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중개' 인테리어 시공 피해 급증…"활개치는 무자격자"
# 서울에서 싱크대공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결제를 하다가 나중에는 미루고 결제를 안해버리네요. 저희 말고도 사기당한 업체 사장님들이 10분은 더 있더라구요. 이런 경우 민사, 형사 별도로 소송해야 할까요?
# 숨고 통해서 공사해 주었는데 도배, 장판 등 금액 767만원을 못받았습니다. 현재 경찰서에 사기로 고소고발해 놓은 상태이고 답답한 마음에 글을 올립니다. 저같은 피해자가 없기를 바랍니다.
# 지금 거의 2년 동안 인테리어 사기꾼과 소송 중에 있습니다. 그때는 몰랐는데 마무리를 하나도 하지 않고 도망갔고 오히려 미지급한 잔금 달라고 난리를 쳤습니다. 아직도 그 놈 생각하면 스트레스가 이만 저만이 아닙니다.
이달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들이다.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급증하면서 시공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인테리어 플랫폼을 통해 덜컥 계약했다가 부실 시공이나 하자 보수, 추가 대금 발생 등 피해 사례도 다양하다.
인테리어 사기 관련 온라인 카페에도 인테리어 시공과 관련된 불만글들이 잇따르고 있다. 네이버 한 카페에는 “인테리어 문제로 고소를 하고 싶다”, “계약서 없고 견적서만 있는 공사로 패망했다”, “피해구제를 위해 어떻게 행동 해야 할지 모르겠다”, “공사 도중 업체가 잠수를 탔다” 등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카페 내에선 피해 방지를 위한 인테리어 업체 선정 체크리스트도 공유되고 있다.
피해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인테리어 업체들 대부분이 면허 없이 운영되고 있고, 공사 도중 인부 고용 등으로 인한 추가 대금을 요구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공사 지연은 물론 시공 이후 불량이 발견돼도 계약이 끝났으니 ‘나 몰라라’ 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피해자들은 이런 사기를 당해도 어쩔 도리가 없다. 현행법상 소비자 피해가 발생해도 중개 플랫폼에 책임 소재를 묻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이다. 현재 소비자 입장에선 ‘알아서’ 피해를 사전에 예방하는 수밖에 없다.
온라인 플랫폼들의 경우 중개만 해주고 수수료만 받는 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직접 공사를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피해가 발생해도 책임 소재를 묻기도 애매한 실정이다. 소위 책임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이다.
실제 인테리어와 관련된 소비자 피해는 증가하는 추세다. 최근 4년간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인테리어 소비자 피해구제 신청건수는 총 1752건이었다. 2021년에는 568건이 접수돼 전년 대비 37.9%나 증가했다.
이 중 시공 품질 미흡 건은 2021년 9월 기준 68건으로 전체 피해구제 신청이유 중 14%를, 하자보수 미이행은 97건으로 약 24%를 기록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인테리어 책임 기관 등을 확인하고 공사 규모가 1500만원 이상인 경우 건설업등록업체를 선택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면서 “‘실내건축사업 면허’ 보유 여부는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르면 공사 금액 1500만원 이상인 인테리어 공사는 실내건축공사업 면허를 보유한 업체만 시공 가능하다. 인테리어 사업자는 손해배상 및 하자보수 보증 등 책임을 담보할 공제조합에도 가입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1500만원 이상 시공 경험이 있는 사업자 678곳 중 실내건축공사업 면허 조회결과 면허 보유 사업자로는 119곳(17.6%)에 불과했다. 이는 주요 O2O 플랫폼인 △오늘의 집 △내드리오 △숨고 △집닥 △뚝딱 등의 소비자 리뷰 정보를 살펴본 수치다.
이처럼 대부분의 인테리어 업체들이 무면허로 운영되고 있으며, 면허 업체를 찾기가 힘든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한 법과 제도의 개선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나지원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인테리어 플랫폼 업체는 거래 대금에 직접적으로 개입하지 않는다. 중개자 거래에 있어 진정성과 완전한 이윤을 위해 어느 정도는 관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게 필요할 것 같다”면서도 “법으로 규제하게 되면 사업자 입장에선 진입장벽이 생겨 원치 않는 경우가 많다. 문제 업체의 경우 거래를 중지 시키거나 조치를 취하지만 사후적인 거라 한계는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현재 법으로 논의는 되고 있지만 진척은 없는 상태"라며 “지금 시점에서는 시장 자율 정화 또는 사업자 제재 조치 정도만 기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지영 법무법인 위민 변호사는 “온라인 거래 상 허위과장 광고의 영역으로 보면 광고에 대한 책임이 있을 수 있으나 광고가 허위인지 과장인지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다”면서 “소비자가 계약을 체결한 점도 봐야 하는 등 법적 근거나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 명백한 법 위반으로 보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인테리어 중개 플랫폼의 과도한 수수료 책정도 해결해야 할 고질적인 문제로 꼽힌다. 수수료 기준도 플랫폼 권한이기에 결국 피해는 소비자 몫이기 때문이다.
노무법인 예화 박원철 노무사는 “소비자와 공급업자 간 매칭 시스템을 플랫폼 기업이 결정한다. 고객은 플랫폼을 믿고 거래를 할 수 밖에 없고 플랫폼들은 자의적으로 수수료를 책정한다”고 말했다. 이어 “수수료에 대해 소비자들이 제대로 된 정보를 얻기도 어렵고 이익은 플랫폼이 가져가는 구조”라면서 “관련 법도 제도화돼 있지 않아 피해가 발생해도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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