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기 침체 지속에 증권사 PF 부담 ‘여전’
치솟는 연체율 속 저축은행 관련 루머로 불안감
부동산 경기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 가능성이 여전하다. 리스크는 있지만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는 금융당국의 설명에도 불안감이 완전히 가시지 않는 가운데 특히 두 자릿수 연체율로 타 업권에 비해 높은 증권사들의 리스크 우려도 지속되고 있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분양 주택이 속출하고 중소건설사에 이어 시공능력평가 100위권 안팎의 중견 건설까지 폐업하는 등 부동산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관련 PF 대출 부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7만5000가구로 10년 2개월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는데 미분양 물량의 대부분(84%)은 지방에 몰려 있다. 공사가 완료된 후에도 분양하지 못한 ‘준공 후 미분양’도 8554가구로 전월대비 13.4%나 증가했다.
높은 금리 등으로 인해 부동산 경기가 침체에 빠진 채 회복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분양이 미뤄지고 있는 것으로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시행사와 건설사의 연쇄 도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게 현실화되면 부동산 PF 대출 등을 통해 자금을 대준 금융권에게까지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다.
증권사들이 개발업자들에게 빌려주는 토지 매입 자금(브리지론) 등 PF 대출은 물적 담보가 아닌 프로젝트의 사업성을 평가해 이뤄지는 구조로 PF 대출로 공사비를 먼저 충당하고 이후 분양수익으로 정산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최근 불거지는 문제는 부동산 침체로 분양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브릿지론을 상환하지 못하는데 있다. 분양 단계로 넘어가야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이를 상환할 수 있는데 분양이 안되니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3개월 단위로 만기가 돌아오는 브릿지론은 이자가 10%가 넘는다.
최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129조9000억원으로 전년말 112조6000억원 대비 17조3000억원 늘었다.
특히 지난해 말 기준 국내 35개 증권사의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10.38%로 전년 동기(3.71%) 대비 6.67%포인트, 전 분기(8.16%)에 비해서도 2.22%포인트 증가했다. 부동산 PF 문제가 없는 대형 증권사들을 제외하면 일부 중소형 증권사의 경우 연체율이 20%를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연체 대출 규모가 5000억원에 불과하고 이는 증권사 자기자본 대비 0.7%에 불과한 수준이기 때문에 타 업권에 비해서 리스크 작다는 것이 업권의 설명이지만 치솟는 연체율에 대한 우려의 시선은 분명 존재한다.
브릿지론의 만기 연장이 지속되고 있지만 고금리로 인한 부담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원금과 이자 상환을 유예하면서 문제를 뒤로 미루기만 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를 지속할 경우, 올 하반기부터 자본 잠식에 빠지는 사례가 속출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어 증권사들에 대한 리스크로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수 없다.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이달 SK증권의 기업신용등급(A)·파생결합증권(A)·후순위사채(A-)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는데 부동산 PF 익스포저(위험노출액) 관련 재무건전성 관리 부담이 상존한다는게 그 이유 중 하나였다. ‘부정적’ 등급 전망은 1~2년간 재무 상태를 관찰해 하향 조정을 검토하겠다는 의미다.
최근 OK저축은행과 웰컴저축은행에 PF대출 1조원대 결손이 발생했다는 허위 사실이 문자 등을 통해 유포되면서 PF 부실 우려에 대한 불안감을 가중시켰다. 두 회사의 건전성 비율이 양호한 수준으로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고 금융당국도 PF 대출 리스크가 잠재돼 있기는 하지만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는 입장을 내놓았지만 시장의 우려는 완전히 가시지는 않는 모습이다.
여기에 더해 금융당국이 부동산PF에 대한 선제적인 정상화를 예고하면서 주요 시장 금리 하락에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금리만 오르고 있다. 당국의 구조조정을 예고한 상태에서 금융당국이 이달 부동산 PF에 대한 선제적인 정상화 혹은 부실정리 등 구조조정을 예고한 상태에서 우려감이 커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금융당국은 부동산 PF 사업장 전수 조사에 이어 전 금융권이 참여하는 PF 대주단(대출취급기관) 협의체를 이달 중 가동해 부실 또는 부실 우려가 있는 PF 사업장을 자율적으로 정리하거나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부실자산을 매입하는 형식으로 PF 리스크를 관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참여하는 금융사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대출 만기를 연장할 수 있도록 하고 1조원의 펀드를 조성해 부실 PF 자산을 매입할 예정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관련 PF 대출 리스크는 여전한 상황”이라며 “금융당국뿐만 아니라 증권사들도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보고는 있지만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 불안감은 완전히 떨쳐내지는 못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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