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징금만으론 ‘구글 횡포’ 못 막는다 [기자수첩-산업IT]

시장지배력 남용해 토종 앱마켓 고사 작전
부당하게 돈 버는데 법인세마저도 회피
앱마켓 독점 방지법 통과 서둘러야

ⓒ연합뉴스

구글 플레이스토어 화면 맨 위에는 게임 광고가 뜬다. 조금만 밑으로 내려가면 추천 신규 게임도 보인다. 이 광고들은 게임사들이 구글에 비용을 지불해 얻은 일반적인 광고가 아니다. 여기엔 구글의 권모술수가 숨어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구글에 과징금 421억원을 부과했다. 구글이 게임사들이 토종 앱마켓인 원스토어에 게임을 출시하는 것을 막아 앱마켓 사업자간 공정한 경쟁을 저해한 데 따른 조치다.

구체적으로 구글은 구글 플레이에 게임을 독점 출시하는 조건으로 피처링과 해외진출 지원 등 각종 혜택을 제공해 게임사들의 원스토어 입점을 막았다. 여기서 피처링은 앱 마켓 사업자가 자사 앱마켓 최상단 배너 또는 신규 추천 등 화면에 앱을 노출해 소비자에게 홍보할 수 있도록 하는 구글의 홍보 방식이다.

게임이 피처링에 선정되는 것은 게임사들에게 상당한 혜택이다. 마케팅 비용을 줄일 뿐더러 광고 효과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이 같은 막대한 홍보 효과는 시장 점유율이 90% 안팎에 달하는 구글 플레이의 독점적 시장 지위에서 비롯된다.

공정위는 2016년 6월부터 공정위 조사가 시작된 2018년 4월까지 구글의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를 살폈는데, 실제 구글의 이러한 불공정한 전략을 통해 엔씨소프트 ‘리니지M’, 넥슨 ‘메이플스토리M’, 웹젠 ‘뮤오리진2’ 등 대형 게임이 모두 구글 플레이에 독점 출시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구글이 ‘시장지배력을 이용해 구글 플레이와 원스토어 동시 출시를 막으려 한 것’이라고 보고 시정 명령과 함께 421억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시정 명령에 따라 구글은 게임사에 경쟁 앱 마켓에 게임을 출시하지 않는 조건으로 혜택을 제공하는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한다. 이를 감시하기 위해 공정위는 구글 내부에 감시 체계를 구축하고 그 운용 결과를 보고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제재가 공정한 시장 조성에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이번 공정위 제재에도 게임사 관계자들은 “구글이 시장을 독점하는 이상 우리는 구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토로한다.

구글은 이번 제재에 유감이라 표했지만 속으론 콧방귀를 뀔지도 모를 일이다. 구글은 공정위 조사 기간 1조8000억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번에 부과된 과징금 421억원은 구글이 벌어들인 수익의 2%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부당하게 거둬들인 수익까지 합쳐 계산한다면 더욱 티끌 수준이다.

구글은 부당하게 돈을 벌어들인 데다 법인세 마저도 회피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구글코리아가 서버가 해외에 있다는 이유로 실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앱 마켓 수수료 매출을 제외하며 막대한 법인세를 피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구글은 지난해 3449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공시했으나 실적에서 빠진 앱 마켓 수수료는 최대 6조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구글이 앱마켓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는 과징금 이상의 강한 조처가 필요하다. 앱마켓 독점 방지법을 조속히 추진해 구글의 앱마켓 시장 독점의 폐단을 뿌리뽑아야 할 때다. 또 편법적인 세금 회피를 막는 법제도 정비 역시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