구를 집중하고 있다. 양극재는 전지 제조과정에서 얇게 펴는 압연 공정을 거치는데 덩어리가 일정한 단결정으로 만들면 입자가 깨지지 않아 안정성이 향상된다. 다결정과 비교해 전지 수명도 늘릴 수 있어서 차세대 기술로 꼽히고 있다.
LG화학은 청주공장의 일부 라인을 단결정 체제로 전환해 연내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조재필 울산과학기술원 교수가 창업한 에스엠랩은 지난해 망간 산화물계 단결정 소재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기도 했다.
LFP 기술 개발은 CATL이나 BYD와 같은 중국 기업들이 선두에 섰다. 니켈계 양극재가 소재 비율을 맞추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LFP는 배터리 탑재 용량을 늘리기 위한 기술이 중요하다.
배터리 셀에서 모듈을 거쳐 팩을 만드는데 모듈 없이 셀을 팩에 탑재(Cell to Pack ·CTP)하거나 셀을 차의 골격인 차대(섀시)에 바로 탑재(Cell to Chassis)하는 방식에 주목하고 있다. CTP 기술 적용 시 배터리팩 기준으로 에너지밀도를 니켈계 배터리의 약 80% 수준까지 끌어올렸다고 평가받고 있다.
SNE리서치는 양극재 시장 규모가 올해 356억달러(한화 46조원)에서 2025년 503억달러(65조원), 2030년 829억달러(107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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