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모델 이렇게 낭비? 킹 받네" 130만뷰 터진 화제의 '청소쇼'
금빛 런웨이에 유명 모델 조앤박 등이 무표정한 표정으로 걸어 나온다. 그런데 여느 패션쇼와 다른 점 하나, 모델들이 손에 청소기를 들고 있고 그 흡입력에 이끌리듯 워킹을 한다. 청소기는 무대를 감쌌던 금박 부스러기를 ‘쑤~욱’ 빨아들이며 모델들이 캣워크(패션쇼 통로) 할 길을 터준다.
지난 11일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1분55초짜리 ‘세상에 없던 초강력 청소 쇼’ 영상이 화제다. 삼성전자가 2023년형 청소기 신제품 ‘비스포크 제트 인공지능(AI)’을 출시하면서 제작한 영상이다. 온라인에선 “(패션쇼인 줄 알았는데) 정신 차려보니 청소기 광고라 킹(화난다의 신조어) 받는다” “홀린 듯 끝까지 봤다”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16일 기준으로 조회 수가 130만여 건에 이른다.
“청소기 광고 다 똑같아…패션쇼서 승부수”
“이렇게 히트할 줄 몰랐어요.” 이 영상을 제안한 기획자 3인방은 이렇게 입을 모았다. 지난 13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삼성스토어대치에서 삼성전자 한국총괄 소속 정희정 마케팅팀 프로, 곽준성·김채원 CE(소비자가전)영업팀 프로 등을 만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었다.
정 프로는 “청소기 광고가 사실 다 비슷하다. 브랜드를 가려놓으면 어느 회사 제품인지 모르겠더라”며 “집에서 청소하는 거 말고 다른 새로운 방식으로 제품을 보여주자는 생각에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제일 먼저 찾은 건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이었다.
김 프로는 “소비자들에게 ‘비스포크 제트를 쓰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예뻐서요’라는 반응이 나왔다”며 “이제까지 청소기는 안 보이는 곳에 가려두고 썼는데, 이 제품은 디자인이 세련돼 거실 한곳에 세워놔도 눈에 거슬리지 않는다고 했다. 여기서 패션쇼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설명했다.
패션쇼와 청소기, 이질적인 조합에 내부에선 ‘이게 될까’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컸다고 한다. 정 프로는 “기존에 안 해봤던 프로젝트라 내부에선 ‘요즘 사람들이 이런 걸 정말 좋아하느냐’며 걱정이 많았다”며 “그래도 지원팀과 임원들이 ‘이번엔 재미있다’ ‘진짜 새롭긴 새롭다’ 힘을 실어줘 빛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말 이런 걸 좋아하냐” 영상 공개 뒤 반전
청소기가 빨아들이는 금박 부스러기는 네 번의 시도 끝에 나온 결과물이다. 곽 프로는 “흡입력을 강조하기 위해 다양한 소재를 고민했다”며 “알갱이나 과자 부스러기, 먼지 등을 시험해보던 중 ‘파티 때 금박을 뿌리면 청소하기 힘들다’는 데 생각이 떠올랐다”고 했다.
정 프로는 “판매파트는 ‘청소기 디자인을 강조해달라’, 제품개발파트는‘흡입력을 강조해달라’고 요청했다. 금박 부스러기를 채택했을 땐 ‘일반인들의 눈에 익은 먼지가 낫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많았는데, 여러 의견을 조율하는게 가장 힘들었다”고 돌이켰다. 처음엔 모델들이 일렬로 서서 런웨이의 금박 부스러기를 한 번에 빨아들이는 장면을 연출하려 했지만, “쇼의 흐름을 너무 방해한다”는 지적에 조율 과정에서 일렬로 줄줄이 런웨이로 나서는 것으로 변경되는 곡절을 겪기도 했다.
영상이 공개되자 분위기가 반전됐다. 유명 모델 조앤박이 무표정한 모습으로 런웨이 청소를 하는 모습에 네티즌들은 “조앤박을 이렇게 낭비하느냐” 등의 반응을 보이며 열광했기 때문이다. 김 프로는 “금박이 청소기 속으로 ‘쑤~욱’ 빨려 들어가는 모습에 쾌감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많아, 그 부분만 따로 자율감각 쾌락 반응(ASMR) 영상으로 만들어달라는 요청까지 들어올 정도였다”고 전했다.
“청소기 ‘쑤~욱’ 모습에 쾌감…ASMR 요청도”
네티즌들은 영상 곳곳 숨겨진 ‘다빈치 코드’ 찾기에 열을 올렸다. 기획자들은 영상 속 세 가지 ‘다빈치 코드’를 숨겨놨다고 한다. 첫 번째는 의상·샹들리에·의자 등 소품이 업사이클링 제품이라는 것이다.
정 프로는 “런웨이 위 샹들리에는 폐페트병으로, 관객석은 재활용지로 만들었다. 청소기로 빨아들인 금박 부스러기도 ‘청정스테이션’에 모아 재활용을 위해 따로 보관해뒀다”며 “청소기 필터 부품으로 해양에서 수거한 폐어망 재활용 플라스틱을 사용하는데, 이를 강조하고 싶어 리사이클링 콘셉트를 도입했는데, 사실 비용도 더 많이 들고 쉽지만은 않더라”고 말했다.
BGM은 AI 작곡가가 만들어…영상 곳곳 깨알 PPL
두 번째는 영상의 배경음악(BGM)이다. 정 프로는 “신제품은 AI 기술을 적용해 카펫·마룻바닥 등 청소 부분을 자동인식해 흡입력을 조절한다. 이걸 광고에 녹여내기 위해 소리를 활용했다”며 “흡입력에 따라 청소기의 사운드가 다르다는 점에서 착안해, 이를 녹음한 뒤 AI 작곡가를 활용해 BGM을 만들어냈다”고 설명했다.
세 번째는 영상 속 깨알같이 숨겨둔 삼성전자의 제품 간접광고(PPL)다. 관객석의 한 모델은 갤럭시Z 휴대폰으로 런웨이를 촬영하고, 또 다른 관객은 하만 헤드폰으로 음악을 듣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모델이 든 휴대폰이 삼성전자 제품이 맞느냐’는 확인 전화가 올 정도였다”고 뜨거운 반응을 전했다.
“요즘 청소기는 ‘반려가전’…남편 이름 붙인대요”
정 프로는 “요즘엔 청소기가 ‘반려가전’이 됐다. 어떤 집은 로봇청소기에 남편 이름을 붙이기도 한다더라. 나는 ‘루피’란 이름을 붙였다”며 “신혼과 어린이를 키우는 가정을 겨냥해 미니언즈·뽀로로 등 캐릭터와 컬래버레이션하는 방식으로 제품 마케팅도 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 사람은 “소비자들의 뜨거운 반응이 새 아이디어의 원천”이라고 입을 모은다. “마케팅에서 비용을 많이 투입하면 성과를 빨리 볼 수 있지만, 저희는 소비자들의 관심사를 찾아 몸으로 뛰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소위 ‘힙한’ 팝업스토어든 전시든 직접 찾아가고, 영상이나 책을 보며 매일 트렌드를 익히죠. 다른 브랜드가 못하는 새로움에 계속 도전하고 싶습니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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