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그린 대표 "고진영 부진 탈출의 힘을 아십니까"
기업 리더십 출발, 골퍼 미디어 트레이닝까지
심리 코칭 대중화 목표 "일과 삶 균형 중요"
고진영, 리디아 고(뉴질랜드), 유해란, 이경훈(이상 골프), 신유빈(탁구), 차준환(피겨스케이팅), 차유람(당구). 이 선수들의 공통점이 있다. 정그린 그린코칭솔루션 대표의 ‘고객’이다. 정 대표는 17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처음엔 기업 리더십을 코칭하다가 2013년부터 골프 선수 심리 코칭을 시작했다"면서 "어려움을 겪던 선수들이 저를 만난 뒤 발전된 모습을 보여줄 때 마음이 뿌듯했다"고 미소를 지었다.
정 대표는 골프 선수들의 ‘멘탈 선생님’으로 유명하다. 유해란은 중학교 3학년, 고진영은 루키 시절 만났다.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는 4년간 도움을 주고 있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2승을 올린 이경훈도 3년 전에 인연이 닿았다. 신지애, 배상문, 김경태 등도 정 대표를 거쳐간 선수들이다. 그는 "은퇴할 때까지 함께 가겠다는 선수들이 많다"면서 "지금은 코칭을 받지 않는 선수들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고진영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성향 진단 결과를 보고 깜짝 놀랐다. 정 대표는 "이 선수는 잘 되겠다는 확신이 생겼다"며 "매니지먼트사에 고진영을 데리고 가라고 추천도 했다"고 웃었다. 눈빛과 목표가 확실하고 성취지향성이 높게 나왔다. 여기에 자기 논리 정립이 확고했다. 그는 "고진영은 심플한 성격이다. 충고나 조언을 받아들이는 것에도 유연하다"며 "이렇게 해보자고 하면 바로 실천했다. 성공하는 이유가 있었다"고 칭찬했다.
고진영은 작년 최악의 시기를 보냈다. 세계 여자 골프계를 호령하던 고진영은 지난해 7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메이저 에비앙 챔피언십 이후 손목 부상 등으로 고전했다. 5개 대회에 나왔지만 컷 탈락 3회, 기권 1회 등으로 부진했다. 굳건하던 세계랭킹 1위 자리에서도 내려왔다. 정 대표는 "기다림에 대한 얘기를 많이 했다. 준비하면서 기다리자고 했다"면서 "명상을 추천했고, 마음을 비우는 과정을 강조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고진영은 지난달 LPGA투어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에서 1년 만에 통산 14승째를 수확하며 기나긴 부진의 터널에서 벗어났다.
정 대표는 운동 선수들에게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그는 "선수들은 어릴 때부터 인생의 전부가 경기다. 현재 자신의 앞에 있는 대회에만 뛰어들도록 키워졌다"며 "거기에 집착하면 안 된다. 시각의 확장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이어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 중요하다. 결과에 얽매일 때 문제가 생긴다"면서 "눈앞에 있는 찬스를 놓치면 조급해지고 전전긍긍하지만 결과를 보고도 괜찮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졸업 이후 마케팅 관련 사업을 했지만 마음 한구석이 허전했다. 20대에 코칭을 하는 것이 꿈이었다. 그는 "당시 구글(에릭 슈미트)과 애플(스티브 잡스)의 CEO가 경영 코칭을 받고 성과를 냈다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했다. 28세의 나이에 심리 코칭을 시작했다. 대학원에 입학해 새로운 영역을 공부했다. 정 대표는 "신의 한 수였다"며 "내가 원했던 것, 잘하는 것을 하는게 맞았다"고 활짝 웃었다.
정 대표는 일과 공부를 병행하는 강행군을 펼쳤다. 새벽 4시 이전에 잠을 잔 적이 없을 정도였다. 일에 미쳐 살았다. 주말도 휴일도 없이 뛰어다녔다. 밥 먹는 것도 거르고 차 안에서 쪽잠을 잔 적도 있다. 정 대표는 2016년 위기를 맞았다. 지독한 갑상선암이 발견돼 수술을 받았다. 상태가 심각했다. 사흘 동안 혼수 상태에 있었다. 2017년 탈장 이후 자가면역 질환에 시달리는 어려움을 겪었다. 정 대표는 "도를 넘어선 목표 지향적인 삶은 살았다"며 "삶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탈이 났다"고 반성했다. 운동과 식이요법, 휴식 등을 병행하며 몸 관리를 했다. 그는 "지금은 10년 전보다 훨씬 건강하다"면서 "에너지 넘치는 삶을 살고 있다"고 했다.
정 대표는 인생의 큰 고비를 넘긴 뒤 마음가짐을 바꿨다. ‘즐겁게 살자’, ‘행복하자’는 생각이다. 3년 전부터 쉼을 찾고 있다. 일과 휴가의 균형을 잘 맞추고 있다. 그는 "모든 일에 얽매이지 않고, 집착하지 않고, 화를 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일상 생활에서도 마음의 여유를 갖고 긍정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도움의 말을 건넸다.
정 대표는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심리 코칭의 대중화를 위해 착실하게 준비하고 있다. 기업과 일반인 케어를 위해 코치진도 새롭게 구성했다. 5~6월 사이에 심리 코칭 관련 책도 출간할 예정이다. 정 대표는 예술과 미술, 공연, 전시회에 관심이 많다. 세계를 여행하면서 한 달 살기도 꿈꾸고 있다. 그는 "무언가를 보고 감동을 받았을 때 행복감이 생긴다"면서 "나라별로 도시를 체험하고 새로운 삶을 알려주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노우래 기자 golfm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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