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기 앞두고 밥그릇 싸움"…‘곰표’ 쟁탈전 놓고 곱지않은 시선

임유정 2023. 4. 17.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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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제분, ‘곰표 밀맥주’ 제조사 바꾸기로
세븐브로이, ‘대표 밀맥주’로 판매 잇기로
수제맥주업계, 협력은커녕 밥그릇 싸움에 눈쌀
서울 시내 편의점에 수제 맥주가 진열돼 있다.ⓒ뉴시스

본격적인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주류업체간 치열한 ‘맥주’ 전쟁이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한때 협력 관계였던 대한제분과 세븐브로이가 얼굴을 붉히고 경쟁자로 등을 돌리는 일이 벌어지면서 수제맥주 업계가 불편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펜데믹 기간 치솟았던 성장세가 최근 한풀 꺾인 상황에서, 업체 간 협력을 해도 모자랄 판에 ‘밥그릇’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주요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수제 맥주 종류는 40여종에 그친다. 이마저도 인기 상품만이 매대를 차지하고 있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20년 등장해 수제 맥주 업계의 판도를 바꾼 ‘곰표밀맥주’가 3년 만에 큰 전환점을 맞게 됐다. 상표권을 가진 대한제분이 제조사인 세븐브로이와 계약을 끝내고 다른 제조사와 손을 잡기로 하면서 무성한 뒷말과 함께 두 회사가 결별하게 됐다.


업계에서는 두 업체의 재계약을 예상했지만, 대한제분이 돌연 경쟁 입찰을 통보했다. 이에 세븐브로이도 입찰에 뛰어들었지만 떨어졌다. 이 회사는 곰표 밀맥주의 흥행에 힘입어 지난해 전북 익산 제조공장을 완공하고 사업을 키우려던 터였다.


세븐브로이맥주 측은 “익산에 300억원을 들여 공장도 증설하고, 재계약을 원했지만 지난해 말 대한제분 측에서 경쟁입찰 진행을 통보했다”며 “상표권 로열티를 올려주는 등 원하는 조건을 최대한 맞춰주겠다는 의사를 전했으나 재계약을 맺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세븐브로이는 곰표밀맥주가 수제맥주 시장의 대표 흥행작이었던 만큼, 앞으로 자사가 출시할 제품의 이름을 ‘대표밀맥주’로 변경키로 했다. ‘곰표’라는 브랜드명을 사용하지 못하게 된 세븐브로이는 제품 겉면에 곰을 대신해 호랑이를 넣었다.


대한제분과 세븐브로이와의 이별에 대해 업계에서는 대한제분이 세븐브로이로부터 곰표 상표권을 제공하고 그 로열티를 받았지만 수익성이 크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대한제분 관계자는 “해당 콜라보레이션 제품의 경우 이전 파트너사와의 계약 만료기간이 도래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게 된 것”이라며 “파트너사 선정에 대한 기준은 제품에 대한 속성, 품질, 브랜딩의 시너지, 무엇보다 고객께 드리는 만족도 등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대한제분·세븐브로이맥주 맥주ⓒ각 사 제공

◇ 두 업체 ‘밥그릇’ 싸움…판매처‧소비자‧수제맥주업계 불편

두 업체간 밥그릇 싸움에 주요 판매채널인 편의점은 가시방석에 앉게 됐다. ‘곰표’라는 브랜드명을 앞세운 대한제분의 새로운 ‘곰표맥주’를 판매해야 할지, 아니면 기존과 맛은 똑같지만 이름과 디자인 패키징이 모두 바뀐 세븐브로이의 ‘대표맥주’를 그대로 판매할 지 여부 때문이다.


CU 관계자는 “현재 대표밀맥주로 변경되면서 기존 세븐브로이에서 제조한 곰표밀맥주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서 제조사와 판매처가 같은 상품이라는 것을 알리는 마케팅에 힘을 쏟는데 주력해야 겠다”며 “고객들이 잘 인지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식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들도 이번 싸움이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곰표 맥주를 즐겨 마시던 고객이 똑같은 패키징의 ‘곰표맥주’를 구입했는데 맛이 이전과 완전히 달라지는 상황과 마주해야 한다거나, ‘대표맥주’라는 브랜드가 생소할 수 있어서다.


특히 수제맥주 업계서도 따가운 눈총을 보내고 있다. 기껏 수제맥주 시장을 키워놨는데 진흙탕 싸움판으로 변질돼 이미지가 안 좋아질까 우려하는 것이다. 가뜩이나 MZ세대를 중심으로 와인, 위스키, 하이볼 등 시장 비중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어 불안감은 더 큰 상황이다.


실제로 편의점 냉장고를 점령했던 수제맥주 열풍은 ‘하이볼’로 옮겨가고 있다. MZ세대를 중심으로 위스키에 탄산수와 얼음 등을 섞어 마시는 하이볼 열풍이 거세졌다. 소비자 트렌드 변화에 발맞춰 편의점 등 유통업계와 각종 브랜드 간의 협업 제품도 하이볼에 집중되는 추세다.


더욱이 여름철 성수기를 앞두고 일본 맥주가 다시 한 번 국내 시장을 점령해 나가고 있다. 불매운동 바람이 잦아들면서 편의점과 마트에서 일본 맥주를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관세청 무역통계에 따르면 2018년 7830만달러를 기록한 일본 맥주 수입액은 2019년 절반가량 줄었고 2020년에는 566만800달러로 2년 사이 92% 줄었다. 그러다 2021년 687만5000달러로 소폭 상승한 데 이어 지난해 1448만4000달러로 전년보다 2배 넘게 증가했다.


수제맥주업계 관계자는 “이번 ‘곰표’ 사태는 아쉬운 점이 많다”며 “대한제분은 히트 상품을 만들어준 세븐브로이와의 계약관계를 갑자기 이런식으로 끊어선 안 됐고, 세븐브로이 역시 계약이 종료됐으면 깔끔하게 자기브랜드를 내세우는 게 좋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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