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5년내 민주노총 70%가 퇴직…정치노조에 신물" 노동판도 바꾸는 'MZ노조'
"5~6년 뒤에는 올바른노조가 민주노총을 넘어 서울교통공사의 제1노조가 될 겁니다."
오랫동안 이어져 온 민주노총·한국노총 중심의 노동계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기존 양대노총의 정치적이고 폭력적인 노동운동에 염증을 느낀 젊은 근로자들이 신흥 노조를 만들며 급격히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일명 'MZ(밀레니얼+Z세대) 노조'로 불린다. '밖으로는 투쟁적이고 안으로는 권위적인' 양대노총의 오랜 관행에서 벗어나, 오로지 근로자의 이익만을 위해 행동하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 13일 서울 중구 만리동 카페에서 MZ노조의 중심에 서 있는 송시영 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동조합 위원장(31·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부의장)을 만났다.
송 위원장이 2018년 만든 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조'는 최근 노조 역사에 한획을 그었다. 공사 내 영업본부 산업안전보건위원회 구성을 위한 근로자대표 선거에서 공사의 제1노조인 민주노총을 꺾었기 때문이다. 올바른노조 허재영 후보(55.19%)가 양대노총 단일 후보인 임정완 후보(44.81%)를 이기고 당선됐다. 영업본부의 조합원 구성을 보면 민주노총이 1600명으로 가장 많고, 올바른노조는 1200명 정도에 불과하다. 때문에 선거 전까지만 해도 올바른노조의 승리를 생각하기는 어려웠다.
송 위원장은 "1위(민주노총)와 3위(한국노총)가 2위(올바른노조)를 이기겠다고 후보 단일화를 하고, 사전 홍보를 하는 등 선거 규정도 지키지 않았지만 저희가 큰 표 차이로 이겼다"며 "민주노총에서 700~800표 정도의 이탈표가 나온 것인데, 이는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 중에서도 투쟁적이나 비합리적인 행위에 동조하지 않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올바른노조는 2018년 박원순 서울시장 당시 서울시와 민주노총의 합의로 실시된 비공채 정규직 직원들의 공사 일반직 전환에 대한 분노로 탄생했다. 송 위원장은 "공기업에 입사를 하려면 정해진 채용 절차가 있는데 그걸 싹 무시하고 무기계약직, 사기업 정규직 등 1600명을 공사 일반직으로 전환해 공채 직원에 대한 복지를 나눠 갖게 했다"고 지적했다.
당시 민주노총은 이들을 공사 일반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다른 직원들의 의견을 묻지 않았다. 그는 "총원은 늘었지만 직렬별 인원은 계속 줄었다. 영업본부의 경우 대체인력이 없어 직원들이 휴가도 못가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20~30년 회사를 더 다녀야 하는 젊은 직원으로서는 더이상 민주노총에 우리 임금과 복지를 맡기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그래서 노조를 설립하게 됐다"고 말했다.
8명에서 시작한 올바른노조는 이제 조합원이 2000명으로 늘었다. 조합원 중 90%는 청년 세대다. 아직은 제1노조인 민주노총에 밀려 교섭권이 없지만 앞으로 5~6년 안에는 민주노총을 누르고 제1노조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송 위원장은 "내년부터 퇴직자들이 1년에 1000명 이상 나간다. 저희 회사의 70% 이상이 5년 안에 퇴직하는 50대 분들인데 이들은 대부분 민주노총 소속"이라며 "앞으로 올바른노조가 제1노조가 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후보 찍어라"…정치색 짙은 노조에 신물
젊은 근로자들이 민주노총에 실망한 것은 근로조건과 관련 없는 노조의 과도한 정치적 활동이 큰 영향을 미쳤다. 송 위원장은 "서울시장 선거나 대선 때 민주노총 소속 간부가 직원들에게 '박영선, 이재명을 찍어야 한다'는 문자를 돌린다"며 "공사 노조가 왜 선거에 나서며, 그걸 왜 직원들에게 보내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 공사 노조 간부가 조합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보면 '이재명이 유리하다'며 더불어민주당 선거인단 모집을 독려하고, 민주당 소속 박영선 당시 서울시장 후보의 지지명단을 받기도 했다.
그는 "올바른노조가 민주노총과 가지는 가장 큰 차별점은 정치적 행위보다는 노조의 본질에 집중하는 것"이라며 "입법하는 사람들을 만나 의견은 내겠지만 국가보안법 폐지나 이석기 석방운동, 반일·반미 운동 등에 나설 생각은 없다. 해당 쟁점들이 맞고, 틀리고를 떠나서 노조가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이 무조건 정치적 활동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근로자의 삶과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노동개혁 안건에는 더 크게 목소리를 낸다. 예컨대 최근 논란이 된 정부의 '주 69시간' 근로시간 제도 개편과 직무성과급 도입 등에는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냈다.
송 위원장은 "주 최대근로시간을 69시간으로 늘리면 일한 다음에는 장기간 쉴 수 있게 해줘야 하는데 당장 대체 근무자가 없는 상황에서 불가능한 얘기"라며 "고용노동부가 최근 의견을 수렴하며 보완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애초에 보완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개발자 등 집중근로가 필요한 직종이 있다면 해당 업종에만 특별법 등을 통해 우선 적용하면 된다"며 "근로기준법을 바꿔서 모든 사업장에 일괄 적용하려는 건 옳지 않다"고 말했다.
호봉제 폐지, 직무성과급 도입 문제에 대해서도 "공공부문에 한정해서 반대한다"고 했다. 그는 "공공기관은 성과를 내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일을 계량화할 수 없다"며 "평가를 하게 되면 결국 민주노총 기성세대 상사들이 할 텐데 공정한 평가가 가능하겠느냐. 인사상 불이익을 무기로 노조 가입을 종용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새로고침' 벌써 1만명…"가입 문의 쏟아져"
올바른노조는 지난 2월 LG전자 사람중심사무직노조 등과 함께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를 만들었다. 송 위원장은 이 단체에서 부의장을 맡고 있다. 출범 당시 6000명 정도였던 조합원은 현재 1만명(12개 사업장)까지 늘었다. 인터뷰를 위한 만난 이날도 송 위원장은 "인터뷰가 끝나면 가입 문의를 해준 공단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는 "가입 문의가 계속 엄청 들어오고 있다"며 "양대노총의 방식을 싫어하는 노조들이 저희를 대안으로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송 위원장은 노조에 속하지 않는 비정규직, 영세기업 근로자들의 처우 개선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이 생산직 근로자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 해소에 소극적인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송 위원장은 "민주노총이 저희에게 대기업·사무직·공기업 등 기득권 세력이라고 프레임을 씌우는데 그렇지 않다"며 "저희가 '주 69시간'을 반대하는 것도 포괄임금제 아래에서 공짜노동에 시달리며 휴가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중소기업, 영세기업 근로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말했다.
MZ노조가 부상하면서 '노노(노동자-노동자)' 갈등이 커질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선 "민주노총 입장"이라고 잘라 말했다. 실제 서울교통공사는 올바른노조 발족 이후 민주노총의 견제와 비판이 집중되며 논란이 일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도 얼마 전 기자간담회에서 정치색을 빼겠다는 새로고침을 향해 '경험이 부족해서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송 위원장은 "노조를 만들고 운영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민주노총의 거짓 선동과 모욕"이라며 "민주노총 간부가 저를 친일파 집안, 일베(극우 성향 커뮤니티) 하는 놈, 보수정치 선동대라고 문자를 돌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저희는 민주노총, 한국노총이 싫어서 새로고침을 만든 것이 아니다"며 "원칙적으로 민주노총과도 연대할 수 있는 게 있다면 하겠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송 위원장의 목표는 직원들의 임금과 복지를 높이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근무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그는 "이를 위해선 교섭권이나 사측과 합의할 수 있는 권한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민주노총이 이를 독점 중이고, 저희의 의견도 전혀 묻지 않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며 "앞으로 더 좋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는 "기존 직원들도 이제 민주노총에 그만 속았으면 한다"며 "새로운 변화의 바람에 동참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여성 연락처만 100여개…세금만 70억 내는 남편, 성매매 중독자" - 아시아경제
- "하루에 7억 빼돌리기도"…김병만 이혼전말 공개 - 아시아경제
- "일본 카페서 핸드폰 충전하면 잡혀갑니다" - 아시아경제
- "한 달에 150만원 줄게"…딸뻘 편의점 알바에 치근덕댄 중년남 - 아시아경제
- "주연은 200억도 받는데" 3000원 안되는 시급 10% 삭감에 발끈한 中 단역배우들 - 아시아경제
- 암 치료에 쓰라고 2억 모아줬더니 새 집 산 20대…분노한 中 누리꾼 - 아시아경제
- "흠뻑 젖은 티셔츠 무려 12장"…공항서 딱 걸린 여대생 무슨 일? - 아시아경제
- "김치나 담가라"…10대 주짓수 선수, 동덕여대 시위에 악플 - 아시아경제
- 조종사들도 기다렸다가 '찰칵'…송혜교 닮았다는 中 여성 파일럿 - 아시아경제
- 버거킹이 광고했던 34일…와퍼는 실제 어떻게 변했나 - 아시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